류현진 ‘슈퍼에이전트’ 품고 대박 계약?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2.10.30 14:34  수정

최대한 높은 금액의 계약 필수

다양한 옵션 추가도 고려할만

메이저리그행 문이 열린 류현진.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염원하던 류현진(25·한화)의 앞길이 열렸다.

한화 이글스는 29일 올 시즌을 끝으로 7년차 FA자격을 취득한 류현진에 대해 조건부 메이저리그 진출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한화가 내건 ‘조건’은 구단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포스팅 금액으로 류현진과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합의를 마쳤다.

역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최고액은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르빗슈 유와 단독 협상을 벌이기 위해 제시한 5170만 달러다. 다르빗슈 다음으로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데려온 보스턴이 세이부 라이온스에 지불한 5111만 1111달러.

두 선수 모두 검증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들이었다는 점과 아직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류현진은 이들의 이적료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류현진의 몸값은 최소 10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적료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바로 단독 협상을 벌이게 될 구단과의 계약 내용이다. 류현진이 높은 포스팅 금액을 받았더라도 정작 계약 조건이 형편없을 경우, 메이저리그 연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연봉이 낮으면 그만큼 출전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급기야 조금만 부진하더라도 마이너리그행을 통보받거나 아예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 ‘제2의 이치로’라 불리며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던 니시오카 츠요시가 굴욕적 계약 후 부진을 거듭하다 올 시즌 방출된 것이 좋은 예다. 반면, 부상 후 거듭된 부진에도 마쓰자카가 메이저리그에 남아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높은 연봉 덕분이었다.

지난 2010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타진했던 이와쿠마 히사시의 사례도 류현진이 참고할만하다. 당시 1910만 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써낸 오클랜드는 이와쿠마와의 단독 협상에서 큰 이견 차를 보였고, 메이저리그행이 무산된 바 있다.

오클랜드가 이와쿠마에게 제시한 계약 조건은 4년간 1525만 달러로 연평균 380만 달러의 연봉은 이와쿠마가 요구한 연봉 1000만 달러 이상과 격차가 너무 컸다. 내심 마쓰자카의 6년간 5200만 달러 수준을 기대했던 이와쿠마는 이에 못 미치더라도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던 구로다 히로키의 3년간 3530만 달러는 충분히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이와쿠마는 한 시즌을 더 일본에서 뛴 뒤 FA 자격을 따낸 올 시즌 시애틀에 입단했다.

따라서 류현진이 빅리그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는 것이 필수다. 물론 시즌 초반부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면 상관없지만 만약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이다. 자칫 연봉 100만 달러 이하의 마이너리그급 계약을 맺는다면 류현진의 앞날은 그만큼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류현진과 자주 비교되고 있는 대만 특급 첸웨이인은 올 시즌 3년간 1100만 달러에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기량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주전급 대우였다. 꾸준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은 첸웨이인은 올 시즌 12승 11패 평균자책점 4.02로 대박을 쳤다.

이런 면에서 류현진의 에이전트가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라는 점은 다행이다.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보라스는 언제나 기량 이상의 계약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류현진과 윤석민, 추신수, 마쓰자카는 물론 과거 박찬호와 알렉스 로드리게스, 마크 테세이라, 카를로스 벨트란 등이 보라스 사단의 일원이었다.

일단 보라스는 연봉은 물론 세세한 옵션들을 추가해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주곤 한다. 마쓰자카는 보스턴과 6년간 5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2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 전 구단 상대 트레이드 거부권, 마이너리그행 금지, MVP 및 사이영상 수상 시 50만 달러, 올스타전 선발 투수 10만 달러, 월드시리즈 MVP 15만 달러 등이 뒤따랐다.

또한 일본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개인통역사, 물리치료사, 마사지사, 스프링캠프 때 이사비용 2만 5000달러, 보스턴 이사비용 7만 5000 달러, 보스턴-일본 왕복항공권(1등석) 연 8회, 링컨 타운 카 또는 동급 차량제공, 홈구장 필드박스 2개석, 팀 내 일본 미디어 고용, 등번호 18번 확보 등 특급 대우를 받았다.

마쓰자카만큼은 아니더라도 구로다의 옵션 수준은 기대해볼만하다. 구로다는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이사비용 3만 달러, 비자 수수료 지불, 개인 트레이너, 개인 통역사, 영어 수업, 일본 왕복항공권(1등석) 연 8회 등을 이끌어냈다.

한편, 대박계약을 안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포스팅 시스템은 빠르게 진행된 전망이다. 한화는 오는 1일 KBO에 류현진의 포스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후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이를 알리고 사무국 측은 4일간의 공시 기간 동안 입찰액을 받는다.

여기서 메이저리그 측은 입찰 구단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 채 최대 액수만 KBO에 통보하게 된다. 그리고 한화는 입찰액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4일간의 시간을 얻게 된다. 따라서 다음 달 중순 정도면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 과정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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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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