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분위기도 류현진 같은 투수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평가다.
류현진(25·한화)의 메이저리그 조기진출의 꿈은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일까.
최근 한화 이글스 김응룡 신임 감독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미국진출에 대해 ‘불가’ 입장을 표한 이후 논란이 뜨겁다.
김응룡 감독과 한화 구단 입장도 충분히 수긍이 된다. 최근 4시즌 동안 세 번이나 꼴찌에 머문 한화로서는 다음 시즌 리빌딩이 절실한 상황에서 마운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이스를 놓아주기란 쉬운 게 아니다. 아예 나가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2년 뒤 정식 FA 자격을 얻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라는 것이니 명분상 잘못된 말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류현진이 이제 단지 ‘한화만의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류현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이며, 잠재력 면에서 메이저리그에 가장 근접한 투수로 평가받는다.
추추 트레인’ 추신수(30·클리블랜드)도 25일 소공동 롯데호텔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대만 출신의 천웨인(볼티모어)도 상대해봤는데 류현진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맞아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배짱과 자신감이 넘쳤다. 좌완투수로서 빠른 공과 완급조절이 뛰어나다. 국제무대에서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ML 아시아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한 박찬호 역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에 지지를 보냈다. 박찬호는 10월초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 “개인적 소견이지만 가야 한다”고 밝히면서 “류현진이 성공한다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를 거치지 않고 미국으로 직행 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를 발판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류현진과 같은 스타급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첫 선례를 만들 경우, 그간 일본에 편중된 한국 선수들의 해외진출에도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로서는 더 큰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야구계 분위기도 류현진 같은 투수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낫다는 평가다. 87년생인 류현진은 아직 영건으로 분류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시행착오의 후유증이 적을 나이다. 단지 류현진이 아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의 미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화가 미국진출을 승낙한다고 해서 메이저리그 입단이 곧장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규정상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포스팅에 참가해야하고, 입찰 액수가 기대에 못 미치면 포스팅을 철회하면 그만이다. 제도는 활용하라고 있는 것이다. 조건이 안 맞아서 무산된다고 해도 한화 구단은 손해 볼 것이 없고, 류현진도 그때 가서 2년 더 기다리면 되기에 자존심상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원천 불가식으로 선수의 의사 자체를 무시하는 모양새가 됐을 때, 그 후유증도 생각해야 한다. 결정권을 쥔 노 감독이 젊은 선수에게 ‘가지 말라’고 해서 못가는 권위적인 모양새는 시대착오적인 데다 김응룡 감독과 한화 구단의 이미지에도 좋을 게 없다. 동기부여를 잃은 에이스가 과연 다음 시즌 팀에 대한 충성심과 빼어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류현진과 김응룡 감독, 그리고 한화 구단 사이에 필요한 것은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원만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소통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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