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꼴데?' 쉽지 않은 롯데 남자들

정세한 객원기자

입력 2012.10.19 00:37  수정

포스트시즌 6경기..6회 이후 15득점

연장혈투 3승..끈끈한 팀으로 변모

연장 10회 극적인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승 한 롯데.

더 이상 ‘가을 꼴데’ ‘가을 승리 자판기’가 아니다.

롯데가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려세웠다. 롯데는 17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막판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과 ‘양떼불펜’을 앞세워 짜릿한 5-4 역전승, 시리즈 전적 1승1패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 MVP에 선정된 김성배는 2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1승을 선사했다. 최근 타격감이 떨어진 전준우는 4타수 4안타 2득점으로 부활을 알렸고, 정훈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리를 불렀다. 포스트시즌에서 긴 부진의 터널에 갇혀있던 조성환은 7회 좌완 박희수를 공략해 동점타를 날렸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롯데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다. 3선승제 시리즈에서 이미 1패를 안고 있던 롯데는 ‘2차전은 기필코 이기고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와 강력한 동기부여를 바탕으로 믿기 어려운 뒤집기에 성공했다.

‘선수가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2000년 초중반 롯데가 암흑에 빠져있던 시절, 관중석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현수막 문구다. 승패를 떠나 매순간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팬들의 격문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근본에 입각한 이런 자세를 롯데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경기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연일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롯데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관문을 통과했던 배경에도 승리에 대한 집념이 크게 자리했다.

롯데는 1차전에서 8회초 동점을 만들었고 2차전에선 7,9회 각각 1점씩 뽑았다. 마지막 4차전에선 8회말 대거 3점을 뽑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사직 트라우마’를 털어내면서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 승리를 거뒀다.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악착같이 매달린 근성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롯데는 최정에게 홈런을 맞고 6회까지 1-4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7회 SK의 수비불안에서 비롯된 찬스를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졌다. 7회 전준우의 안타를 기점으로 응집력을 발휘한 롯데는 동점을 이뤘고, 결국 10회 정훈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며 역전승했다.

롯데의 투지와 근성은 포스트시즌 경기 내용에서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총 22득점을 기록했다. 그 중 6회 이후 득점은 15점으로 무려 68%에 달한다. 연장 승부는 3차례나 있었고 7회 이후 동점과 역전을 이끌어 낸 경기는 4차례나 된다. 끝까지 경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력한 뒷문을 구축한 것도 롯데의 정신력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 롯데 불펜진은 포스트시즌 6경기 동안 30이닝을 던지며 평균 5이닝, 22안타, 17탈삼진, 6실점,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역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더 이상 쉽게 경기를 내주는 롯데가 아니다. 가을에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으로 변모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상대를 질리게 한다. 지난 4년간 가을 잔치 단골이 되고도 결실을 맺지 못했던 롯데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시즌이 더욱 절실하다. 과연 롯데의 뒷심이 한국시리즈 티켓까지 끊을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관련기사]

☞ [PO]뒤바뀐 ‘멘붕 수비’…롯데스러운 SK?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