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해군 제대로 알기’ 영화와 역사 달랐다?

김형섭 객원기자

입력 2012.10.04 17:52  수정

영화 <도둑들>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의 흥행몰이가 뜨겁다. ‘광해’는 개봉 20일 만에 720만 관객을 돌파, 올해 최고 흥행작 <도둑들>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한 이병헌과 스크린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류승룡의 깊이 있는 연기는 <광해> 열풍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역시 실제 역사와 상상력을 넘나들며 전개되는 스토리와 조선왕조사 속 비운의 군주였던 광해가 지닌 역사적 힘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으로 전 국토가 유린당한 뒤 우여곡절 속에 광해군이 왕으로 등극한 시기다.

당시 조선은 사대(事大) 사상에 젖은 신하들의 당파 싸움이 극에 달했다. 또한, 중국은 명(明)나라가 쇠잔한 틈을 타 여진족이 후금(後金)을 세워 명과 전쟁을 하던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 배경 속에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광해군 일기> 중 “숨겨야 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라는 기록을 바탕으로 광해군 재위 15년에 사라진 15일의 기록에 주목했다.

영화 <광해>는 바로 사라진 이 15일에 대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팩션(사실+픽션) 영화다.

그렇다고 해서 감춰진 역사에 대한 허무맹랑한 판타지는 아니다. 우선 스토리구성이 치밀하고 탄탄해 사실처럼 느껴진다. 무리한 상상력으로 엉성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지는지는 부분이 전혀 없는 기본에 충실한 영화이다.

그만큼 스토리 구성, 배우 캐스팅, 연기, 음악, 색감 등 어느 하나 어색한 부분 없이 잘 만든 영화다. 실제 영화 ‘광해’에서는 민생 안정을 위한 대동법(大同法)의 도입 노력과 당시 명(明)국 파병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 및 광해군의 중립 실리 외교 정책을 담아내면서 역사 속 광해를 재조명하고 있다.

영화는 광해군을 통해 2012년 현 세대가 바라고 꿈꾸는 리더의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 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과거를 넘어 현재의 우리가 모두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더 나아가 영화에 대한 호평과 관심은 역사 속 광해군의 실제 이야기의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16년간의 짧은 재위 기간에도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으며 역사에 폭군으로 기록된 광해가 오늘날 새롭게 재조명 되고 있는 것이다.

재조명되고 있는 광해 캐릭터는 스크린 밖에서도 여러 각도로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영화 제작사 측도 영화를 감상했던 관객과 예매를 준비하고 있는 예비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확실한 역사적 배경과 풀이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틸 컷.

<광해, 왕이 된 남자>와 인터넷 교육전문기업 이투스교육(www.etoos.com)이 한국사 스타강사인 설민석 강사를 초빙해 만든 ‘광해군 제대로 알기’ 강의가 대표적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강의까지 찾아 본 한 관객은 “100배의 감동과 재미를 보너스로 얻은 기분”이라면서 “광해군 업적이 영화와 오버랩 되어 머리와 가슴 속에 오래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의는 총 3개편으로 광해군의 세자 책봉 과정과 임진왜란, 광해군의 다양한 업적과 외교 정책 등 조선 15대 왕, '광해'에 대해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룬다. 해당 영상은 역사 속 광해를 통해 영화 ‘광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광해>를 토대로 실제 역사적 사건을 보다 쉽게 풀이하는 것은 물론, ‘광해군’ 이라는 인물과 군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대해 비교 분석하며 영화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사능력검정 대비 전문 인터넷 교육 기업인 태건에듀(www.tghistory.com)의 한국사 스타강사인 설민석 강사는 “‘광해군 제대로 알기’는 1편에서는 ‘광해군’ 이라는 군주의 탄생 과정을 다루고, 2편에서는 왕이 된 광해의 정책, 3편에서는 폭군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던 그의 폐위과정을 다루고 있다”며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을 다루는 강의가 아닌 영화의 주요 장면을 통해 실제로는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 <광해>에서의 이야기 중 일부는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도 분명 존재한다. 이에 설민석 강사는 “예를 들어 천민인 하선이 왕 노릇을 하는 과정에서 한문을 읽곤 하는데 당시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소학 정도를 읽을 수 있다는 설정이 마련됐지만 국정 운영에 필요한 전문 용어들을 읽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광해’는 2006년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보다 빠른 흥행속도를 보이고 있어 한국영화 사상 7번째로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하다. 1302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도둑들’을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추창민 감독과 배우 이병헌, 류승룡, 김인권 등은 4일 개막하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등 흥행몰이에 더욱 가속도를 붙인다는 계획이다.[데일리안 연예 = 김형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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