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카타 비치 논란 일본 손님 아예 받지 말라고?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입력 2012.07.10 16:05  수정

<이강미의 재계산책>신라호텔 일본인 투숙객 30% '배려차원'

유카타 논란 일으킨 블로거 일본에 막걸리 수출 '아이러니'

신라호텔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번엔 호텔 객실에 일본 전통 잠옷 겸 실내복 유카타를 비치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의 발단은 9일 한 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외국인 투숙객이 혹시 유카타를 우리 전통 복장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입고 벗기 불편한 한복을 제공하라는 뜻이 아니다. 굳이 일본 전통복을 간이 복장으로 제공할 필요는 없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일파만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신라호텔을 겨냥해 '한복은 거부하고 기모노는 제공하는가' '오히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호텔일수록 우리나라 전통을 더 부각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라며 비판의 화살을 마구 쏘아댔다.

신라호텔 측은 "일본인 고객이 많아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객실에만 유카타를 비치했다"면서 "내부적으로 일본인들에게 편안함과 고객 편의를 우선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유카타를 원하는 투숙객에 한해 비치한다고 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지나친 반일감정과 국수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신라호텔의 유카타 비치 논란은 몇 가지 측면에서 지나치게 호도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한복사건'과 대비되면서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이란 점에서 네티즌과 시민들의 흥분지수가 더 높아진 측면도 없지 않다. 아마도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이나 마포의 홀리데이 인 서울 등이 호텔객실에 유카타를 비치했다면 아무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카타 비치건은 지난해 '한복사건'과는 근복적인 차이가 있다.

먼저 '한복사건'의 경우, 한복디자이너 이혜순씨가 신라호텔 뷔페식당 입장을 거부당한 것이 아니었다. 뷔페 식당의 특성상 부피감이 큰 한복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본인 스스로 옷자락을 밟히는 등 불쾌한 상황이 발생할 수가 있기 때문에 직원으로부터 조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것이다.

신라호텔 뷔페식당은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인기있는 식당으로, 항상 손님들로 북적인다. 때문에 혹시모를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해 주의를 상기시키려 했던 차원이었는데, 이혜순씨가 이를 '오버'한 경향이 없지 않았고, 이 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던 네티즌들이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확대재생산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호텔 신라 전경.

특히 이번 '호텔 객실내 유카타 비치' 문제는 호텔업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텔업종은 숙박서비스 업종 특성상 '집과 같은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신라호텔의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약 70~80%선이다. 이중 일본인 투숙객은 30%가량 차지한다.
신라호텔은 모든 객실에 유카타를 비치해 놓지는 않는다. 예약상황에 따라 일본인 투객인 경우, 고객 서비스차원에서 잠옷을 겸한 편안한 실내복인 유카타를 비치해 놓는다.

이는 다른 호텔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롯데호텔의 경우, 저층 객실(본관 7~21층, 신관 15~24층) 중 절반수준인 50%의 객실에 유카타를 비치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전통 평상복인 유카타에만 국한하지 않고 파자마와 슬리퍼에도 일본 전통문양이 들어간 제품을 호텔 객실에 비치해 두고 있다. 워커힐호텔 역시 최근까지 유카타를 호텔객실내에 비치했었으나 일본관광객이 줄어 현재는 비치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특급호텔의 경우, 투숙객의 편의와 편안함을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배려'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외국 호텔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PIC나 클럽매드의 경우, 한국인 직원을 채용해 한국어서비스로 의사소통의 제한을 없앴는가 하면, GO(Gentle Organizer)를 두고 자신의 다양한 특기를 살려 스포츠 강사, 요리사, 가이드, 바텐더, 은행업무, 보모 등의 역할을 수행토록 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이 입맛을 고려해 김치나 불고기 등의 특별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이 경우, 투숙객이 예약전에 일일이 '서비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호텔측에서 한국인 투숙객인지, 어린이를 동반하는 지 등을 사전파악해 제공한다. 이 모든 서비스는 투숙객에게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최대한 제공하기 위한 호텔측의 '배려'인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유카타와 같이 잠옷과 실내복을 겸한 전통의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두고 신라호텔이 마치 우리나라의 전통을 무시하는 듯한 처사로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수주의적 발상이고, 지나친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단청을 칠하고 기와를 얹은 한옥이다. 본관의 콘크리트 빌딩과 한옥이 잘 어우러져 외국인들의 찬사를 받는 건축물이다. 호텔측이 그 이름 ‘신라’에서 보듯 한국 전통을 존중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와관련, 네티즌은 "롯데호텔도 유카다 있던데? 앞으로 국내 호텔들은 아사히 맥주도 냉장고에 비치해 놓으면 욕 들어 먹겠네요"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특정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호텔마다 개성으로 비치하고 있는데 꼬투리 잡아가면서 여론형성하는 짓을 보니 한심하네..."라고 이글을 올린 블로거의 글을 비판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나라 관광객이 많아지면 그것에 맞춰 객실이나 음식 등을 서비스하는 것은 특급호텔들의 일반적인 서비스전략"이라면서 "다만 신라호텔이나 롯데호텔의 경우,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그것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 아무개씨(21)는 "우리가 외국여행을 갔을때, 그곳에서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작지만 고객을 배려한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다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느냐. 마찬가지로 특정나라 고객이 많아지면 그 정도 서비스는 해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인 이 아무개씨(47)는 "이번 신라호텔 유카타 비치 논란은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반일감정에 편승한 것 같다"면서 "지나친 반일감정이나 쇄국주의적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신라호텔의 유카타 객실 비치 문제를 지적한 이 블로거의 경우,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블로거는 서울 홍대에서 꽤 유명한 막걸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일본에도 지점을 낼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 블로거의 주장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일본인 입장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막걸리집에 일본인이 찾았을 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막걸리집에 왜 갔느냐, 한국인이 수출하는 막걸리를 왜 마시느냐'며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것일까. 호텔 객실 내 유카타 비치논란을 일으킨 블로거는 자신의 경우,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궁금해진다.[데일리안 = 이강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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