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류현진-김광현-윤석민은 제1호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가장 강력한 후보들로 손꼽힌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발 투수 맷 케인(28)이 지난 21일 메이저리그 역사상 22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퍼펙트게임이란, 투수가 선발 등판해 단 1명의 타자도 진루시키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즉, 1회부터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안타와 볼넷, 에러로 인한 출루가 없다는 뜻이다.
퍼펙트게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라야 한다. 일단 투수의 컨디션이 최상이어야 하고, 야수들의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상대의 타선이 약하다면 금상첨화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운도 필요로 한다.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고작 22명의 투수만이 금단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이는 5.9년에 한 번 이뤄지는 꼴이며 2차례나 달성한 투수는 아직 아무도 없다.
한국 프로야구는 30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를 지녔음에도 아직까지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가 아무도 없다. 그나마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현재 한화 코치를 맡고 있는 정민철로 지난 1997년 낫아웃으로 단 한 명의 타자만 출루시켜 대기록을 놓친 바 있다. 당시 정민철의 공식기록은 ‘무사사구 노히트노런’으로 남아있다.
그래도 팬들은 일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할 퍼펙트게임이 한국야구에서도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빅3’로 불리는 류현진(한화)-김광현(SK)-윤석민(KIA)이야 말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후보들로 손꼽히고 있다.
한국 최고의 에이스로 불리는 류현진은 묵직한 직구와 명품으로 불리는 서클체인지업, 그리고 자신의 구질을 마음먹은 곳에 꽂아 넣을 수 있는 제구력까지 선발의 모든 것을 갖춘 투수다. 두둑한 배짱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기관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야구계 많은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퍼펙트게임과 거리가 멀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류현진은 이닝을 거듭할수록 힘을 내는 스타일이며, 주자가 없을 때는 전력피칭을 최대한 자제하곤 한다.
또한 류현진은 맞춰 잡는 투구보다는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곤 한다. 이는 투구수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경기 막판 구위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9이닝 내내 집중력의 끈을 놓지 말아야할 퍼펙트게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SK 김광현은 지난 2010년 6월, 삼성을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뻔 했다. 9회 투아웃까지 볼넷 3개만을 내줬던 김광현은 마지막 타자였던 최형우에게 우전 안타를 맞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김광현은 소위 공이 긁히는 날에는 그 어떤 타자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구위를 지니고 있다.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비롯된 150km/h대의 직구와 같은 폼에서 나오는 슬라이더는 오늘의 김광현을 있게 한 무기들이다. 다만 김광현의 최대 약점은 제구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김광현은 퍼펙트게임보다 노히트노런 달성에 보다 가까울 수 있다.
윤석민의 경우, 구위를 앞세우기 보다는 영리한 볼 배합과 다양한 구질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타자를 맞춰 잡는 능력은 두산의 김선우와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이라 할만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퍼펙트게임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윤석민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윤석민은 지난달 11일 두산과의 경기서 9이닝동안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사구를 하나 내주긴 했지만 볼넷은 없었다. 그만큼 퍼펙트게임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들 가운데 랜디 존슨 정도를 제외하면 삼진형 투수를 찾기 어렵다. 마크 벌리와 로이 할러데이 등은 구위로 윽박지르기 보다는 투구수 조절에 힘써가며 긴 이닝 소화에 주력했던 투수들이다. 윤석민의 투구 스타일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노히트노런 기록.
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의 달성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달 초 요한 산타나의 노히트노런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는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은 “미국의 야구는 힘과 힘의 대결이지만 한국은 아니다. 게다가 한국 타자들은 선구안과 커트 능력이 뛰어나다. 스타일 상 대기록이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투수 분업화 이후 완투형 투수들이 사라졌다. 또한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승부를 빨리 가져가지만 국내 타자들은 유인구에도 좀처럼 배트가 나가지 않는다”며 투구수 조절 때문에 퍼펙트게임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에서는 퍼펙트게임보다 한 수 아래인 노히트노런조차 12년째 맥이 끊긴 상황이다. 지난 2000년 은퇴한 송진우가 해태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 역대 12번째이자 마지막 노히트노런(포스트시즌 포함)이다. 한국과 야구 스타일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80년 역사의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15차례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하지만 1994년 마키하라 히로미(요미우리)의 기록이 가장 최근일 정도로 일본프로야구도 퍼펙트게임 기근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야구팬들은 한국야구에서도 언젠가 퍼펙트게임이 달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류현진의 구위와 김광현의 집중력, 그리고 윤석민의 투구 스타일이 혼연일체가 되면 가장 완벽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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