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가를 만든 정율성에 대한 다큐방송이 15일 ‘KBS 스페셜’에서 방영되자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황우섭)은 또다시 성명을 내고 제작진을 맹렬히 비판했다.
공영노조는 ‘13억 대륙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편에 대해 “예상대로 이번 프로그램은 공산군가 전문 작곡자로서의 정율성의 핵심은 철저히 숨기고 실체가 불분명한 항일 행적과 인간적인 면만을 장황하게 나열하며 그를 미화하기에 급급했다”고 평했다.
공영노조에 따르면, 정율성이 중국과 북한에서 ‘인민해방군가’와 ‘조선인민군가’로 대표되는 군가, 행진곡을 작곡한 사실이 있음에도 이번 프로그램에서 그 부분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대신 모호한 항일행적과 ‘연안송’, ‘연수요’처럼 서정적인 음악으로 분류되는 노래 몇곡을 소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방송 말미에 역사학자나 음악 전문가도 아닌 김대중 정부 당시 정보 분야 책임자의 인터뷰 내용으로 ‘이런 분도 외면하지 말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자’는 멘트로 결론 맺었다.
공영노조는 “(제목처럼) 왜 그의 노래가 13억 대륙을 흔들었다는 것인지, 그게 주로 무슨 내용의 노래였고 당시 무슨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런 식이라면) 히틀러, 스탈린, 김일성에 대해서도 그들의 역사적 죄과는 외면한 채 그들 입장의 상황 논리만을 확대한다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영노조가 지적하는 정율성의 행적은 “중국 공산군을 위해 다수의 군가를 지어바쳤고, 6.25 전쟁에도 참전해 노래로 북한군과 중공군의 사기를 올려줬으며, 문화혁명기 광풍 속에서 독재자를 찬양하는 ‘모택동시가’ 20편에 곡을 붙여줬다.”
또 “정성율은 혁명과 전쟁이 끝난지 한참 지난 1963년에도 북경만보에 ‘노래는 오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의 무기이며, 혁명의 무기다. 이 위대한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시대에 있어 우리의 노래 소리는 더욱 웅장하고 우렁차야 할 것이다’라고 기고할 정도로 이념에 철저했다.”
공영노조는 “이런 정율성이 구국 항일운동에 앞장선 중국을 대표하는 천재 음악가로 변신해 공영방송에서 특별방송돼 KBS의 또 하나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며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며, KBS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이번 프로그램 제작자뿐 아니라 소신도 철학도 없는 제작·편성·심의부서의 기회주의적 보직자들과 김인규 사장이 함께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영노조는 “지금 KBS에는 반국가, 반정부 성향을 드러내야 자율성이 확보된 것으로 행세하는 비뚤어진 문화가 일부 제작자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며 “획일적 시각에 눌려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펼치는 것을 제작 자율로 호도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데일리안 =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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