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물 먹은’ 롯데…가을의 팀으로 진화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11.10.21 09:57  수정

흐름 내줘도 꺾이지 않고 집중력 찾아

지난 3년간 실패가 안겨준 교훈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침묵하던 이대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 한 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로 4년 연속 ‘가을야구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이쯤 되면 가을잔치 단골손님을 자청할만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가을에 어울리는 팀’은 아니었다. 지난 세 번의 가을잔치에서 롯데는 번번이 무기력했다. 실망스러운 것은 패배 자체보다 한 번 흐름이 꺾이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나약함이었다.

롯데는 분위기나 흐름에 유독 민감했다. 지난 3년간 준PO에서 롯데는 마지막 세 경기를 모두 3연패로 마쳤다. 먼저 첫 승을 올리고도, 2승으로 달아나더라도 한 번 흐름을 뺏긴 뒤에는 더 이상 분위기 반전을 일으키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해 준PO를 생략하고 곧장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가을잔치에서 더욱 두드러진 롯데 선수들의 집중력이다.

롯데는 1차전과 3차전에서 SK에 리드를 내주며 끌려갔다. 특히, 3차전에서는 제대로 반격도 못해보고 4안타 영봉패를 당했다. 지난해 같았으면 스스로 위축돼 심리적으로 무너질 법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패배 이후 경기에서의 집중력이 더욱 돋보인다.

20일 문학구장서 열린 4차전에서 롯데는 SK에 당한 영봉패를 그대로 되갚았다(2-0승). 위기에 몰린 가운데 장원준의 역투가 빛났고, 3차전까지 침묵하던 이대호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포 한 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롯데 저력의 비결은 바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다. 양승호 감독은 1차전에서도 그랬고 지난 3차전 패배 이후에도 한 번도 선수들을 질타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치거나, 실점을 허용한 투수들에게는 오히려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승패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편하게 경기를 즐기라”는 조언을 남겼다. 큰 경기에서 흐름이 꼬일수록 선수들이 이겨야한다는 압박감에 짓눌려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찾은 것이다.

베테랑 선수들도 분위기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홍성흔과 이대호, 임경완 등 롯데의 고참급 선수들은 앞장서서 후배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걸거나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긴장을 풀어주는데 주력했다.

포스트시즌이라고 뭔가 달라야한다고 의식하다보면 오히려 몸이 무거워진다. 이럴 때일수록 평상심을 유지해야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지난 세 번의 포스트시즌 실패가 롯데에 안겨준 교훈이다.

과연 롯데가 운명의 5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지난 3년간의 아픔을 완전히 청산할 수 있을까. 최근 4시즌 가운데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만은 사실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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