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인 21일 오후 광화문 인도를 넘친 호우가 지하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동안 서울을 강타한 폭우와 관련, 서울시의 수방대책이 질타를 받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데다 기상예보와 달리 한때 시간당 10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등 여러 상황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시의 대응은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화문 일대가 물에 잠기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위주의 도시 개발, 허술한 배수체계 등 ‘인재(人災)’로 인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금의 빗물 처리 시설로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비가 온 탓에 벌어진 천재(天災)”임을 강조하며 즉각 반박했다.
"배수시설 제대로 안한 광화문광장 때문"
방재 전문가인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24일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화문 일대 침수는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뽑고 배수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번 폭우 피해에는 인재적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배수시설을 해도 가동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어떤 곳은 시설 자체가 모자라는 곳도 많았다”는 게 조 교수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면서 그 자리를 전부 돌로 발라버려 물이 양쪽으로 전부 흩어져 나가 땅 속으로 침수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졌다”며 “가로수가 있으면 빗물을 머금어 물이 천천히 내려오게 되는데, 광화문광장을 조성하면서 가로수를 다 없애 비가 한꺼번에 땅에 닿다보니까 홍수량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배수구의 숫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배수구의 경우 몇십년 전 2차로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나 광화문은 8&12316;10차로이기 때문에 잘못돼있다”며 “기준이 달라져야 되는데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크기만 조절할 수 있다. 결국 돈을 적게 드는 방향으로 가능한 한 적게 만들어버렸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광화문 광장 자체는 이번 수해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겉만 신경을 쓰다보니까 세밀한 부분들은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침수의) 중요한 원인이다. 예산이나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당장 정치적으로 생색내고 보기 좋은 것에 더 신경을 쓰지, 국가 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서울시 중장기 수방대책은 2007년 발표한 수방시설 능력향상 4개년 계획을 재탕한 것으로 진정성이 없다”고 비난했다.
연합은 “2007년에도 ‘2010년까지 빗물펌프장 52곳을 신·증설하고 빗물펌프장 111곳의 전기 설비를 보강하며 하수관거 250㎞ 정비와 하천제방 28㎞를 보강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미 (이같은 내용이) 서울시 물관리국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면서 “2006년 이후 서울에 빗물펌프장이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고 하수관로 등에 투자된 예산도 없어 지난 4년간 홍수관리를 위한 정책과 예산은 ‘실종상태’”라고 주장했다.
연합은 이어 “2010년 계획은 관련 예산이 2007년 계획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고 하수관거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졸속”이라며 “기존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됐다면 이번 재난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연합은 또 서울시의 빗물펌프장과 저류지 설치로 해법을 찾는 건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발상인 만큼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지역, 시기, 대상에 따른 다양한 방법이 도입돼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연합은 “이번 호우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 일대는 대부분 저지대이고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려고 지하, 반지하 개발이 의무화됐던 곳임을 고려해 역류방지 시설 지원 및 반지하 이용을 제한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빗물의 지하 침투 및 저장 시설, 유수지를 겸할 수 있는 녹지와 공원의 확보 등 도시 공간 자체를 홍수에 적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은 “9월 하순 기록으로만 보면 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나, 연중 최대 강수량과 비교했어야 한다. 하루 최대 강수량은 2002년 8월 30일 태풍 루사 때 강릉에서 기록된 871㎜/일이며, 시간 최대 강수량은 1998년 7월 31일 순천에서 기록된 145㎜”이라면서 “서울시는 이번 일을 천재로 돌리고 있으나 비겁하고 졸렬한 일이다.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하루만에 만들어낸 대책은 폐기하고 복구의 과정만이라도 현명하게 하라”고 힐난했다.
서울시 "3시간 지속강우량 137.6mm 상회, 불가피"
이런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반박했다.
서울시는 “폭우 당시 종로지역의 3시간 지속강우량이 198.5㎜로 국토해양부의 기준에 의하면 200년 빈도의 강우량”이라며 “시 하수정비 기본계획상 설계기준인 10년 빈도의 하수관거 처리용량, 즉 3시간 지속강우량 137.6mm를 크게 상회하는 매우 이례적인 집중호우였기 때문에 침수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시는 광화문광장이 이번 침수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성 전 심어져있던 은행나무는 모두 광장 내에 이식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중앙분리대에 비해 넓은 면적의 잔디마당이 조성돼 빗물 침투능력이 1.38배 향상됐다”며 “특히 노면수 처리를 위한 빗물받이, 맨홀 등도 설계기준치 이상으로 설치하고 있고, 광장조성시 광장을 따라 빗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10cm 폭으로 빗물유입 시설을 설치했다”고 침수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시는 이어 “해치마당 탐방로의 노면수는 도로로 흘려보내지 않고 별도 집수,배수토록 설치돼 오히려 이전보다 노면수 처리능력이 1.95배로 크게 향상됐다”며 “광화문 일대 맨홀과 빗물받이 등에서 역류가 발생된 점을 볼 때, 이미 땅속에 있는 하수관 용량이 초과되어 도로침수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시는 이번 대책이 2007년 계획을 재탕한 것이라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2007년에 발표한 계획은 펌프장의 시설을 증설하겠다는 내용이지 신규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 계획에 따라 9월 현재 빗물펌프장 9곳의 증설을 마쳤고, 1037억원을 들여 19곳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에 13곳이 추가로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어 “빗물펌프장과 하수관거를 무한정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 2004년부터 올해까지 508억원을 들여 빗물저류조 16곳을 설치해 기상이변에 따른 빈번한 집중호우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빗물펌프장이 단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고, 하수관로 등에 투자된 예산도 없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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