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피를로 원천봉쇄하며 밀란 숨통 끊어
루니-메시 득점왕 경쟁 ‘점입가경´
전 세계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졌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첼시가 탈락하는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예년에 비해 주춤한 반면, 지난 시즌 16강에서 전멸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는 인터 밀란이 8강에 진출하며 그나마 체면을 차렸다. 프랑스 리게 앙에서 2개팀(리옹-보르도)이나 8강에 합류하는 이변을 연출했고, 러시아 클럽인 CSKA 모스크바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별들의 향연’ 챔피언스리그에서 소속팀을 8강에 올려놓는 찬란한 플레이를 펼친 스타들을 살펴본다.
우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산소탱크’ 박지성(28)의 활약을 빼놓고 16강을 말할 수 없다. 박지성은 AC 밀란과의 1·2차전에서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풀타임 출전, ‘밀란 공격의 젖줄’ 안드레아 피를로를 원천봉쇄했다. 피를로 봉쇄는 곧 밀란의 수비 밸런스 붕괴로 이어졌고, 맨유가 2경기에서 7골을 몰아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또한, 박지성은 2차전 후반 14분 추가골까지 넣으며 다시 한 번 ‘밀란 킬러’임을 입증했다.
웨인 루니(25)도 펄펄 날았다. 조별리그 3경기 무득점에 그친 루니는 밀란과의 2경기에서 무려 4골을 몰아넣었다. 상대적으로 적었던 헤딩골을 3개나 기록해 득점패턴의 다양화도 꾀했다. 최전방에서 넓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는 네스타(보네라)와 티아구 실바가 센터백을 맡은 밀란의 수비라인을 쥐고 흔들었다. 루니 폭발력에 힘입어 맨유는 ‘산시로 징크스’도 완전히 털어냈다.
지난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메시(FC 바르셀로나)는 16강 2차전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란한 발재간을 앞세워 2골을 터뜨리고 4-0 대승을 이끌며 8강에 올려놓았다. 문전으로 치고 드는 쏜살같은 움직임과 공에 발이 척척 붙는 드리블 및 볼 키핑력은 여전했다. 1차전 슈투트가르트 원정에서 상대의 거센 압박에 막혀 무기력한 경기 운영을 펼쳤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2차전에서 2골을 뽑아낸 메시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 째를 기록해 루니와의 득점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아스날의 안드리 아르샤빈(29)도 FC 포르투와의 2차전에서 도움 2개로 5-0 대승을 이끌며 이름값을 했다. 아스날은 1차전 포르투 원정에서 1-2로 패한데다 2차전을 앞두고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 탈락의 먹구름이 드리우기도 했다. 하지만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선 아르샤빈은 전반 25분 상대 수비수 3명을 따돌리며 벤트너의 골을 도우며 팀 분위기를 띄웠다. 후반 18분에도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상대를 제친 문전으로 쇄도하던 엠마뉘엘 에부에에게 공을 밀어주며 2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아르샤빈과 함께 포르투전 5-0 승리를 이끈 벤트너는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에서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를 맡아 경기 시작 9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25분과 종료 직전 상대 골망을 흔들며 3골을 넣었다. 그동안 골 결정력 부족으로 현지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벤트너가 포르투전을 계기로 진가를 입증한 셈이다. 로빈 판 페르시의 부상으로 중앙 공격수 자리를 두고 고민에 빠진 아스날로선 벤트너의 맹활약이 반갑기만 하다.
이러한 벤트너의 달라진 행보는 사뮈엘 에토(인터 밀란)의 개과천선(?)과도 비슷한 양상이다. 에토는 그동안 세리에A에서 골 결정력 부족과 기복이 심한 공격력으로 거센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FC 바르셀로나 시절보다 못한다’는 지적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러나 에토는 첼시와의 16강 2차전에서 후반 33분 극적인 결승골을 넣으며 팀 승리(1-0)와 함께 8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경기 내내 존 테리의 위치를 앞쪽으로 끌어 올리며 상대 뒷공간을 넘보더니 중요한 승부처에서 강력한 한 방을 터뜨렸다.
에토와 더불어 더글라스 마이콘, 루시우(이상 인터 밀란) 등의 활약도 빛났다. 마이콘은 특히 2차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에 이은 빠른 측면 침투, 그 과정에서 빠른 타이밍에 의한 패스로 상대의 옆구리를 끈질기게 공략했다. 마이콘 활약에 첼시 선수들의 수비 부담이 커지면서 1차전 1-2 패배를 만회하려던 추격 의지도 점차 빛을 잃어갔다. 루시우는 1~2차전에서 디디에 드록바와의 몸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반면, 드록바가 부진한 첼시는 골을 책임질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의 멋진 중거리포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로번은 피오렌티나와의 2차전에서 후반 20분 문전 27m 지점에서 빨랫줄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뮌헨의 8강 진출을 도왔다. 후반 19분까지 1-3으로 뒤지던 뮌헨은 로번의 골로 2-3으로 추격하는 데 성공, 1·2차전 합계 4-4 동점을 만들어냈다. 1차전을 2-1로 승리한 뮌헨은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에 합류했다. 1차전에서는 로번은 전반 종료 직전에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은 바 있다.
한편, 일본 축구의 새로운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는 세비야와의 2차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 8강 진출을 견인했다. 전반 38분 상대 수비와 경합 과정에서 장신 공격수 토마스 네시드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10분에는 강력한 왼발 프리킥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며 결승골을 넣었다. 혼다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른 것은 1978-79시즌 FC 쾰른의 4강 진출 멤버로 활약한 오쿠데라 야스히코에 이어 일본인 선수로는 두 번째다. [데일리안=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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