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골’ 박지성…강팀에 왜 강한가?

입력 2010.03.12 05:42  수정

상대 핵심카드 구길 수 있는 파워 지녀

맨유 퍼거슨 감독 맞춤형 기용도 한몫

‘강팀킬러’ 박지성(29·맨유)이 시즌 2호골과 피를로를 봉쇄하는 등 공수양면에 걸친 맹활약으로 팀의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단단히 한 몫 했다.

박지성은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7만여 관중이 꽉 들어찬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09-10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AC밀란과의 경기에 선발출전, 후반 14분 스콜스의 패스를 받아 골문 구석으로 차 넣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스카이스포츠·평점8)이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은 지난해 5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서 펼쳐진 아스날과의 4강 2차전 원정경기 이후 10개월 만이다. 공식경기에서 골맛을 본 것도 지난달 1일 아스날과의 정규리그 원정경기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맨유는 웨인 루니의 연속골과 대런 플레처까지 골폭죽을 터뜨리며 4-0 대승, 1차전 원정에 이어 2연승(합계 7-2)으로 편안하게 8강에 올랐다.

현지에서는 박지성을 퍼거슨 감독 전술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옵션으로 꼽고 있다.

박지성 '강팀에 강한 남자' 재확인

박지성은 지난달 17일 AC밀란과의 1차전과 이번 2차전에서 부지런한 공격과 물샐 틈 없는 수비로 승리에 일조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앵커맨이자 패스 메이커로 꼽히는 안드레아 피를로를 봉쇄하는 등 AC밀란의 공수 밸런스를 깨는 밑거름이 됐다.

피를로의 뒷공간을 파고드는 전방 침투를 쉴 새 없이 시도하며 공격라인을 위로 끌어 올렸고, 이는 루니가 득점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실제로 루니는 이날 4골 가운데 2골을 몰아넣었다. 그야말로 공수양면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나타냈다.

맨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른 박지성 활약에 퍼거슨 감독은 "항상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다. 이날 경기에서도 피를로를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대단한 움직임을 펼쳤다“고 박지성을 극찬했다. 퍼거슨 감독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방송사 < ITV >를 통해 이날 경기 MVP로 선정된 박지성은 <스카이스포츠><골닷컴><맨체스터 이브닝뉴스> 등 현지 언론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박지성은 강팀과의 경기마다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피를로를 침묵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골까지 터뜨렸다“며 강팀에 강한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처럼 현지에서는 박지성을 퍼거슨 감독 전술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옵션으로 꼽고 있다. 팬들은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먼저 찾지만,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감독의 입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걸출한 기량을 지닌 상대의 핵심카드를 구길 수 있는 팀 플레이어는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옵션이다. 그런 면에서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무척 아끼는 자원이다.

박지성은 공간을 활용하는 움직임과 동료와의 유기적인 패스 연결, 이타적인 공격력, 적극적인 압박, 세밀한 커팅 그리고 강철 같은 체력을 앞세워 90분 동안 공수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친다. 희생정신까지 동반한 박지성을 퍼거슨 감독이 팀 플레이어로 키울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박지성이 매 경기 선발 출전하는 붙박이 주전은 아니다. 하지만 역으로 접근했을 때, 이는 퍼거슨 감독이 체력을 안배하는 전략적 배려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잦은 출전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특정경기에 맞춰 기용해 장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박지성은 약팀보다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선발출전 빈도가 높았고, 또 그럴 때마다 기대에 부응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실제로 박지성은 강팀과의 게임에서 상대 공격의 핵심을 잘 묶어왔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만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를 끈적끈적하게 마크하며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2008-09시즌 첼시전에서는 보싱와-조 콜, 인터 밀란의 더글라스 마이콘을 확실하게 막았고, 올 시즌 AC밀란전에서는 피를로를 1~2차전에 걸쳐 연달아 봉쇄했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넓은 활동폭을 앞세워 상대 공격옵션을 끈질기게 마크했던 박지성의 수비는 상대의 전술운용을 어렵게 했고, 이는 곧 맨유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박지성은 맨유의 역습을 이끄는 중심이다.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상대의 공세를 차단한 뒤 재빨리 빌드업을 엮거나 전방으로 빠른 종패스를 날려 역습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1일 아스날전에서는 역습 과정에서 루니의 마크맨이었던 베르마엘렌의 시선을 유도하는 움직임으로 루니의 골을 도왔다. 공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수비라인을 흐트러뜨리는 박지성의 영리한 움직임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늘 빛났다. 이러한 역습은 맨유를 상대하는 팀들이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박지성의 공격력이 나니-발렌시아-루니-베르바토프보다 부족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믿을맨 역할에 충실하며 5시즌 동안 퍼거슨 감독의 흔들림 없는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화려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큰 게임에서 찬사를 받는 이유도 바로 승리의 초석을 다지는 ‘맞춤형 킬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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