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겨냥’ 루니 골폭풍…왜 일어났나

입력 2010.01.25 09:03  수정

올 시즌 22경기서 벌써 19골 기록

집중된 찬스와 결정력 향상 조화 덕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헐 시티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프리미어리그 선두로 뛰어 올랐다.

맨유는 24일(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서 펼쳐진 ‘20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4골을 퍼붓는 루니 맹활약에 힘입어 약체 헐 시티를 4-0 대파했다.

전반 8분 일찌감치 골을 터뜨린 웨인 루니는 후반 37분, 45분, 48분에 거푸 3골을 몰아치며 무려 4골을 기록했다. 이로써 루니는 올 시즌 19골을 기록, 2위 대런 벤트(선더랜드·15골)를 따돌리고 득점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루니는 종료 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로부터 ‘4골을 넣은 영웅(4 goals hero)’이라는 극찬과 함께 10점 만점에 10점(평점)을 받았다. 풀타임 활약한 박지성은 평점6.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벌써 19골을 터뜨렸다.

루니 ‘이대로라면’ EPL 득점왕 가능

맨유는 이날 헐 시티전에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리오 퍼디난드가 부상에서 복귀해 수비가 안정됐고 스콜스-플래처 라인이 중원 장악에 성공하면서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여기에 박지성의 활발한 움직임과 루이스 나니의 현란한 킥-크로스, 상대 포백 사이를 파고드는 마이클 오언의 활약은 루니가 골폭죽을 터뜨리는 멋진 배경이 됐다.

공교롭게도 루니의 4골은 모두 상대 문전에서 이뤄졌다.

선제골은 폴 스콜스의 중거리슈팅이 골키퍼 몸에 맞고 흐른 것을 루니가 가볍게 밀어 넣었고, 두 번째 골은 대런 깁슨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강력한 슈팅을 날려 만들었다. 세 번째 골은 문전으로 돌진하는 과정에서 나니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고, 네 번째 골도 문전으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로빙패스를 받고 3명의 수비수 사이를 파고들어 골을 빚어냈다.

과정만 보더라도 루니의 득점력이 크게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결정력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많은 찬스를 날렸지만, 올 시즌에는 결함 없는 결정력으로 골을 몰아치고 있다.

이처럼 루니의 골폭풍이 일어난 원동력은 개인의 기량 향상도 있겠지만 역할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루니는 지난 시즌까지 이타적인 역할을 맡아 포지션이 다소 유동적이었다. 기본 전형은 공격수였지만 상황에 따라 왼쪽 측면과 중원까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수비에도 가담하는 등 활동공간이 분산됐다. 시즌 후반에는 4-4-2의 왼쪽 윙어를 맡기도.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무리한 슈팅으로 맨유의 공격 기회를 날리며 실망을 안겼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가 적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결정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루니는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타깃맨으로 자리 잡았다. 활동 반경도 상대 문전에 고정돼 골문 앞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부쩍 늘었고, 동료들에게 많은 찬스를 제공받게 됐다.

이런 가운데 골문 앞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을 공략하고, 정면으로 파고들어 상대를 위협하며 루니는 공격수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상황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루니의 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벌써 19골을 터뜨렸다. 2007-08시즌과 2008-09시즌의 12골을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기록 경신에도 성공했다. 헐 시티전과 같은 기세라면 올 시는 30골 고지 점령과 함께 득점왕 등극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맨유의 골 기회가 루니에 집중, 앞으로 더 많은 골을 기대케 한다.

게다가 루니와 득점왕 경쟁을 벌이는 벤트와 저메인 디포(토트넘)는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면서 기복이 심하다는 약점을 드러낸 바 있고,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는 잦은 부상으로 몸이 좋지 않다. 디디에 드록바(첼시)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득점왕 경쟁에서 잠시 빠진 상태다. 득점왕 등극은 더 이상 꿈 같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다시 득점포를 가동한 루니가 여세를 몰아 맨유 선두도약은 물론 득점왕까지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맞게 될 것인지 그의 발끝을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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