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퀼라니·지르코프…‘억울할 만한?’ 먹튀

입력 2009.12.24 11:29  수정

거액 이적료 만큼의 기대 속에 입성

부상과 전술 탓에 뛰지 못해 발 동동

올 시즌 새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이 기대된 지르코프(왼쪽)와 아퀼라니는 나란히 ´먹튀´ 취급을 받고 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두 명의 미드필더가 ‘먹튀’로 주목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명예를 뒤집어 쓸 위기에 놓인 인물들은 알베르토 아퀼라니(25·리버풀)와 유리 지르코프(26·첼시). 둘은 각각 AS로마와 CSKA 모스크바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며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아직까지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아퀼라니는 지난 여름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라는 높은 이적료 만큼의 기대를 받고 리버풀에 입성했다. 2000만 파운드는 리버풀이 이적시장에서 쏟아 부은 역대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높은 금액이다.

공격적인 경기운영과 왕성한 활동력, 날카로운 패싱력, 뛰어난 중거리슈팅력 지닌 그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사비 알론소의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퀼라니는 부상이 잦은 '유리몸'이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었던 2007-08시즌 21경기, 지난 시즌 고작 14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부상 탓에 날린 시간이 많았다.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5월과 8월에 발목 부상, 얼마 전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리버풀에서도 꾸준한 출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 6경기에 출전한 가운데 선발 출전은 지난 9일 피오렌티나전이 유일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위건전을 끝으로 종아리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또 이탈했다.

그나마 모습을 드러냈던 경기에서도 대부분 교체 출전,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긴 했지만,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움직임으로 실망을 안겼다. 뛰고 싶어도 뛸 시간도, 뛰어도 몸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리버풀은 아퀼라니마저 부상으로 이탈, 올 시즌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으로 '챔스 DNA'를 무색케 했고, 리그에서도 우승권은커녕 8위로 추락하며 ‘빅4’ 위상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이 아퀼라니라는 먹튀를 안고 있다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첼시에는 지르코프가 있다.

1800만 파운드(약 360억원)의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지르코프는 왼쪽 측면에서 발군의 공격력과 현란한 테크닉으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러시안 호날두'로 통하기도 했다. 특히, 유로 2008에서 러시아의 4강 진출을 이끄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FC 바르셀로나의 러브콜도 받았다.

지르코프도 아퀼라니처럼 부상으로 신음하던 중 이적했던 게 문제다. 오른쪽 무릎을 다친 상황에서 첼시로 이적한 것.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리그와 새로운 팀, 감독의 전술에 적응하기에는 몸 상태가 따라주지 못했다. 지난 9월 23일 칼링컵 4라운드 퀸스파크 레인저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른 이후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 출전했지만,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은 지난 20일 웨스트햄전에서야 이뤄졌다.

지르코프의 실전 투입이 늦어진 또 다른 큰 원인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추구하는 다이아몬드 전술 때문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4-4-2의 다이아몬드 시스템을 구사하는 감독으로 좌우 측면에 테크니션 계열의 윙어보다 측면과 중앙 커버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를 선호한다. 지난 시즌 주전으로 뛰었던 플로랑 말루다가 프랭크 램퍼드에게 왼쪽 미드필더 자리를 내준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그 왼쪽 자리가 바로 지르코프의 포지션이라는 것.

물론 지르코프는 왼쪽 풀백도 소화할 수 있다. 유로 2008에서 발군의 오버래핑과 적극적인 수비가담, 끈끈한 압박수비를 펼쳐 팀의 4강 진출을 이끈 경험도 있다.

하지만 첼시는 애슐리 콜이라는 세계적인 왼쪽 풀백이 있고 그의 백업으로 페레이라가 버티고 있다. 기존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치면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지르코프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전술 탓에 본의 아니게 먹튀로 전락했다는 그의 말도 변명처럼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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