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베즈의 전방 압박에 대한 아쉬움 크게 남아
아스톤빌라전 패배로 테베즈 공백 새삼 확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약화된 것에 카를로스 테베즈의 공백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맨유는 팀의 에이스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공격의 파괴력이 떨어진 데다 수비자원들의 줄부상으로 끈끈했던 수비 조직력이 붕괴됐다는 지적까지 들어왔다.
이에 못지않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로 이적한 테베즈의 공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충성심을 보이며 맹활약했던 테베즈 이탈에 따른 여파는 생각보다 크다.
맨유는 스포츠 인베스트먼트(MSI) 소속의 임대 선수였던 테베즈를 잡기 위해선 완전이적 대가로 MIS에 3000만 파운드(약 600억원)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결국,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결심대로 테베즈를 붙잡지 않았다. 그러면서 얻은 것은 3000만 파운드의 거액을 지출하지 않은 것뿐이다.
'박지성 절친'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했던 테베즈는 맨유에서의 2년 동안 나름대로 이름값을 했지만, 지난 시즌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안정적인 출전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 2007-08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14골 7도움을 기록했지만, 다음 시즌 29경기에서 6골 2도움에 그치는 등 존재감을 잃어갔다.
하지만 테베즈는 맨유 전력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옵션이었다. 골 위주의 공격보다 최전방에서의 부지런한 돌파와 왕성한 활동량, 날카로운 패싱력을 앞세워 맨유 공격에 역동성을 칠했다.
그래서 테베즈는 173cm의 단신임에도 불구 원톱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잦았고, 루니 또는 베르바토프와 투톱을 이룬 경기에서도 최전방에 포진했다. 테베즈가 최전방에서 역동적인 활약을 펼쳐야 처져있는 루니-호날두-베르바토프의 공격 마무리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었다. 루니와의 호흡이 가장 잘 맞았던 투톱 공격수 역시 다름 아닌 테베즈였다.
테베즈의 공백은 맨유가 시즌 초반 루니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는 현상을 초래했다. 루니 이외에는 어떠한 선수도 꾸준히 골을 터뜨리지 못했고, 공격 연결고리를 할 수 있는 선수도 마땅치 않았다. 베르바토프-나니의 컨디션은 꾸준하지 못했고, 당시의 라이언 긱스는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 나니에 밀렸다.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루니가 상대 수비에 막혀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니-발렌시아에서 루니로 통하는 공격 길목만 봉쇄하면, 맨유를 꺾을 수 있다는 상대팀들의 전략이 주효한 것. 고민에 빠졌던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드필더들의 득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긱스-발렌시아가 측면에서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긱스는 도우미, 발렌시아는 문전 침투에 이은 골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그 과정에서 캐릭-플래처-깁슨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의 골이 터지기 시작했고, 루니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테베즈의 공백을 극복하는 듯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나타났다.
지난 13일 아스톤 빌라전에서 패한 것은 긱스를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탓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상대가 중앙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의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긱스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긱스가 묶이자 루니의 문전 돌파가 어려워지고 골 기회를 번번이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곧 맨유의 결정적 패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가정이지만 테베즈가 원톱으로 나섰다면 양상은 달랐을지 모른다. 테베즈는 전방에서 활발한 압박수비를 펼치다가 인터셉트에 이은 재빠른 역습 전개로 재미를 보곤 했다. 상대 중앙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로 이어지는 공격 길목을 선점해 줄기를 차단했던 움직임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하지만 지금의 맨유 공격 옵션에서는 테베즈처럼 전방 압박을 펼칠 선수가 없다. 물론 루니도 테베즈가 있던 시절에는 전방에서 활발한 인터셉트와 날카로운 태클로 역습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골을 노리는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 베르바토프-오언에게서 테베즈와 같은 스타일을 요구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다.
테베즈가 맨유의 점유율 축구와 궁합이 맞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맨유 공격 옵션들의 압박을 덜어내는 역할에서 테베즈 만큼 좋은 옵션은 없었다. 맨유가 올 시즌 들어 수비 조직력이 견고한 팀들에게 맥없이 무너졌던 것에는 공격 옵션들의 부진 못지않게 전방압박이 부족했던 탓이 컸다.
호날두의 공백을 점유율 축구로 만회한 맨유에게 테베즈 공백은 쉽게 메우기 힘든 취약점이자 '리그 4연패'를 위한 시급과제다.[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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