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위험부담 줄고 기본점수 높아
“김연아는 도전정신이 부족하다. 아사다 마오는 체형이 바뀌었음에도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한다. 넘어져도 또 도약하고, 다시 넘어져도 몸에 묻은 얼음을 털어내고 계속 날았다.”
일부 일본 네티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일본 피겨팬들은 김연아(19·고려대)와 아사다 마오(19·일본)가 주니어 시절부터 성인무대까지 함께 성정하는 과정을 보면서 고개를 자주 갸우뚱했다. 김연아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어왔던 것.
사실 김연아는 트리플 악셀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게 맞다.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악셀에 근접한 점프기술을 충분히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연아의 코치는 현역시절 ‘미스터 트리플악셀’로 명성을 떨치던 브라이언 오서다. 그는 선수시절 가장 완벽한 공중 3회전 반 점프를 뛴 선수로 인정받은 바 있다. 따라서 습득능력이 뛰어난 김연아라면, 트리플 악셀에 일가견이 있는 오서 코치 지도아래 ‘교과서적인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킬 수 있는 평가도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점프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세계 피겨 전문가들로부터 기본적인 점프기술들을 모두 완벽하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받는 김연아가 굳이 공중에서 3회전 반씩이나 돌아야 할 이유가 없다.
특히 김연아는 장기인 공중 3회전-공중 3회전 콤비네이션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에서 단발 3회전 반, 혹은 3회전 반-2회전 콤비로 돌고 착지하는 것과 공중에서 3회전을 연속으로 돌고 착지하는 것 중 체감 난이도가 높은 기술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김연아가 지난 세계선수권대회까지 보여줬던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기술 기본점수는 9.5점이었다.
김연아의 3-3 점프는 100% 성공률을 자랑하며, 회전수를 꽉 채운 공중 3회전 연속 명품점프는 가산점 2점까지 꾸준히 받는 것으로 이어졌다(점프기술 가산점 제도 -3점~+3점).
그리고 이번 그랑프리 시즌 김연아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로 바꾸면서 기본점수가 10점으로 바뀌었다. 100% 성공조건 아래 지난 시즌과 비교해 최소 0.5점 이상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아사다 마오가 장기로 삼는 트리플 악셀은 기본점수 8.2점이다. 물론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더블 토룹 콤비네이션을 구사하지만, 지금까지 성공확률이 매우 낮았다.
트리플 악셀이 실패하면 콤비네이션 자체가 망가지고, 트리플 악셀을 어렵게 성공한다고 해도 불안정한 착지 때문에 더블 토룹 연결에서 흔들렸다.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시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근거는 바로 여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
트리플 악셀과 같이 고난이도 점프가 장기인 선수들은 현역 은퇴 후 부상에 신음했다. 대표적인 예로 역대 여자 피겨선수들 가운데 트리플 악셀을 가장 완벽에 가깝게 구사했다는 이토 미도리(현 피겨해설자)는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할 만큼 무릎이 좋지 않다.
종합하자면 트리플 악셀을 선보이고도 남을 김연아가 이를 현명하게 무시하고 있다는 게 적합한 평가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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