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우승에도 불구 마오 부진에 가려
4년 전 동계올림픽 실패 탓?
"팬들의 계속되는 찬양 속에 온실 속 화초가 된 아사다 마오. 일본에서는 여전히 ‘들러리 역’이라며 평가절하 되면서도 인내하고 성실히 기량을 닦은 안도 미키. 이것이 바로 1위와 5위의 차이가 아닐까.“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트 아레나서 벌어진 ‘ISU 2009-10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 2차 대회 로스텔레콤컵(컵 오브 러시아)이 끝난 직후 일본 피겨 팬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당시 아사다 마오(19·일본)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총점 150.28점으로 5위에 머물러 사실상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도 어려워졌다. 반면, 안도 미키(21·일본)는 총점 171.93점으로 1위에 등극해 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도 미키, 일본인들에게 여전히 찬밥?!
미키를 향해 따뜻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팬들의 시선은 다시 사늘하게 변하고 있다.
전담코치 니콜라이 모로조프와의 동거설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데다, 이번엔 갈라쇼에서 입고 나온 의상 때문에 다시 한 번 일본 피겨팬들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당시 미키는 망사 상의를 입어 속옷이 노출된 것처럼 보였지만, 속옷 자체는 겉옷과 같은 세트 의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네티즌들은 최근 피겨 게시판 등을 통해 “갈라쇼에서 입은 안도 미키 의상이 지나치게 야했다. 기량으로 승부하라”며 지나치게 냉혹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 피겨 팬들은 안도 미키가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음에도 여전히 시큰둥하다. 특히, 피겨선수임에도 피겨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연예인처럼 그녀의 주변상황에 더 관심을 갖고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랑프리 2차 대회 5위에 머문 아사다 마오의 부진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일본 언론들도 안도 미키의 우승 소식보다 아사다 마오의 최근 부진원인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차별’에 가까운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이처럼 안도 미키가 일본 피겨 팬들로부터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성적과 맞물려 있다.
당시 안도 미키는 아사다 마오가 나이제한에 걸려 출전하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일본 피겨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여자 피겨선수로는 최초로 공중 4회전 점프를 준비하면서 일본 피겨 팬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실수만 연발한 끝에 올림픽 입상은커녕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당시 ‘일본 피겨 자존심’으로 불리던 안도 미키가 처참하게 무너지자, 일본 피겨 팬들은 안도 미키에게 걸었던 기대와 관심, 애정을 버리기 시작했다. 기대가 큰 실망으로 돌아오자, 대신 다른 자국 피겨선수의 천부적인 재능을 신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일본인들은 다시 혼란스럽기만 하다. 안도 미키를 외면하고 택한 아사다 마오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피겨천재로 불리던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 앞에서는 천재가 아닌 보통 선수라는 사실에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일본인들은 안도 미키에게 다시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녀의 노력하는 정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무엇보다 안도 미키는 아사다 마오도 하지 못한 잘못된 점프방식을 교정했다. 안도 미키는 지난 시즌 전부를 플립점프 교정에 힘썼고, 지금 안도 미키의 점프는 정석에 가깝다.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국민들의 기대를 무참히 깬 안도 미키, 그래서 4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인들은 안도 미키에게 정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지금의 에이스는 아사다 마오가 아닌 안도 미키라는 사실을 일본 피겨 팬들이 인정할 때다. [데일리안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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