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제 도입 후 한국시리즈 진출 없어
로페즈-구톰슨 앞세워 끝내 ´V10´달성
´호랑이 군단´이 드디어 지긋지긋한 용병 잔혹사를 끝내고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24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터진 나지완의 솔로 끝내기 홈런으로 6-5 승리, 지난 1997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V10´을 달성했다.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메이저리거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기량을 회복한 최희섭을 비롯해 만년 후보에서 당당하게 최우수선수(MVP) 0순위로 발돋움한 홈런왕 김상현 등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올 시즌 용병 아킬리노 로페즈와 릭 구톰슨의 활약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사실 KIA는 이전 해태 시절부터 용병과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물론 훌륭한 용병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두산(OB 포함)하면 다니엘 리오스와 타이론 우즈, 롯데하면 펠릭스 호세와 카림 가르시아 등이 떠오르듯이 대표적인 용병을 꼽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호랑이 군단´은 용병제도가 도입된 1998년부터 한국시리즈에 단 한 번도 올라가지 못했다.
그나마 KIA에서 성공한 선수는 세스 그레이싱어와 마크 키퍼, 리오스 등이 있었다. 지난 2005년 7월 대체 용병으로 들어온 그레이싱어는 그 해 6승 6패, 평균자책점 3.93의 준수한 성적을 남긴 뒤 지난 2006년 14승 12패, 평균 자책점 3.02로 맹활약했지만 그 다음해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즈로 떠났다.
키퍼는 지난 2002년 19승 9패, 평균자책점 3.34로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일등 공신이었지만 2003년 8승 7패, 평균자책점 3.79에 머물렀다. 리오스는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KIA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지난 2005년 다소 부진하자 그 해 여름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이 때문에 리오스는 KIA 용병이라기보다는 두산의 용병으로 각인이 되고 있다.
이들 외에 KIA에서 뚜렷한 활약을 보여준 선수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한때 LA 다저스에서 뛰며 ´리마 타임´이라는 말을 만들어냈던 호세 리마도 지난해 3승 6패, 평균자책점 4.89의 기록만 남기고 퇴출됐고 케인 데이비스, 펠릭스 디아즈, 펠릭스 로드리게스 등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타자로 가면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99년 용병이었던 윌리엄 브릭스는 115경기에서 타율 0.283과 23개의 홈런, 산토스 마누엘은 지난 2001년에 130경기에서 타율 0.310, 26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그나마 성공적인 용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브릭스와 함께 뛰었던 트레이시 샌더스는 40개의 홈런을 치고도 타율이 0.247에 머물러 ´모 아니면 도´라는 지적을 들어야 했다.
여기에 지난 1998년 6월에 들어온 숀 헤어는 "담장을 넘겨야 홈런이냐, 경기장을 넘겨야 홈런이냐"는 말로 성공을 자신했지만, 불과 29경기에서 타율 0.206만을 기록하며 퇴출됐다. 홈런 타령을 했던 그는 단 1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한 채 ‘최악의 용병´으로 남았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온 로페즈와 구톰슨은 KIA의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확실하게 일조했다.
로페즈는 지난 5월 27일부터 지난 6월 21일까지 4연승, 지난 7월 3일부터 지난 8월 2일까지 5연승을 달리며 KIA의 에이스로 든든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도 완봉승 포함해 2승을 올렸다. 끝내기 홈런을 쳐낸 나지완이 아니었더라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몫은 로페즈에게 갔을지도 모른다.
구톰슨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1패로 부진하긴 했지만, 시즌 초반 7연승과 시즌 중반 6연승을 기록하는 등 로페즈와 함께 KIA 마운드를 확실하게 책임졌다. 두 투수와 함께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 등이 버틴 KIA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에서 3.92로 SK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탄탄했다.
일단 KIA는 로페즈와 구톰슨 모두 재계약한다는 방침이다. 로페즈 역시 일본 프로야구의 유혹을 받고 있긴 하지만 KIA와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12년 만에 제대로 뽑은 용병 로페즈와 구톰슨이 내년 시즌에도 KIA에 남는다면, 호랑이 포효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데일리안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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