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비웃음도 지우지 못한 진심…뮤지컬 ‘마제스티’ [헬로스테이지]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1.08 10:11  수정 2026.11.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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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라인’·‘다리’ 등 포부 넘치는 넘버와 박재윤·김우석의 진정성 있는 호흡

보호와 배제의 모순 짚어낸 묵직한 화두…연대의 가치 피력

초반의 몰입감에 비해 느슨해지는 후반부 서사·대사 전달력은 아쉬움 남겨

특종을 꿈꾸는 수습기자와 사람들을 잇겠다는 괴짜 황제의 열망은 노래가 될 때 생생해진다. 뮤지컬 ‘마제스티’는 인물의 포부를 담은 넘버로 초반의 집중도를 높인다. 프레스콜에서 공연 전체를 궁금하게 했던 장면들은 객석에서 다시 봐도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공연 전체에 대한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막에서 끌어올린 긴장을 이어가지 못하는 후반부는 아쉬움을 남겼다.


‘마제스티’는 실존 인물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의 삶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스스로 미국의 황제라 선언한 노턴에게 수습기자 아서가 특종을 노리고 접근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턴을 흥미로운 기삿거리로 여긴 아서는 그와 함께 도시를 누비며 신념과 진실, 자신이 기록해야 할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아서를 연기한 김우석이 부르는 ‘헤드라인’은 이 여정의 출발을 활기차게 알린다. 기사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 빨리 인정받고 싶다는 조급함과 잘해내겠다는 의욕이 담긴 노래는 수습 시절의 포부를 떠올리게 할 만큼 그 열망이 와닿는다. 이 넘버는 공연 전체의 흐름 안에서도 초반의 집중도를 높였다.


박재윤, 김우석 ⓒ더블케이

노턴 역의 박재윤과 김우석이 함께하는 ‘다리’도 인상적이다. 바다 건너편을 연결하겠다는 노턴의 계획은 허황되게 들리지만, 그 안에는 시민들에게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비웃음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태도가 희망찬 노래와 잘 어울린다. 황제라는 자칭 지위보다 그가 무엇을 하려는 사람인지에 마음이 기울고, 다리가 정말 세워지기를 응원하게 된다.


박재윤은 10월 30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용기를 발휘하려면 바보가 돼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역할을 향한 배우의 애정이 느껴진다는 점은 이 공연의 장점이다. 무대에서도 노턴의 우스꽝스러운 행동 자체보다 조롱받으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려는 마음이 눈에 들어온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뻗으며 ‘다리’를 놓으려는 노턴과 달리 질서를 명분으로 ‘벽’을 세우려는 킬리언 오닐 경관의 대립은 서사에 입체감을 더한다. 시민 보호를 앞세운 오닐의 논리 속에서 정작 차이나타운 주민들은 보호는커녕 배제의 대상으로 내몰리는데, 항만 개발로 주거지에서 쫓겨나야 했던 이들의 과거를 짚어내는 장면은 그가 내세우는 정의의 위선과 모순을 드러낸다. 선별적 배제와 소외된 이들까지 끌어안으려는 낭만적 연대의 충돌은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사회·정치적 갈등의 단면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박재윤 ⓒ더블케이

문제는 이러한 인물과 질문을 결말까지 끌고 가는 과정이다. 1막은 노턴의 억울한 처지와 그를 향한 엇갈린 시선을 겹치며 긴장을 높이지만 2막에 들어서면 그 집중력이 떨어진다. 전개는 늘어지는데 정작 마무리는 급하게 다가와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대사 전달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김우석과 마르타 역의 이정화를 비롯한 일부 배우들이 말을 매끄럽게 잇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인물들이 하는 말의 내용보다 끊기는 대사와 불분명한 발음에 신경을 쓰게 되는 만큼 대사 호흡과 전달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마제스티’에는 귀에 남는 노래와 생각해볼 만한 질문, 인물을 향한 배우의 진심이 있다. 그러나 프레스콜에서 돋보였던 ‘헤드라인’·‘다리’ 등의 넘버가 전체 공연 관람 후에도 가장 좋은 감상으로 남았다는 점은 장점인 동시에 한계다. 그 사이를 채우는 이야기, 특히 후반부의 전개와 결말을 더 촘촘하게 다듬어야 한다.


한편 ‘마제스티’는 11월 15일까지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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