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는 줄었는데 방발기금 더 올리겠다니…현대판 가렴주구 [기자수첩-ICT]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11.09 07:00  수정 2026.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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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13개사 부과처분 취소 소송까지

시대 뒤쳐진 징수·환류 구조 수술 시급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가운데)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47차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산업을 살리자고 걷는 돈이 정작 그 산업의 체력을 깎아 먹는다면, 징수의 명분부터 다시 물어야 한다.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둘러싼 논쟁이 그렇다. 방발기금은 방송통신 산업의 진흥과 공익적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방송통신사업자 등으로부터 분담금을 징수해 조성한다. 케이블TV(SO),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등이 주 대상이다. 명단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하나같이 곳간이 줄어들고 있는 곳들이다.


방발기금이 지금의 형태로 징수되기 시작한 건 2011년이다. 케이블TV와 IPTV 시장이 호황이던 시절이던 당시엔 업계가 충분히 감내할 만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SO 전체 영업이익을 다 합쳐야 고작 149억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 해 납부한 방발기금은 250억원에 달했다. 벌어들인 돈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징수당한 것이다. 방송 시장의 무게 중심이 지상파·유료방송에서 OTT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동안, 기금을 걷고 나누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던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런 기형적 구조는 제도를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다. 견디다 못한 SO 13개사는 지난 10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을 상대로 올해 방발기금 분담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경영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2017년부터 유지된 방송서비스 매출액 1.5% 징수율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SO 뿐만 아니라 위성사업자도 주머니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와중에 SO가 쓰러지면 IPTV는 분담액 비중이 자연히 늘어나게 되니 불안하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포털,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재원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기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징수 대상을 확대하려면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 전에 거버넌스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OTT·플랫폼 정책을 놓고 방미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 국회 과방위와 문체위 사이 소관 정리가 끝나지 않았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도 있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그러다 보니 새 재원을 확보할 여지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사업자의 얇아진 주머니만 계속 쥐어 짜는 구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주무부처인 방미통위는 내년도 소관 방발기금 지출계획안을 올해보다 153억원(8.1%) 늘어난 2054억원으로 편성했다. 재원을 부담하는 기업들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지출을 늘리면서 그 재원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부재하다.


'걷는 문제'보다 불만이 큰 건 '쓰는 방식'이다. 방발기금 납부자들은 기금 지출이 기관과 사업 위주에 편중돼 정작 돈을 낸 사업자와 산업 현장에 환류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발기금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기금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언론중재위원회에 대한 행정적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나, 예산은 방발기금에서 나간다. 돈을 주는 곳과 감독하는 기관이 따로 따로다. 이렇다 보니 납부자들 사이에서 "규제 개선도, 지원도 없이 돈만 거둬간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전 주무부처인 과기부 시절 검토했던 SO 징수율 1.3% 인하안은 업무가 방미통위로 넘어가면서 흐지부지됐다. 올해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징수율 인하안이 무산됐다. 여기에 특정 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것에 형평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핀셋 개선이 아니라 미디어 시장 전반의 제도 변화에 방점을 두고 있으니 업계는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업계 호소를 받아들여 방미통위가 징수율 인하로 가닥을 잡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기획예산처·법제처·규제개혁위 심의를 받아야 한다.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이들이 중간에 반대하면 내년 8월 전 고시 개정은 물거품이 된다. 이렇게 되면 내년 예산 심사에서도 지루한 공방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 기금 징수율과 환류 문제로 정부와 기업들이 얼굴을 붉혀야 할까. 기금을 유지하기로 판단했다면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 그러려면 징수 대상 확대는 물론, 사업자별 부담 기준과 기금 배분, 산업 현장 환류까지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 감내하기 힘든 사업자들에게는 부담을 낮추고 새 사업자를 위한 제도 손질, 거버넌스 개편에 부처간 속도를 내야 한다.


10년째 제자리인 징수율을 손볼 개편안의 윤곽이 이달 말 나온다. 그동안 방발기금 구조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더 이상 내 주머니 털어 남 좋은 일 시키는 구조는 끝내야 한다. 걷은 기금이 사업자들에게 골고루 환류되고 내부 잡음이 그치도록 정부는 결단해야 한다. 산업을 지원해야 할 기금이 정작 재원을 대는 산업의 체력을 깎아 먹는 모순된 상황을 뭉개며 끌고 가는 건 10년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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