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을 전격 인상한 속사정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1.08 07:07  수정 2026.11.0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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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5일부터 외화 지준율 4%서 6%로 2%p 높여

수출호황에 힘입어 달러 넘쳐나 위안화 가치 급등

가치상승에 따른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

지준율 인상만으론 달러 과잉공급 해소 어려울 듯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위안화 저평가에 따른 중국 기업의 가격경쟁 우위가 최대 30%에 달한다며 위안화 가치를 절상하라고 집요하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지난 3월3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중국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호황에 힘입어 쓸어 담은 달러가 시나브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자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중국 당국이 시중에 풀린 달러를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만하더라도 달러당 7위안대로 넘었던 위안화가 6위안 중후반대로 뚝 떨어지자 화들짝 놀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절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두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人民銀行)은 15일부터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2%포인트(p) 인상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외화예금 지준율은 현행 4%에서 6%로 상향 조정된다. 인민은행이 외화예금 지준율을 인상한 것은 2021년 12월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전했다.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은 은행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외화예금 가운데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지준율이 올라가면 은행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달러가 감소한다.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는 까닭에 위안화 가치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인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중국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잔액은 1조 2000억 달러(약 1611조원)가량이다. 차이신은 이번 인상 조치로 240억 달러가량의 외화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2004년 11월 외화예금 지급준비금 제도를 마련한 이후 2006년 9월과 2007년 5월 두차례 인상을 통해 지준율을 3%에서 5%로 2%p 높였다. 2020~2021년 위안화가 다시 강세를 보이자 인민은행은 2021년 6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4%p나 인상해 9%까지 높였다. 이후 위안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2022~2023년 3차례에 걸쳐 비율을 5%p 낮췄다.


중국 정부가 외화예금 지준율을 인상한 것은 시장의 외화 유동성을 줄여 위안화의 절상 기대를 완화하려는 조치다. 장즈웨이(張智威) 핀포인트자산운용 사장 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완만한 절상은 용인될 수 있지만 지난달의 (가파른) 절상 속도는 정책 당국의 우려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상반기엔 약 31억 4000만 위안의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위안화 가치절상으로 오히려 올 1분기에는 47억 위안가량의 환손실을 냈다. 사진은 브라질 바이아주에 위치한 비야디 생산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유동성 흡수를 위해 직접 신호를 보낸 배경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위안화가 급속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는 지난 1월 인민은행이 고시한 기준환율은 달러당 7위안을 넘었으나 같은 달 23일 심리적 저지선인 7위안이 붕괴(破七)된 이후 간단없이 오르며 가치절상에 속도가 븥었다. 이달 2일 중국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6.64위안까지 치솟았다.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6.71위안대에 움직이며 중국 당국을 긴장시켰다. 예의주시하던 인민은행은 가치절상 속도에 부담감을 느낀 나머지 달러 흐름을 억제하고 나선 것이다. 위안화의 지속적인 강세 현상은 수출 호조 덕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국의 무역흑자에 따른 수출 기업들의 달러 매도 확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누적 상품무역 흑자는 9381억 달러에 달했다.


더욱이 9월 중국 수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무려 36.3% 급증한 447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25.5%)를 크게 웃돌았다. 수입도 31% 늘었지만 무역수지 흑자는 1335억 달러로 전망치(1181억 달러)를 가볍게 넘어섰다. 올해 누적 흑자가 1조 2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 수출 기업들은 직원 월급과 협력업체 대금, 세금을 내기 위해 환전에 나선다.


수출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면서 위안화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위안화 환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밀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에 따르면 중국의 외화 수취액 대비 위안화 환전 비율은 지난 7월 57%에서 9월 65%로 높아졌다.


지난해 4월13일 중국 상하이항에서 수출용 전기차(EV)와 컨테이너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과 채권 투자도 함께 늘어나는 것도 위안화 가치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달러 등 외화를 위안화로 바꾸어 중국 주식과 채권을 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급증해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지난해 상반기엔 약 31억 4000만 위안의 환차익을 기록했지만, 위안화 가치절상으로 오히려 올 1분기에는 47억 위안가량의 환손실을 냈다. 사진은 브라질 바이아주에 위치한 비야디 생산공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 절상 흐름에 ‘민감한’ 이유는 지나친 위안화 가치절상이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탓이다. 위안화가 지나치게 강해지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위안화 기준 수익이 악화할 수 있다. 물론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해외에서 원자재나 제품을 더 싸게 살 수 있지만,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같은 달러 가격으로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위안화로 환산한 매출이 줄어든다. 따라서 수출 주도형 중국 경제구조에서 위안화가 빠르게 절상되면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중국 경제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국과 미국과의 금리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미 10년물이 5%를 넘나드는 때에 중국의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는 3%대에 불과하다. 때문에 미 국채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위안화가 달러로 가려고 하니 위안화는 약해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는 올랐다. 수출 대금이라는 실물 수요가 금리 매력을 눌렀다는 뜻이다.


ⓒ 자료: 중국 인민은행

이를 반대로 말하면 위안화 강세는 수출이 꺾이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의 쑹린(宋林)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위험과 기술투자 사이클의 지속 기간이 위안화 강세의 수명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채무 공포가 현실이 돼 글로벌 설비투자가 식으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곳이 중국 수출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판국에 중국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집요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고 주장해 왔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985년 플라자 합의를 거론하며 25~30% 저평가된 통화와는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비난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비슷한 요구를 해 왔다.


중국 정부는 환율 조작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서구의 압박을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렵다. 지난 9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연일 강하게 고시한 것도 ‘선물을 미리 포장해 두는’ 외교적 제스처로 읽혔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유럽의 주요 재무 당국자들이 앞으로 몇개월 안에 란포안(藍佛安) 중국 재정부장과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장을 만나 위안화 가치 억제를 중단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 EU의 절상 요구에 유난히 예민한 데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엔화는 3년 사이 달러에 대한 가치가 거의 2 배로 뛰었다. 수출 기업은 비명을 질렀고, 일본은행은 경기를 달래기 위해 헬리콥터로 돈을 풀었다. 하지만 그 돈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흘러들어가 자산버블(거품)을 만들었고, 끝내 터지고야 말았다.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악몽을 겪는 지켜본 중국은 반면교사로 삼는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

이번 인민은행의 조치가 미국 중간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오나 림 말레이시아 메이뱅크 수석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조치가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과 민주당의 선거 전면 승리로 달러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에 대비해 위안화 가치의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을 막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의 조치가 위안화의 상승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강세 흐름 자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싱자오펑(邢兆鵬)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중국 담당 수석 전략가는 로이터에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클 것“이라며 외화예금 지준율 인상만으로는 이러한 달러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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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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