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 이전 LG아트센터·부산 드림씨어터·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개관 뒤 지역 관객·매출 늘어
전용극장 없는 대구는 뮤지컬 매출 감소
지역순회 지원 늘려도 받아줄 공연장 있어야
공연장 하나가 들어서면서 그 지역의 공연 시장 규모가 달라지는 사례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으로 옮긴 LG아트센터 서울은 이전 약 4년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겼고, 부산 드림씨어터와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도 개관 이후 각각 지역의 뮤지컬과 대중음악 매출을 끌어올렸다. 반면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는 대구는 같은 기간 뮤지컬 매출이 줄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최근 발표된 2026년 한국서비스품질지수(KS-SQI) 공연장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2007년 이후 2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조사는 LG아트센터와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롯데콘서트홀 등 5개 공연장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LG아트센터 서울은 전년보다 2.2점 오른 80.6점을 받았다. 역삼동 시절인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5년 연속 1위를 지킨 데 이어 2022년 10월 마곡 이전 뒤에도 1위를 이어간 것이다.
LG아트센터 ⓒLG아트센터
이전을 앞두고는 관객 이탈을 걱정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마곡이 속한 서울 서남권은 서울 인구의 약 30%인 317만명이 살지만 문화예술 시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었고, 이전 발표 당시 LG아트센터 관객 가운데 강남 관객은 25%, 강서 관객은 20% 정도였다. 그러나 2023년 한 해 LG아트센터 서울을 찾은 관객은 35만명으로, 역삼 시절 연평균 관객 20만 5000명보다 70% 이상 많았다. 개관 후 1년간 티켓을 한 번 이상 산 회원을 분석한 결과 공연장이 있는 강서구 관객이 가장 많았고, 수도권에서는 고양·성남·김포 순이었다. 기존 관객이 따라온 데 더해 공연장 주변 지역에서 새 관객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지역에서는 부산 드림씨어터가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2019년 문을 연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는 올해 1월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었고, 전체 관객의 35~40%가 경남과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왔다. 자체 회원도 약 14만 6000명에 이른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연간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20위 안에 든 지역 공연 4편은 모두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해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 티켓 매출 3위 지역이 됐다. 뮤지컬만 보면 부산의 티켓판매액은 약 304억원으로, 대구(약 127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대구의 뮤지컬 판매액은 전년보다 32.4% 줄었다. 대구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열며 ‘뮤지컬 도시’를 표방해 왔지만, 뮤지컬 전용극장이 없다는 점이 과제로 꼽혀 왔다.
부산 드림씨어터 ⓒ드림씨어터
대중음악에서는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사례다. 2023년 말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와 함께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첫 다목적 공연 전문 아레나로, 무대 구성에 따라 최대 1만 5000석까지 객석을 꾸릴 수 있다. 개관 초기에는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따랐지만, 아레나가 문을 연 뒤 인천의 대중음악 티켓판매액은 2022년 약 199억원에서 2023년 약 273억원, 2024년 약 693억원, 지난해 약 1234억원으로 늘었다. 개관 전과 비교하면 6배가 넘는다. 지난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대중음악 티켓판매액은 경기(약 2036억원)에 이어 인천이 두 번째였고, 부산(약 506억원)과 대구(약 363억원)가 뒤를 이었다. 아레나 측은 2024년 이곳을 찾은 관객을 약 52만명, 티켓 판매액을 약 400억원으로 추산했으며, 관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60%였다고 밝혔다.
세 공연장의 공통점은 공연장이 들어선 지역에서 관객이 새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마곡과 영종도는 개관 전 접근성이 약점으로 꼽혔고 부산은 드림씨어터가 생기기 전까지 대형 뮤지컬을 장기 공연할 무대가 없었지만, 장르에 맞는 규모와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 문을 연 뒤에는 인근은 물론 다른 지역 관객까지 찾아왔다.
인스파이어아레나 ⓒ모히건 인스파이어 리조트
이는 수도권에 쏠린 공연 시장을 지역으로 넓히는 방법을 고민할 때도 참고할 대목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26년 3분기 보고서에서 수도권 티켓판매액 비중은 83.8%로, 공연 시장의 수도권 집중은 여전하다. 정부도 비수도권의 공연 관람 기회를 넓히겠다며 2027년도 예산안에서 중소형 공연 지역순회 지원을 278억원에서 373억원으로, 국립예술단체 8곳의 지역 순회 공연을 120건에서 175건으로 늘렸다. 다만 순회 지원은 서울에서 만든 공연을 지역으로 보내는 방식이어서, 이를 받아 장기 공연을 올리고 관객을 모을 공연장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예산을 늘린 효과가 지역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지역순회 지원 예산을 늘리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공연이 다녀간 뒤 그 지역에 무엇이 남는지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며 “지역마다 수요가 있는 장르와 그에 맞는 공연장 규모가 다르다. 어떤 장르의 공연장이 필요한지부터 살펴 공연장 확충과 순회 지원을 함께 설계해야, 들인 돈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역 시장을 키우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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