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기관 세종행 닻 올렸지만…속도전 앞세운 정부·특혜 프레임 갇힌 공직사회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11.03 11:01  수정 2026.11.0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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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31개 기관·5460명 우선 이전계획 발표…임차비 557억·신축 1조6000억원 투입

2027년 세종 아파트 입주 ‘0’ 가구…‘당장 살 집 없는’ 공무원 수천 명 내몰릴 판

‘특공 로또’ 논란 재현 경계 속 저연차 공무원은 “7억 분양가 감당 불가” 아우성

기관만 내려가고 국회 출장·야간 대기 되풀이되면 제2의 ‘길국장’ 양산 불가피

31개 기관·5460명의 세종 이전계획이 공개됐지만, 주거 공급과 업무체계 개편은 숙제로 남았다. 기관 이전이 정책 집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공무원의 정착 여건과 서울 중심의 대면 보고 관행을 함께 손봐야 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던 중앙행정기관의 2차 세종 이전을 위한 실행 절차에 들어갔다. 행정안전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현행 법령 개정 없이 이전이 가능한 31개 기관, 공무원 5460명을 우선 이전하는 계획안을 공개했다.


임차청사 이전비 557억원, 신축청사 건립비 1조6000억원 등 막대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대역사다. 국가균형발전과 정책 집적이라는 대의명분은 뚜렷하지만, 정책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주거 대책 없는 무리한 속도전을 고집하는 정부와 과거의 ‘특별공급 특혜’ 프레임에 기대려는 공직사회 내부의 시선이 충돌하며 정책의 실효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23개 기관이 오는 2027년까지 임차청사로 이전할 예정인 가운데, 같은 해 세종의 아파트 신규 입주 예정 물량은 0가구로 제시됐다. 이전 시기와 주택 공급의 간극을 메울 대책이 부족하면 기존 전월세 시장과 이주 공무원의 주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 명분 앞선 ‘단계적 이전’…2027년 주거 절벽과 4년 이원화의 덫


정부 계획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23개 기관(1831명)은 민간 건물을 빌려 2027년까지 먼저 둥지를 튼다. 반면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경찰청 등 8개 기관(3629명)은 신청사를 지어 2031년까지 합류한다.


외교·국방·법무부 등 법 개정이 필요한 13개 부처(4469명)는 이전 시기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행정군 내에서도 최대 4년 이상의 시차와 공간적 분절이 불가피한 셈이다.


문제는 당장 2027년부터 유입될 공무원들이 거주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통계상 세종시는 2027년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전무한 ‘공급 절벽’ 상태다. 신축 청사 착공도 전에 민간 건물을 빌려 공무원부터 내려보낼 경우 전월세 대란과 주거비 급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철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서 “행정수도 완성은 건물을 옮기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생활, 행정의 기반을 함께 옮기는 과정”이라며 “2027년 충청 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난 뒤 선수촌 임대주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전 시기를 조율하거나, 실질적인 주거 안정 여건을 갖춘 뒤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준비되지 않은 물리적 집결이 공무원 개개인의 주거 불안은 물론 행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별공급이 재개되더라도 7억원 안팎의 예상 분양가는 저연차 공무원에게 높은 문턱이다. 특혜 논란을 되풀이하기보다 공공임대주택과 전월세 보증금 지원 등 실제 입주 여력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 ‘특공 특혜’ 논란과 저연차의 박탈감…‘분양 로또’ 아닌 ‘실입주 안전망’을


주거 대책을 둘러싼 논의 역시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과거 폐지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과거 시세차익과 투기 논란으로 거센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제도다.


기반 시설이 전무했던 2012년 초기 이전과 달리 이미 도시 인프라가 자리 잡은 현재, 공무원에게만 분양 우선권을 다시 주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세종 시민과의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고분양가 기조 속에서 특공 부활은 저연차 청년 공무원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5생활권 등 향후 분양 아파트의 공급가격이 7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월 실수령액 200만원 안팎의 사회초년생 공무원은 대출 원리금조차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토론회 패널로 참석한 강주리 서울신문 기자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연차 공무원들에게 5억~7억원대 아파트는 특공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며 “지금 시급한 것은 분양 특공이라는 로또식 기회가 아니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 확보와 전월세 보증금 지원 같은 실질적 입주 여력 뒷받침”이라고 짚었다.


결국 공직사회도 무조건적인 보상 심리에서 벗어나야 하며, 정부 역시 전시성 분양 대책이 아닌 청년·실거주 중심의 핀셋 지원책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세종으로 근무지를 옮겨도 국회 출장과 대면 보고, 야간 대기가 반복되면 행정 비효율은 지속될 수 있다. 청사 신축과 함께 불필요한 출석·보고를 줄이고 세종 중심의 정책결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생성형AI를 활용해 제작했으며, 수치와 내용은 기자가 검수함.)

■ 몸만 가는 이전은 혈세 낭비…‘일하는 방식’ 바꿔야 국정효율 산다


공간 이동이 곧 행정의 질적 도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1차 이전 이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을 오가느라 길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길국장·길과장’ 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까지도 관행적인 대면 보고와 국회 대정부질의 전날 밤샘 대기가 되풀이된다면, 1조6000억원의 청사 신축비는 또 다른 비효율을 낳는 매몰비용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청사만 짓는다고 비효율이 해결되지 않는다”며 “부처당 국회 출석 인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불필요한 현장 답사나 전시성 행정을 대폭 쳐내는 등 공간 개편에 걸맞은 업무 프로세스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준영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과거의 질문이 ‘세종 이전으로 발생하는 행정비효율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였다면, 이제는 ‘세종을 중심으로 국가 정책결정체계를 어떻게 재설계해 국정효율성을 높일 것인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정책결정은 세종으로 집적하되 현장집행은 기능에 맞춰 분산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국정운영체계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세종 2차 이전의 성패는 기관 유치 실적을 숫자로 과시하려는 정부의 조급증을 덜어내고, 무리한 특혜를 바라지 않는 성숙한 공직 문화를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 전반을 재설계하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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