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계 사유 판단 어려워"…공수처는 기소
대가성 입증 못 해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 안 해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이 제기한 이른바 '술접대 의혹'으로 기소된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의 첫 재판이 다음 달 열린다. 대법원이 자체 감사에서 징계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낸 사안으로 공수처는 이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오는 12월2일 오전 11시 지 부장판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쟁점과 증거조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는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9월 지 부장판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2023년 8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예약제 주점에서 변호사 2명으로부터 136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았다고 봤다. 변호사들이 나눠 낸 전체 술값 409만원을 참석자 3명으로 나눠 계산한 금액이다.
다만 술값을 낸 변호사들이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의 사건을 수임한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직무와 접대 사이의 대가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며 뇌물수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은 지난해 5월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 부장판사가 같은 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이후였다. 지 부장판사는 저녁 식사 후 술자리에 잠시 들렀다가 나왔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자체 감사 끝에 "징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공수처는 이후 확보한 GPS 동선 기록과 주점 결제 내역 등을 근거로 지 부장판사가 2023년 술자리에 4~5시간가량 머물렀던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감사는 강제수사권 없이 당사자 진술을 토대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내놨다.
지 부장판사 측은 후배들의 모임에 잠시 참석했다가 자리를 떠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기소 당시에도 공수처의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이 무리하다며 반발했다.
술값을 나눠 낸 변호사 2명을 청탁금지법상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다.
공수처는 두 변호사가 지 부장판사를 함께 접대한다는 의사를 공유하고 비용을 분담한 것으로 봤다. 반면 지 부장판사 측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자의 자금으로 결제했다며 동일인에게 받은 금액이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가 지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31기 동기라는 이유로 재판의 공정성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며 재배당을 요청해 형사10단독으로 옮겨졌다.
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재판장으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을 심리해 지난 2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후 같은 달 정기인사에서 서울북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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