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응급조치 다음 날 협박 혐의…법원, 재범·도주 우려 없다고 판단
구속사유 심사에 재범 위험·피해자 위해 우려도 고려해야
법조계, 연락 내용·행동 계획성 확인 필요…기각 판단엔 의문 제기
전자장치·유치 잠정조치도 기각…신변보호·민사 가처분 실효성 쟁점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접근금지 조치를 어긴 뒤 전 연인을 협박한 혐의를 받는 스토킹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재범 위험의 판단 기준과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교류 경과 등을 고려해 재범·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조치 위반 이후 협박으로 이어진 정황을 무겁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박찬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스토킹처벌법 위반과 특수협박, 주거침입,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지난달 28일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받은 뒤 이튿날 전 연인인 20대 남성의 집을 찾아가 자신의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르겠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가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재판부는 사건에 이르게 된 경위와 잠정조치 전후 피해자의 태도, 두 사람의 교류 경과, 범행 양상과 피해 정도 등을 종합해 현 단계에서 재범·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서로를 교제폭력과 스토킹으로 신고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와 함께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도주·증거인멸 우려 등 법정 사유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법원. ⓒ데일리안DB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메신저와 통화 기록 등을 분석해 피해자가 명확히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이어갔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범 위험을 판단할 요소로는 우발적인 방문인지 계획적인 잠복인지, 흉기 등을 미리 준비했는지, 피해자가 실제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있었는지 등도 꼽았다. 단순히 연락이나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을 넘어 구체적인 내용과 행동 양상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보도에 나타난 조치 위반과 협박 정황을 고려할 때 재범 우려가 없다는 판단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는 피해자 보호조치의 실효성도 과제로 남는다. 이 사건에서는 앞서 경찰이 신청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 유치 잠정조치도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조치는 구속과 별도로 법원이 접근·통신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 등의 조치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절차다.
김 변호사는 위험도에 맞춰 스마트워치 지급과 주거지 주변 CCTV, 112 시스템 등록, 임시 안심숙소 등을 연계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사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법도 거론했다. 가처분 위반 때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를 함께 구하는 방식이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실제 재접근이나 범행을 차단하기에는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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