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장관, 이번 주 경찰청과 필수의료 수사 절차 논의 전망
의료계 “임의제출 우선·환자 안전 및 진료 연속성 보장해야”
국회서도 의료기관 수사 원칙 법제화 필요성 제기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긴급기자회견에서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 논란이 확산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의료기관 수사 절차 개선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사고 수사의 필요성과 환자 안전, 의료진의 진료권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와 경찰의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협의는 물론 국회 차원의 입법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주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만나 필수의료 분야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면담 일정은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지난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지난 7월 청색증 등의 증세로 병원을 찾은 영아가 치료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의료계는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시설에 과도한 강제수사가 이뤄졌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센터 소속 전문의 9명 중 7명이 사직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지숙 센터장을 포함한 3명은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예고 없이 압수수색이 이뤄진 이유와 집행 과정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사직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수사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졌다.
김도균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소아응급 의료진의 이탈을 막기 위해 현재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며 “저희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싶다. 두려움 없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에서도 의료기관 수사 절차 개선을 위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사 가이드라인만으로는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의료기관 수사 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관 수사에 적용할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임의제출이나 전자자료 확보 등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수사 방법을 우선하고,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핵심 진료구역에 대한 직접 진입은 불가피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수사가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경찰청과 복지부가 수사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복지부가 경찰청, 법무부와 상의해 이러한 원칙을 법적으로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른바 ‘응급실보호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응급환자 진료에 사용 중인 의료시설과 기기의 사용 중단을 최소화하고, 진료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수사 방법을 우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긴급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환자 안전 확보 조치를 병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응급환자를 진료 중인 의료기관에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은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적법한 수사 과정에서도 환자 치료가 지연되거나 진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도 지난달 30일 정 장관과 만나 필수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 절차 마련을 요청했다. 학회는 응급실 등 필수의료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제하고, 강제수사에 앞서 자발적인 자료 제출을 우선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증 소아환자 이송체계 강화와 진료인력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 이에 정 장관은 경찰청과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협의하는 한편, 소아응급의료 관련 정책 제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를 바탕으로 필수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수사 절차를 마련하고,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장관은 “정부는 필수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의료진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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