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가 원한 건 어쩌면 ‘let it be’ [기자수첩-정책경제]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11.02 06:00  수정 2026.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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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만 명 사랑받은 흑상어 한 마리

위기의 순간 ‘관찰’과 ‘개입’의 딜레마

부캉이 퇴출이 남긴 야생생물 대응의 숙제

지난달 22일 오전 부산 북항 친수공원 인공 수로에서 전날 3차 유도작업으로 수로 밖으로 나갔던 상어 '부캉이'가 다시 재진입, 차단막 안으로 들어와 수로 안을 유영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부산 북항 수변공원에 160만 명의 인파를 끌어모은 ‘부캉이’가 일주일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캉이는 9월 18일 최초 발견 이후 최근까지 160만 명 이상을 수변공원으로 모았다. 실물로 흔히 보기 힘든 대형 포식성 어종에다가 ‘멸종위기종’이라는 희소성이 사람들 발길을 끌었다.


부캉이 사태(?)를 지켜보며 떠오른 일화가 있다.


자연 생태계를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에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리에서 떨어진 새끼 임팔라가 사자한테 잡아먹혀도, 늙고 병든 들소가 하이에나 떼에 공격당해도 절대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벗어나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먹이를 찾고, 사냥하고, 다른 생명체와 경쟁하는 과정은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영국 BBC 자연다큐멘터리 방송 제작팀 ‘다이너스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다이너스티 제작진은 이 원칙을 한차례 어긴 적 있다.


2018년 남극에서 황제펭귄을 촬영하던 때다. 제작진은 그날 수십 마리 황제펭귄 무리가 협곡에 갇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영하 60도까지 떨어진 기온에 가파른 경사 때문에 펭귄들은 협곡 밖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끼 펭귄들이 얼어 죽기 시작했다. 나머지 성인 펭귄들 목숨도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해졌다.


제작진은 고민 끝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기로 했다. 펭귄들이 협곡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어 줬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제작진이 협곡에 갇힌 펭귄을 직접 꺼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펭귄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도록 ‘길’만 열어줬다. 개입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부캉이를 마주한 우리는 어땠을까? 관계 기관에서는 부캉이가 발견 10일이 되던 날 수로 밖으로 퇴출을 결정했다. 물론 부캉이에게 필요한 생태 환경을 고려한 판단이다. 그런데 밖으로 쫓겨낸 부캉이는 수로 안으로 돌아왔다. 두 번, 세 번 강제로 쫓겨난 뒤에야 모습을 감췄다.


부캉이 사례는 야생생물을 위한 행동의 기준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생활 반경에서 이탈한 야생생물을 돌려보내는 것은 인간 기준에서 바람직한 판단일 수 있다. 인간과 야생생물 서로를 위한 결정이다.


반대로 상어가 스스로 수로를 찾아와 떠나는 것을 싫어했다면, 그 자리에 머물게 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결정이라 비판할 수 없다. 야생생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그들이 감당해야 할 못이다. 그 역시 자연의 일부니까.


부캉이뿐만 아니라 모든 야생동물이 인간의 생활공간에 들어왔을 때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고민거리다. 그래서 원칙이 필요하다. 그 원칙은 인간과 야생생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원칙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자연의 섭리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이너스티 제작팀처럼 인간의 직접 개입은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Let it be’. 영국 유명 밴드 ‘비틀즈’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내버려 두라. 순리에 맡기라’는 의미다.


이번 부캉이 퇴출(?) 역시 ‘let it be’ 했다면 어땠을까? 인간이 애써 개입하지 않고 기다렸다면 부캉이 스스로 해법을 찾지 않았을까? 부캉이가 해법을 찾든 못 찾든 결국 그게 자연의 섭리에 가장 가까운 방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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