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케이 창사 10주년 첫 대극장…“내가 잘하는 코미디로 도전”
엄기준의 웃음·이정화의 연대…왕관 없는 황제를 완성하는 평범한 사람들
예술경영지원센터 시범공연 선정작…2028년 공연·장기적 해외 진출 구상
스스로 황제라고 선언한 괴짜에게 권위를 부여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왕관도 공식적인 권력도 없는 남자의 말을 사람들이 귀담아듣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달라진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가 창사 10주년 첫 대극장 작품으로 택한 창작뮤지컬 ‘마제스티’는 이 기묘한 이야기에서 웃음과 연대의 가능성을 찾는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마제스티’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수로 프로듀서, 김성연 작가, 성종완 연출과 노턴 역의 엄기준, 박재윤, 아서 역의 박정원, 김우석, 마르타 역의 이정화, 허윤슬, 오닐 역의 양승리, 우재하가 참석했다.
작품은 19세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신을 미국의 황제라 칭했던 실존 인물 조슈아 에이브러햄 노턴의 삶에 상상력을 더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도 노턴의 엉뚱한 선언과 그를 둘러싼 갈등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김수로가 이 작품에서 먼저 본 것은 대극장이라는 규모보다 이야기의 재미였다. 직접 리딩에 참여한 뒤 성종완 연출에게 대극장 작품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는 “좋은 프로듀서가 무엇일까 자문하면 이 사회에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제스티’가 그런 질문을 가진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그 질문을 관객에게 건네는 방식으로는 코미디를 택했다. 김수로는 영화에서 쌓아온 코미디 경험을 공연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는 “대극장을 한다면 내가 잘하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대형 제작사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장의 크기보다 관객에게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노턴을 연기하는 엄기준도 출발점은 웃음이었다. 그는 “즐겁고 웃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며 “제가 만든 노턴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웃음이었다”고 밝혔다.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는 현인 같은 면모를 바탕에 두되 괴짜의 모습을 살리려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웃음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노턴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성종완 연출은 “노턴을 황제로 만든 것은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이라며 “그들이 무시했다면 노턴 1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괴짜의 유쾌하면서도 뼈 있는 말을 시민들이 귀담아들었다는 사실에 작품의 의미를 뒀다.
그 변화는 기자를 꿈꾸는 이민자 여성 마르타에게서도 드러난다. 교정원으로 일하는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혼자 버티는 것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장벽과 마주한다. 이정화는 “‘혼자 할 수 있어요’라고 하던 사람이 나중에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큰 용기라고 연출님이 말씀하셨다”며 인물의 성장과 연대를 연결했다. 허윤슬 역시 여러 차례 대본을 수정하며 마르타가 장벽 앞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아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면서 자신의 기준을 바꾸는 인물이다. 김우석은 정식기자가 되고 싶은 열정으로 노턴을 이용하던 아서가 이후에는 기자라는 지위와 별개로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정원은 작품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바라봤다”며 “평범함 안에서 비범함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노턴 역의 박재윤이 꼽은 대사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손을 뻗을 용기’였다. 그는 “용기를 발휘하려면 바보가 돼야 할 때도 있다”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살아내려고 애쓰는 인물들에게 울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괴짜들은 웃음의 대상인 동시에,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을 주저하는 관객과 닮은 존재이기도 하다.
이번 무대는 향후 본공연을 위한 개발 과정에 놓여 있다. ‘마제스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26 대형 뮤지컬 시범공연 지원’ 선정작으로, 실제 관객 앞에서 완성도와 시장성을 점검하는 트라이아웃 공연이다.
김수로는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제작사에 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된다며 선정된 팀은 국가대표 같은 책임감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8년 공연을 목표로 공연장을 알아보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브로드웨이 진출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성종완 연출은 “혐오와 배척의 시대를 통과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연대에서 영감을 얻어 서로에게 다리를 놓아주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제스티’는 오는 11월 15일까지 NOL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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