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해밀턴' '캣츠' '시카고' '레베카' 등 검증작 총출동
가격 부담·신작 부재 숙제는 여전
연말 공연가에 대형 뮤지컬이 잇따라 막을 올린다.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전반이 성장한 가운데 유독 뮤지컬만 뒷걸음질 친 터라, 이번 연말 성적이 연간 실적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7월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체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80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늘었다. 반기 기준으로 8000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장르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뮤지컬은 공연 건수가 1801건으로 전년 대비 13.1% 늘었지만, 티켓 판매액은 2232억여원으로 6.1% 줄었다. 공급은 늘었는데 매출은 뒷걸음질 친 셈이다. 같은 기간 연극은 판매액이 약 7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급증했고, 대중음악은 약 4527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뮤지컬 부진의 원인으로 관람료 인상에 대한 관객의 저항감과 대형 히트 신작의 부재를 꼽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2023) 공연 사진 ⓒ에스앤코
이런 상황에서 맞는 연말 라인업은 ‘흥행이 검증된 작품’이 주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오페라의 유령’이다. 글로벌 40주년이자 한국 초연 25주년을 맞아 12월 22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 서울에서만 두 달간 진행되는 단기 공연으로, 지난 25년간 단 세 차례 성사된 한국어 프로덕션이다.
여덟 번째 시즌을 맞은 ‘레베카’는 11월 24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시카고’는 12월 5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관객을 만난다. 2000년 국내 초연 이후 1729회 공연에 180만여 명이 관람한 ‘시카고’는 2024년 시즌 객석 점유율 100%를 기록하기도 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2025) 공연 사진 ⓒ샘컴퍼니
지난해 재연 이후 1년여 만에 돌아오는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12월 3일부터 GS아트센터에서 세 번째 시즌을 연다. 황정민·정성화·정상훈이 다시 트리플 캐스팅됐다. 지난 8월 샤롯데씨어터에서 국내 초연한 ‘프로즌’은 내년 3월 1일까지 장기 공연을 이어가며 연말 시장의 한 축을 맡는다. 여기에 ‘식스 더 뮤지컬’(12월 15일 개막), ‘두 도시 이야기’(11월 11일 개막) 등이 가세한다.
지방 무대도 연말 시장의 한 축을 맡는다. 브로드웨이 화제작 ‘해밀턴’이 첫 내한공연을 12월 17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시작해 내년 1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이어가고, ‘캣츠’는 2023년 이후 3년 만의 내한공연을 12월 18일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연 뒤 내년 부산·세종·서울을 차례로 찾는다.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캣츠’와, 국내 관객이 오래 기다려온 ‘해밀턴’이 나란히 지방에서 막을 올리는 셈이다. 상반기 부산의 티켓 판매액이 147.9% 폭증하고 대전·광주·강원 등도 고른 성장세를 보인 만큼, 지방 시장이 연말 반등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뮤지컬 '해밀턴' '캣츠' 내한 공연 포스터 ⓒ에스앤코
연말 특수의 위력은 지난해에도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약 4200억원이던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연말 대극장 작품들의 흥행에 힘입어 한 달여 만에 800억원 가까이 늘었고, 연간으로는 전년(4652억원)보다 7.2% 증가한 4989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작 의존 구조가 근본적인 해법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뮤지컬 상위 10개 작품의 판매액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4.7%p 높아져 상위 쏠림이 심화됐다. 올해 연말 대작들의 VIP석 가격이 ‘오페라의 유령’ 19만원, ‘미세스 다웃파이어’ 18만원 등 18만~19만원대에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대작이 판매액을 끌어올리더라도 상반기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가격 저항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연말은 뮤지컬 시장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상반기 역성장 흐름을 되돌리는 계기를 마련할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검증작 중심의 연말 성적표와 함께, 내년 시장의 체질을 바꿀 신작이 얼마나 등장할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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