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배터리 '옥석 가리기'…포항서 하루 150대

김상현 부국장 (scoop@dailian.co.kr)

입력 2026.10.27 01:42  수정 2026.10.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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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블루밸리에 자동평가센터 개관

팩·모듈 검사부터 등급분류 자동화

회수부터 재활용까지 연계체계 구축

연간 3만대 이상 자동 평가 가능

26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전기차 배터리 자동평가센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경북 포항에 다 쓴 전기차 배터리의 상태를 하루 150대씩 점검하는 자동화 시설이 문을 열었다. 사용후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성능이 떨어져 떼어낸 배터리를 말한다. 남은 성능에 따라 다른 곳에 다시 쓰거나 분해해 원료를 뽑아낼 수 있다. 새 시설은 배터리마다 어느 길로 보낼지를 빠르게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26일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서 '전기차 배터리 자동평가센터' 개관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심은수 기후에너지환경부 핵심자원순환경제추진단 부단장, 박시균 경북도 과학산업국장, 박용선 포항시장, 김영헌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을 비롯해 관계기관·기업 관계자와 지역주민 200여명이 참석했다.


센터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배터리의 성능과 남은 수명을 진단한다. 이어 결과에 따라 등급을 매겨 '재사용'할지 '재활용'할지를 정한다.


재사용은 배터리를 그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다른 용도에 다시 쓰는 것이다. ESS는 전기를 저장해 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장치다. 재활용은 배터리를 분해해 핵심 원료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을 뜻한다.


평가는 배터리 셀을 묶은 '모듈'과 모듈을 여러 개 합친 '팩' 단위로 이뤄진다.


센터는 부지 8030㎡, 연면적 3492㎡ 규모다. 팩과 모듈을 동시에 검사하는 자동평가 장비와 전체 공정을 관리하는 통합제어 시스템, 배터리를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를 갖췄다. 배터리가 들어와 쌓이는 단계부터 등급이 매겨지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한다.


그 결과 평가 능력은 하루 1~2대에서 하루 150대, 연간 3만대 이상으로 늘었다. 정해진 표준 공정을 거치는 만큼 평가 결과도 더 객관적이고 믿을 만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는 올해 4월 준공했고, 이후 장비를 옮겨 설치하고 시험 가동까지 마쳤다.


26일 '전기차 배터리 자동평가센터' 개관식을 마친 박용선 포항시장(왼쪽 세번째)과 참석자들이 센터 내부를 둘러보며 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포항시

이 시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다 쓴 배터리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전기차가 많아지고 ESS 시장도 커지면서 배터리를 버리지 않고 다시 쓰는 일이 중요해졌다.


올해 5월에는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으로 배터리 성능평가와 안전관리, 재사용·재활용 산업 육성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북도는 그동안 포항에 이차전지종합관리센터, 사용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재활용시설 등을 차례로 세워 왔다. 여기에 이번 센터가 더해지면서 배터리를 거둬들이는 일부터 상태를 평가하고, 다시 쓰거나 재활용하는 일까지 한 지역 안에서 이어지게 됐다.


센터는 경북지역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와 손잡고 배터리 회수·보관에서 성능평가, 등급분류로 이어지는 체계를 갖춘다. 쓸 만한 배터리를 빨리 골라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되면 재사용 배터리를 ESS 등에 활용하는 길도 넓어질 전망이다.


포항으로서는 배터리를 만드는 데 이어 다 쓴 배터리를 되살리는 분야에서도 중심지 역할을 맡게 됐다.


박용선 시장은 "전기차 배터리 자동평가센터는 사용후 배터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배터리 순환경제의 핵심 기반시설"이라며 "포항이 축적해 온 이차전지산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용후 배터리의 회수부터 평가, 재사용·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자원순환 생태계를 구축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터리 순환경제 거점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박시균 국장은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은 이제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이 끝난 배터리의 가치를 다시 살리는 데에도 있다"며 "이번 자동평가센터 개관으로 지역의 자원순환 기반이 더욱 탄탄해진 만큼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재활용 산업을 경북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앞으로 센터를 중심으로 배터리 평가·검증 체계를 더 정교하게 다듬고, 관련 기업 지원과 실증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 포항시, 관계기관과 함께 기존 자원순환 시설끼리 연계를 강화해 사용후 배터리 산업을 키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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