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자력 PPA, 바른 질문이 바른 정책을 만든다

정다운 기자 (sanae@dailian.co.kr)

입력 2026.10.26 14:46  수정 2026.10.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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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PPA, 전기요금 부담보다 설계가 관건

가격·물량·배분 기준으로 산업 경쟁력 확보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우문우답(愚問愚答). 어리석은 질문에는 어리석은 답이 돌아온다. 옳은 답을 얻으려면 질문부터 잘해야 한다.


지난 25일 한 언론은 정부가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특정 기업에 공급할 경우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기업이 원전 전기를 직접 사는 원자력 전력구매계약(PPA) 이야기다. 기사는 그 근거로 한 의원실의 계산을 붙였다. 월성 2호기 연간 발전량 48억kWh를 특정 기업에 넘기고 그만큼을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으로 대체하면 한전이 해마다 3806억 원을 더 쓴다는 것이다.


계산은 맞다. 값싼 원전 전기를 빼내고 비싼 전기로 채우면 돈이 더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전제다. 지금 돌아가는 원전 전기의 빈자리를 가장 비싼 LNG로 메운다는 것은, 대체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는 ‘요금이 오른다’는 답밖에 나올 수 없다. 반대 논리를 세우는 데는 쓸모 있을지 몰라도, 정책을 설계하는 데는 쓸 수 없다. 정작 물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다른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지 않으면서 산업에 보탬이 되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다. 가격, 물량, 배분 기준이다.


첫째, 가격이다. 원칙은 하나다. 한전이 손해 보지 않는 값이면 된다. 다만 그 값은 어느 원전이냐에 따라 다르다. 지금 돌아가는 원전의 전기를 빼내 주면 한전은 그만큼 LNG 전기를 사야 하니, 손해 안 보는 값은 사실상 LNG 값이 된다.


기업에 남는 이득이 거의 없다. 가동 원전에 대한 PPA는 장기 고정가격과 무탄소 실적을 사는 계약에 그친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받으려면 한전이 사들이지 않는 전기여야 한다. 그 답이 둘째다.


둘째, 물량이다. 지금 돌아가는 원전의 전기를 떼어 주지 말고, 새 전기를 더 만들어 대는 것이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영구정지된 월성 1호기를 되살리는 것이다. 지금 한전은 여기서 사는 물량이 없다.


빼낼 것이 없으니 메울 빈자리도, 전가할 부담도 없다. 기업이 재가동에 드는 설비개선 비용을 대고, 그 전기를 장기 계약으로 사 가면 된다. 계약가격은 발전원가에 적정 이윤과 송전망 이용료를 얹어서 매기면 된다. 기업은 지금 산업용 요금보다 싸게 받고, 한수원은 이익을 내고, 한전은 망이용료를 번다.


미국에서는 벌써 이렇게 하고 있다. 2019년 영구정지된 TMI 1호기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0년 PPA를 맺고 2027년 재가동을 준비 중이다. 신규 원전도 기업이 건설비 일부를 분담하는 같은 틀로 가면 된다. 다만 영구정지 원전을 재가동할 수 있게 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셋째, 기준이다. 누가 참여할 수 있고, 물량은 어떻게 나누며, 계약가격은 어떻게 매기는지를 드러내 놓아야 한다. 그러면 특혜 시비가 줄어든다.


재생에너지 PPA로 풀면 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전기로와 나프타 분해로를 날씨 따라 출력이 바뀌는 전기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공정 특성에 따라 원자력 또는 재생에너지 중에서 골라 쓰게 하면 된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1년 4분기 kWh당 105.5원에서 지난해 4분기 185.5원으로 70% 넘게 올랐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올해 본격 시행됐다. 철강과 석유화학이 흔들리면 자동차·조선 등 수요산업으로 부담이 도미노처럼 넘어간다.


기반산업에 안정적인 무탄소 전기를 대는 일을 특혜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일이다. 나라 경제 전체를 놓고 판단할 일이다.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걱정한다면 원자력 PPA를 막을 것이 아니라, 부담이 넘어가지 않도록 가격·물량·배분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걱정만 하는 데서 끝낼 일이 아니다. 그 걱정을 없앨 설계까지가 정부 일이다. 해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산업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대고 그 값을 누가 어떻게 치르게 할지를 물어야 한다.


원자력 PPA, 바른 질문이 바른 정책을 만든다.


글/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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