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산재은폐 정황 확인…노동법 위반 206건 무더기 적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6.10.22 15:00  수정 2026.10.2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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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위반 205건…61건 사법처리·과태료 19.6억원

산재요양 취하 유도 정황 2건 확인…노동부 수사 착수

서울 광진구 소재 쿠팡 본사. ⓒ뉴시스

쿠팡 계열사 물류센터와 배송캠프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 206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61건은 사법처리하고 145건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감독 과정에서는 산재요양 신청 취하를 유도한 정황도 확인돼 노동당국이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쿠팡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에 대한 산업안전·근로기준 기획감독 결과와 산재은폐 고발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산업안전 감독은 지난 3월부터 쿠팡 계열사 물류센터와 배송캠프 105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노동 분야는 계열사 본사와 쿠팡로지스틱스 배송캠프 7곳을 대상으로 불법파견과 성과향상프로그램(PIP),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들여다봤다.


산안법 위반 205건…산재요양 취하 유도 정황도 확인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총 205건의 산안법 위반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61건을 사법처리하고 144건에는 총 19억6000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감독 대상 1곳당 평균 과태료는 1800여만원이다.


특히 산재 발생 사실을 숨기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합의금 지급 등을 통해 노동자가 산재요양 신청을 취하하도록 한 사례와 관리자 면담을 거쳐 신청을 취하하게 한 뒤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범죄인지해 수사에 착수했다.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했는데도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지 않거나 늦게 제출한 사례도 25건 적발해 약 1억7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감독에서 새로 확인한 산재 은폐 정황은 2건으로 각각 노동자 1명과 관련된 사안이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두 사건 모두 공소시효가 상당 기간 남아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 은폐·미보고 외 안전조치 위반도 178건 확인됐다. 컨베이어 비상정지장치나 덮개를 설치하지 않거나 지게차와 노동자의 충돌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 등 59건은 범죄인지 후 수사할 계획이다.


야간노동자 특수건강진단 미실시와 휴게시설 설치·관리 부적정 등 119건에는 약 17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2024년 쿠팡로지스틱스 근로감독 당시 권고했던 사항도 다시 점검했다. 차량과 작업자 동선 분리, 물품분류 자동화 설비,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이행됐지만 소분류·상차 작업환경 개선과 프레시백 교체, 현행 3회전 배송 방식 개선 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작업시간과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개선을 다시 지도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한 쿠팡 캠프에서 배송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뉴시스
故 장모 씨 사건서 당시 대표이사 부적절 지시 확인


2020년 10월 숨진 쿠팡풀필먼트 대구센터 소속 故 장모 씨와 관련한 산재은폐 고발사건 수사에서는 당시 쿠팡 대표이사가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당시 대표이사는 고인이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쿠팡 관계자들은 이후 CCTV를 분석해 고인의 물 마시기, 화장실 이용, 기다리기, 대화하기 등의 시간을 별도로 분류했다.


언론에서 고인의 과로사 의혹을 보도하자 쿠팡 뉴스룸에 업무강도가 높지 않았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한 사실도 조사됐다. 유족급여 신청과 관련한 근로복지공단 조사 당시에는 최초 제출한 CCTV에 고인의 모습이 없었고, 관계자가 영상과 다른 내용으로 근무환경을 진술한 사실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당시 대표이사의 지시와 관련 행위 자체는 자료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행위가 곧바로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시 대표이사의 부적절한 지시 등 언론에서 제기된 행위는 자료와 관계자 진술을 통해 사실로 확인했다”며 “다만 중대재해 발생 보고가 이뤄졌고 산재 승인 과정에서 방해행위도 확인되지 않아 현행 산안법상 산재 은폐죄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PIP 취업규칙 미기재 위반…불법파견은 인정 안 돼


근로기준 감독에서는 PIP 운영과 관련한 위반이 적발됐다. 쿠팡이 PIP 대상자를 선정·운영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를 통해 노동자를 해고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아 해고 제한 규정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PIP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제도인데도 선정대상과 교육내용·기간 등 주요 내용을 취업규칙에 작성·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시정지시와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할 예정이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서는 과거 일부 퇴사자 명단을 작성해 채용 참고자료로 활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다른 회사 취업을 방해하기 위해 명단을 외부에 공유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취업방해 금지 위반은 인정되지 않았다.


불법파견 의혹도 인정되지 않았다. 노동부는 쿠팡과 쿠팡로지스틱스가 각각 소속 노동자에게 노선배정과 업무배치 등 지휘·명령을 하고 있고 배송 상품도 명확히 구분된 점 등을 근거로 실질적인 불법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산재조사표 개선 추진…물류센터 전반 감독 확대


노동부는 이번 감독을 계기로 산업재해조사표 작성 방식도 개선할 계획이다. 재해원인을 포괄적으로 적거나 재발방지대책을 부실하게 작성한 사례가 확인된 만큼 ‘산업재해조사표 작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상 승인 사유를 재해 사업장에 알려주는 ‘산재보상 승인 사유 통보제도’도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산재 은폐와 미보고는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막을 뿐 아니라 재해 원인 분석과 위험요인 개선 절차를 차단해 유사 재해의 재발 가능성을 높인다”며 “쿠팡은 빠른 배송과 물류 효율화에 수반될 수 있는 과로, 야간노동, 과중한 업무강도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적극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필요한 사안들은 충실히 소명할 예정이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유가족께 다시 한번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비위행위로 해고되고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임원의 일방적인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것처럼 발표된 것에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쿠팡은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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