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의 조건’ 용병 모두 선발투수로 뽑아라?!

입력 2009.09.10 09:23  수정

4강팀 용병 8명 모두 선발투수로 구성

마운드안정 우선 ‘야구 투수놀음’ 입증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가 시즌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4강팀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가을잔치에 초대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위 4개팀은 묘한 공통점이 있어 관심을 끈다. 이들의 4강 비법(?)은 다름 아닌 용병 선발투수 2명을 활용하는 것.

10일 현재 1~4위를 달리고 있는 KIA-SK-두산-삼성은 하위팀들과 달리 용병 을 모두 선발투수 2명으로 꾸렸다.

´완소용병´ 로페즈(왼쪽)와 구톰슨은 KIA를 선두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다.

용병 선발 듀오가 가장 돋보이는 팀은 구톰슨-로페즈 원투펀치를 보유한 KIA다. 이들은 25승을 합작하며 지난 2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KIA를 올 시즌 선두로 이끌었다.

SK는 카도쿠라와 6월 영입한 글로버의 최근 맹활약에 힘입어 11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두산은 다소 불안한 용병 니코스키와 세데뇨가 선발의 한 축을 맡고 있고, 삼성은 나이트와 크루세타가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하위권 4개팀의 용병 활용법은 다르다.

롯데는 용병 선발투수 없이 외야수 가르시아와 마무리 애킨스를 계속 쓰고 있다. 만능 외야수 클락과 거포 브룸바를 보유한 히어로즈도 시즌 초반부터 용병 타자 2명을 고집하고 있다.

LG는 페타지니와 함께 8월 들어온 선발투수 존슨을 활용 중이고 한화는 외야수 디아즈를 퇴출시키고 영입한 선발투수 연지와 함께 마무리 토마스를 2년 동안 쓰고 있다.

어느 해보다 용병 교체가 활발한 올 시즌 8개 구단 용병 16명 중 용병 투수의 숫자는 무려 12명이다. 기량 미달로 퇴출된 투수는 항상 다시 투수로 뽑혔고, 기량 미달 타자들은 투수로 메우다 보니 시즌 초 10명에서 더 늘어났다.

1998년 용병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해도 구단들은 투수보다 타자를 선호했다. 처음으로 한국프로야구에 발을 담근 용병 12명 중 타자는 8명이었다. 특히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우즈, 데이비스, 호세, 프랑코, 브리또 등 강타자 용병들은 용병 투수를 압도했다.

하지만 국내 투수들의 기량이 성장하면서 용병 타자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삼성 선동열 감독은 수석코치 시절부터 용병 선발투수를 고집했고, 결과적으로 2년 연속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최근 4년간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용병 선발투수를 보유한 팀이다. 최근 2년 연속 우승한 SK는 2007년 선발투수 레이번과 로마노로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레이번과 함께 당초 선발투수로 들여온 얀을 시즌 말미에 불펜요원으로 쓰며 재미를 봤다.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삼성도 2005년 브라운과 바르가스가 선발진에 힘을 보태 선동열 감독의 부임 첫 해 우승을 일궜고, 2006년에는 하리칼라와 브라운이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역시 KIA를 중심으로 용병 선발투수 2명을 활용하고 있는 팀이 상위권에 몰려 있는 형국이다. 잘 뽑은 용병투수가 타자보다 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력 급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

시즌 초에는 각 구단 용병들의 활약이 미흡해 ‘용병무용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용병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더욱 빛을 발하면서 당분간 용병 선발투수 활용법은 유행처럼 번질 조짐이다. 그 가운데서도 야구는 결국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빛나고 있다.[데일리안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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