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치권 "지방 세컨드 허브 완성하려면 본사 유치해야"
대한항공, '확답' 대신 부산발 국제선 확대안 등 제시
'지역균형발전'·'기업 경쟁력 확대' 고려된 '접점' 찾아야
(맨 위부터)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항공기 ⓒ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통합 진에어'(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통합 진에어 본사 부산 유치'를 두고 부산 지역사회·정치권과 대한항공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부산 지역사회·정치권은 통합 진에어의 본사는 부산에 둬야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대한항공이 사실상 난색을 보이면서다.
부산 지역사회·정치권은 양사 통합 추진 당시 제시된 '지방공항 세컨드 허브' 구상을 실현하려면 본사 및 핵심 경영 기능의 부산 배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지역균형발전과 2035년 개항을 목표로 하는 가덕도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항공기·노선 증편을 넘어, 노선 기획·투자·인력 배치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지역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앞서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고자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 원의 정책금융을 투입하면서, LCC 3사를 단계적으로 통합해 지방공항 기반의 세컨드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진에어 본사 부산 유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부산발 국제선 운항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재선·부산 해운대을)에게 제출한 '통합 LCC 부산 제2허브 구축 계획(안)'에 따르면, 김해공항 국제선은 통합 전 28개 노선·주 281회 운항에서 통합 후 33개 노선·주 339회 운항으로 확대될 계획이다. 새로 생기는 노선은 일본행 4개, 동남아행 1개다. 운항 횟수는 일본이 주 39회로 가장 많이 늘고, 중화권·기타 17회, 동남아 2회 순이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계획은 부산을 실질적인 항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노선과 운항 횟수 등을 늘리는 것만으로 세컨드 허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노선 기획과 투자 결정 등 핵심 기능이 지역에 배치돼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항공·관광·물류 산업 간 연계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본사 이전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경영 효율성과 주주 가치,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전 비용은 물론 조직 운영의 효율성, 핵심 인력의 배치와 업무 연속성 등 따져봐야 할 요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 통합 과정에서 막대한 정책 금융과 시장 독점적 지위를 지원받은 만큼, 부산 지역사회·정치권의 목소리를 단순히 넘겨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한항공은 "11월 말까지 부산시,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근로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통합 진에어 본사 소재지를 둘러싼 논의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한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통합 진에어 본사가 부산에 자리 잡으면 지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본사 간판'의 위치 자체가 세컨드 허브의 성패를 가르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명목상 본사를 이전하더라도 실질적인 기획 권한과 인력·투자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는 탓이다.
'통합 진에어 본사 부산 유치' 문제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민간기업의 효율적 경영 전략이 어떻게 접점을 찾아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단순한 노선 확대를 넘어 부산 지역사회·정치권의 본사 부산 이전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부산 정치권 역시 '본사 간판' 유치에만 매달리기보단 실질적인 투자 유치와 항공 인프라 확충 등을 이끌어내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의 동남권 관문 공항 안착과 통합 진에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지혜롭고 합리적인 타협점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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