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라오스에 ‘軍조종사 훈련센터’를 가동하는 숨은 내막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0.18 07:01  수정 2026.10.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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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라오스 반큰에 ‘공군조종사 지원·훈련센터’ 설립·가동

中, 지부티·캄보디아에 이어 세번째 해외 기지 확보한 셈

라오스 통해 인도차이나 반도에 中 공군 전력 투사 쉬워

동남아 국가들과 안보관계 접촉면 넓혀온 美, 심기 불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 밖 광장에서 국빈방문 중인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 중국 인민해방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 중국 인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군사굴기’(崛起·우뚝 섬)의 행보에 한층 탄력을 붙이고 있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도랄레 해군 군수지원 기지와 동남아시아 캄보디아 타이만 연안의 레암 해군기지에 이어 라오스의 반큰 지역에 공군지원 기지를 확보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인도차이나 반도 중심부까지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동남아시아의 안보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국과 라오스는 지난달 말부터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 북부 반큰 일대에 공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중국·라오스 공동 지원·훈련 센터’와 ‘중국·라오스 우호 항공학원’ 현판식을 갖고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9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부티 기지와 캄보디아 레암 기지에 이어 라오스 반큰 기지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이 세 번째 해외 군사지원의 교두보를 구축했다”고 전했다.


반큰 기지 시설은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북쪽으로 50km가량 떨어진 반큰 공항 부지에 들어섰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위성 프로그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쯤 공사가 시작돼 이달에는 상당한 규모로 진행됐다. 가장 긴 활주로는 2㎞가량이다. 위성사진에 포착된 군용기 8대는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 개발한 K-8 카라코룸 훈련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에서 자오롄(敎鍊)-8이라고 부르는 K-8 카로코룸은 조종사 비행훈련에 주로 사용되는 2인승 제트 훈련기다. 필요할 경우 폭탄과 로켓 등의 무장을 탑재해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경(輕)공격’ 임무에도 투입할 수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연례 군사력 조사에 따르면 라오스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는 수십 대에 불과하다. 이중 K-8 카로코룸은 4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반큰 기지에 어떤 종류의 중국 군용기가 추가 배치되는 지가 기지의 성격을 판단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활주로 길이만으로도 중국군의 상당수 전투기와 수송기 운용이 가능하다. 특히 활주로 연장 여부가 주목된다. 향후 활주로를 추가 연장하면 폭격기나 대형 정찰기, 조기경보기 등 보다 무거운 군용기의 운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지난달 30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반큰에 위치한 공군 조종사 양성을 위한 ‘중국·라오스 공동 지원·훈련 센터’의 활주로 확장 공사 현장이 포착돼 있다. ⓒ 반토르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군이 본토에서 사용하는 주요 공군기지의 활주로는 일반적으로 반큰 기지보다 길다. 반큰 기지의 활주로가 앞으로 2.5~3㎞ 수준으로 연장될 경우 장거리 폭격기나 대형 수송·정찰기의 운용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기지 일대는 냉전시기 미국이 항공운송과 물류작전에 활용했던 곳이다. 리마 사이트-44 비행장과 인접한 요충지로 꼽힌다.


‘리마 사이트’는 당시 미국이 라오스 곳곳에 구축해 놓은 간이 활주로와 항공지원 거점을 뜻한다. 반큰 공항은 베트남전 당시 ‘리마 사이트-44’라는 암호명으로 불렸다. 미 중앙정보국(CIA)가 은밀히 운용한 항공사 ‘에어 아메리카’(Air America)가 사용했다. 반큰 기지는 중국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실상 첫 해외 공중전력 운용시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국 군사문제를 연구하는 린잉유(林穎佑) 대만 단장(淡江)대 전략연구소 교수는 “반큰 기지가 중요한 것은 중국의 첫 공개 해외 공중전력 군사시설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이 기지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중국 공군이 주변 지역으로 전력을 투사하기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라오스는 동남아의 전략적 심장부다. 북쪽으로 중국과 맞닿아 있고 동쪽에는 베트남, 서쪽에는 태국이 있다. 남쪽으로는 캄보디아와 연결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라오스를 발판으로 인도차이나 반도 전체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군사적 영향력까지 확대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9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평화 열차-2026’ 중국·라오스 인도주의 의료 구조 연합훈련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대원들이 라오스군 대원들에게 무인 장비 운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동남아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나라는 베트남과 태국, 싱가포르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육상 국경 문제에서도 오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안보·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태국과 싱가포르 역시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의 동남아 군사활동에 중요한 후방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미군에 항만과 공항 사용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태국은 미국의 오랜 조약 동맹국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이 라오스에 공군 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한 것은 단순한 해외 군사시설 하나를 추가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경제적 영향력뿐 아니라 필요할 경우 군사력을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라산 콩시리 태국 국방부 대변인 겸 해군 소장은 “라오스가 자국 내에서 중국의 군사기지 운영을 허용할지 여부는 라오스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태국은 관련 상황을 계속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 같은 주변국들의 경계심이 커지는 것을 의식한 듯 중국 정부는 반큰 기지의 군사적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이 시설이 “어떠한 제3국도 겨냥하지 않는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라오스 양측이 공동으로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을 유지할 것”이라며 “센터의 건설과 사용은 양국이 상호 존중과 평등한 협의를 거쳐 이룬 결과”라고 덧붙였다. SCMP는 "지난해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의 공동 훈련·지원센터 개소 당시 발표와 거의 같은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시설 가동에 대해 중국이 해외 군사활동을 확대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 자료: 미국 뉴욕타임스(NYT)

따라서 중국의 해외 군사거점 확대 흐름을 들여다 보면 반큰 기지를 단순한 훈련시설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첫 해외 군사기지는 2017년 가동을 시작한 지부티의 해군기지다. 지부티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은 이곳을 통해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양 지역에서 자국 해군의 장거리 작전과 보급 능력을 확대했다.


중국은 이어 캄보디아 레암 기지 확장을 지원했다. 중국의 자금과 기술로 확장된 레암 기지는 대형 군함이 접안할 수 있는 심수항을 갖췄다. 중국 군함이 장기간 머무는 모습도 잇따라 포착되면서 사실상 중국 해군의 동남아 거점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여기에 라오스의 기지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해외 군사거점이 점차 입체화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부티 해군기지가 인도양과 중동으로 향하는 해상 통로를 지원하고,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가 남중국해와 타이만을 잇는 해군 거점 역할을 한다면 라오스 반큰 기지는 인도차이나 반도 내부를 겨냥한 중국의 공중전력 운용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군사적 영향력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라오스는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중국은 라오스의 최대 투자국 가운데 하나이며 도로와 철도, 수력발전소 등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과 라오스 비엔티안을 연결하는 총길이 1035㎞의 중국·라오스 국제철도다.


이 철도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라오스 국가 전력망도 중국 기업이 참여한 합작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라오스의 막대한 대중국 부채다. 라오스의 대외 부채 138억 달러(약 18조 4000억원) 가운데 중국의 비율은 76%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초 라오스를 빚 갚을 능력을 잃은 ‘부채 곤경’(debt distress)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 자료: 중국 국가통계국(NBS)

이런 까닭에 라오스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가 채무함정에 빠져 경제위기를 겪은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를 외교·안보 협력으로 연결하는 이른바 ‘경제·안보 일체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미국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일본과 한국, 호주, 필리핀 등 동맹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들과도 안보 관계의 접촉점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

글/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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