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최태원 "건설비 아낄 생각 없다"…400조 팹 속도전 [종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10.09 16:54  수정 2026.10.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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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완공 12년 앞당겨도 부족…광주와 병행 건설 검토

"설사 용수·전력 늦어도 파일링 등 기초공사 먼저"

광주 생산기지, 용인의 3분의 2 규모…수요 따라 확대 가능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9일 광주 탄약고 부지를 방문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오른쪽)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광주 반도체 생산공장(팹) 예정지를 직접 찾아 “건설비를 아낄 생각은 없다”며 조기 착공 의지를 밝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자 기반시설 완공을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공사부터 시작해 호남권에 400조원 규모의 신규 생산기지를 최대한 신속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9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CEO) 등 주요 경영진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반도체 특화단지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부지와 우선 개발이 가능한 탄약고 이전 대상지를 둘러봤다.


현장에서는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으로부터 산업단지 조성계획과 부지·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보고받았다. 최 회장은 점검을 마친 뒤 경영진에게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업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방문 배경에 대해 “눈으로 보는 것이 말 100마디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확인하러 왔다”며 “반도체 수요가 계속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장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해 용인의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겼다”며 “여기서 완공은 팹 하나를 여는 것이 아니라 용인 부지를 모두 채우는 시점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또 다른 부지 조성이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병행해서라도 지어야 할 상황이 생길 것 같다”고 밝혔다. 용인 클러스터 조성을 마친 뒤 광주 투자를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라 두 지역의 생산시설을 동시에 건설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용수·전력 기다리지 않고 가능한 공사부터

구체적인 착공 시점은 정부와 지자체의 기반시설 구축계획을 반영해 결정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국가에서 용수와 전기 등을 갖추는 계획과 우리가 공사를 병행해 맞물리는 속도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관련 계획이 정리되는 대로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용수와 전력 공급이 시작될 때까지 모든 공정을 미루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삽을 떠서 건설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먼저 하겠다”며 “설사 용수와 전력이 늦더라도 파일링을 빨리 맞출 수 있다면 먼저 들어가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파일링은 팹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 지반에 말뚝을 설치하는 기초공사다.


이어 “여기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기반시설 구축과 팹 공사를 최대한 병행해 전체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데 무게를 두겠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며 “정확히 언제인지는 조금 더 검토해야 해 오늘 답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9일 광주 탄약고 부지에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오른쪽)과 반도체 팹 구축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SK그룹
광주 팹, 용인의 3분의 2…수요 따라 확대

SK하이닉스가 검토 중인 광주 생산기지는 현재 용인 클러스터의 3분의 2 수준이다.


최 회장은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며 부지 확보와 시장 상황에 따라 계획을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 회장은 최근 대내외 간담회에서도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향후 5년 안에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현장 방문도 광주 팹의 실제 건설 여건과 소요 기간을 직접 확인하고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기 위한 행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호남권 일대에 400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후 경영진이 광주 현장을 10여 차례 방문해 지자체와 부지 및 기반시설 확보 방안을 협의했다. 최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 군공항 일원에는 약 826만㎡(250만평) 규모의 호남권 반도체 첨단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탄약고 이전 대상지 등을 포함한 약 208만㎡(63만평)는 우선 개발해 팹 건설을 앞당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군부대 소산과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국가산단 지정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관련 법령 개정과 인허가 절차를 병행해 사업 기간을 단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투자계획까지 포함하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팹 4기가 들어서며 전체 투자 규모는 800조원대다. 정부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2029년 1단계 준공을 거쳐 2030년 6월 첫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민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공장을 최적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부지·전력·용수 등 핵심 기반시설은 물론 인재 양성과 정주 여건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며 시장 성장이 한층 가속화하는 한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속에 속도감 있는 투자를 이어가 대한민국의 AI 반도체 패권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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