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으로 재탄생한 日 문화…일상 속 'J컬처'와 그늘 [Now 2.30]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10.11 09:09  수정 2026.10.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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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 밈, 경남 거제시 관광 콘텐츠 확산

'한국산 일본인' 부캐가 한일교류 연사로

日 문화, 언어 넘어 서브컬처로 일상 침투

'성적 대상화' 부작용까지…"처벌 강화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일본어 표현을 활용한 '거제 야호'는 지역 홍보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됐고 한국인이 만든 일본인 캐릭터는 한일 문화교류의 무대에 올랐다. 일본식 패션과 말투, 서브컬처가 한국인의 일상에서 새로운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 문화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다만 과거와 지금의 수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강제적으로 유입된 문화적 흔적과 달리, 오늘날의 일본 문화는 한국인의 자발적인 선택과 해석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 애니메이션 등 특정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가까웠던 일본 문화는 최근 언어와 캐릭터, 패션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한국식으로 재해석된 일본 문화가 밈과 관광 콘텐츠, 소비문화로 이어지는 한편, 일부 상업적 활용 과정에서는 성적 대상화와 청소년 보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갸루의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았습니다’에서 나온 ‘거제 야호’ 밈.ⓒ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거제 야호'부터 다나카까지…한국식으로 재해석한 日 문화


일본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표현이 한국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고 지역명과 결합해 유행한 사례가 '거제 야호'다.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 출신 멤버 원과 함께한 유튜브 영상에서 "거제 야호"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야호'는 일본에서 친한 사이에 가볍게 건네는 인사말이다.


해당 밈은 거제시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관련 콘텐츠 댓글에는 리센느 영상을 보고 거제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거제시는 리센느를 디지털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일본어 표현이 한국에서 지역 홍보 콘텐츠로 변용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힌다.


일본 문화를 한국식으로 풀어낸 캐릭터가 한일 문화교류의 무대에 오른 사례도 있다. 코미디언 김경욱씨가 만든 '다나카상'이다. 2000년대 일본 남성의 패션과 말투를 소재로 한 캐릭터로, 한국에서 창작된 일본인 부캐(또 다른 캐릭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나카상은 2023년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연사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일본의 7선 중의원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 웃음을 터뜨렸고, 한일관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김 씨와 셀카를 찍었다.


당시 기미야 교수는 한일 양국이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고, 다케다 간사장도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나카상.ⓒ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후에도 다나카의 활동은 한일 문화교류의 사례로 이어졌다. 2025년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김 씨는 서울시의회 의장 표창을 받았다. 서울시의회는 다나카 캐릭터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팬층을 확보하고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한 점을 표창 이유로 들었다.


다나카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인 점도 눈에 띈다.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거나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 등을 통해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캐릭터의 방식으로 풀어내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일본인 캐릭터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소비되며 문화와 교류, 정계와 학계의 매개로 활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언어 넘어 패션·서브컬처로 확장…변질·악용되기도


일본 문화의 수용은 언어와 캐릭터를 넘어 패션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취향을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일본에서 유래한 표현과 스타일도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뢰계' 패션이다. 어두운 색조의 메이크업과 리본, 프릴 등을 활용한 스타일로 일본에서 유래해 국내에선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10~20대 사이에서 관련 패션과 화장법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많다.

이처럼 일본 문화는 특정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덤을 넘어 일상적인 표현과 소비의 소재가 되고 있다.


다만 일본 문화가 국내에 확산되는 과정에서 상업적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문화적 취향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성적 대상화 등의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내에서 일본 서브컬처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업종은 메이드 카페다. 하녀 복장을 한 직원이 손님을 응대하는 형태로 운영되지만, 일부 업소의 영업 방식이 성적 대상화 논란을 낳았다.


SNS에는 '양호선생님 콘셉트'나 일정 금액을 지불 하면 별도 대화를 제공한다는 내용의 홍보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홍대 일대 메이드 카페 일부에선 주문을 받으면 직원이 무대에서 춤을 추는 '라이브쇼' 등을 운영한 곳이 적발됐다. 식품위생법상 영업자 준수사항 위반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를 인격체가 아닌 성적 도구처럼 취급하는 '성적 대상화'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며 "일본 문화라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 문화를 빙자해 악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포구 위생과 직원들이 홍대 일대 컨셉카페를 방문해 유흥접객행위 금지와 준법 영업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마포구

청소년 고용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성년 직원에게 고액을 쓰는 손님을 우선 응대하도록 했다는 내용, 함께 일한 메이드 가운데 미성년자가 절반 정도였다고 증언한 사례 등이 소개됐다. 개별 사례만으로 업계 전반의 실태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청소년 고용과 접객 행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범죄 노출…문화 수용 과정의 과제


'멘헤라'(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 신조어)를 공유하며 범죄에 노출되거나 자신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일부 청소년들의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홍대입구역 인근 경의선 책거리 광장에 모여 멘헤라 취향을 공유하고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일대에 가출 청소년이 모여들면서 성매매를 비롯한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정형편 때문에 집을 나온 뒤 성인 남성과의 만남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는 10대 청소년의 인터뷰도 확인된다.


일본 도쿄 유흥가 가부키초에서 가출 청소년들이 성매매 등으로 돈을 벌어 생활하는 '도요코 키즈'와 유사한 양상이 국내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일본 문화 자체가 이같은 위기 상황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의 도요코 키즈 사례처럼 서브컬처 공간에 모인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문제가 국내에서도 나타난 만큼, 문화적 취향과 청소년 보호 문제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서브컬처라는 단어 뒤에 청소년들이 연루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와 경찰 당국 차원의 철저한 단속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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