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카페 출점 위축…단지 내 상가 분양 부담 확대
상가 통매각·공급 축소…미조성 사례도 등장
가치 불확실성 커지며 조합원 갈등까지 장기화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데일리안 이수현 기자
골목상권의 침체는 주택가 음식점과 소매점에 그치지 않고, 주민 생활권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복합상업시설로도 번지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미분양과 공실 우려가 커지자 신규 단지는 상가 공급을 줄이고, 일부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조건을 둘러싼 갈등 끝에 상가를 정비구역에서 제외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입주한 신축 아파트 상가 곳곳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심심찮게 걸려 있었다.
도로변이나 외부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점포는 비교적 빠르게 임차인을 찾았지만 건물 안쪽에 자리한 점포 중에는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곳이 많았다.
음식점과 카페 등 주요 임차 업종의 출점 수요가 줄면서 상가 임대수익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임차 수요 위축은 주택사업의 상가 공급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상가 분양이 장기간 미뤄질 경우 사업 주체나 채권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용인 동백지구 내 대형 복합상가인 쥬네브는 장기간 미분양과 공실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사업 주체의 경영 악화로 이어진 사례다.
시행사 측은 미분양으로 자금난이 커지자 2017년 LH에 지급하지 못한 상가 부지 매각대금 등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공실로 남은 상가를 대물변제했다.
LH는 2024년 쥬네브 상가 자산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자산 처분과 활용 방안 등을 검토했다. LH는 현재도 상가 454실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권 침체에 상가 분양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조합은 상가 전체를 일괄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성북구 장위6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 6월 일반분양 대상 상가 41개 호실의 일괄매각 입찰을 진행해 상가 매입업체를 선정했다. 또 송파구 가락현대5차아파트 소규모재건축조합은 세 차례에 걸쳐 상가 일괄매각 공고를 내고 매수자 찾기에 나섰다.
상가 규모를 보수적으로 계획하거나 상가를 조성하지 않는 사례도 나온다.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힐스테이트 메디알레) 조합은 단지 내 상가를 59실만 조성했다. 단지가 총 2451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비슷한 다른 단지보다 적은 편이다.
또 송파구 가락미륭아파트와 잠실우성4차 재건축,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등은 단지 내 상가를 짓지 않기로 했다. 상가 미분양에 따른 공실 우려를 사전에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상가 조합원과 주택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기존 상가가 정비사업 구역에서 제척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상가의 수익성과 자산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가 대신 아파트 분양을 요구하는 상가 조합원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주택 조합원들은 일반분양 물량 감소와 사업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우성6차는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조건을 둘러싸고 수년간 갈등을 겪은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 양천구 목동3단지와 8단지에서도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 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원칙적으로 상가 소유자는 재건축 이후 상가를 분양받지만,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분양을 요구하면서 주택 조합원과 갈등이 발생한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가를 정비구역에서 제척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상가 미분양과 공실 우려가 커지면서 신축 상가의 위치와 규모, 자산가치, 추가분담금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상가 조합원과 주택 조합원 간 합의가 늦어지면 정비사업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상가는 현재 위치에서 영업이 이뤄지고 있더라도 재건축 이후에는 상가 규모와 위치, 동선이 달라질 수 있다”며 “상업시설이 늘어나면 기존과 같은 수준의 영업이 가능할지도 장담하기 어려워 상가 소유주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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