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1년 뒤 환자 10%만 완주…부작용 잡는 K-제약 플랫폼
유한 IVL3021부터 대웅 컨소까지…개량 신약 상용화 속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비만약 시장의 후발 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이 '투약 편의성'을 앞세워 빈자리 파고들기에 나섰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과점한 비만약 시장에서 국내사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는 한 달에 한 번 투약으로도 효과를 발휘하는 '미립구 플랫폼' 기반 비만치료제다.
현재 글로벌 비만약 시장을 주도하는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경우 처방 1년 뒤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그친다. 치료 중단의 원인인 '주 1회 투약'의 번거로움을 '월 1회 투약'으로 극복하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복안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 3개사(유한양행·대웅제약·동국제약)는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대신 제형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같은 검증된 성분에 자체 미립구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약물 방출 제어 기술을 더해 개발 성공률과 경제성을 함께 잡겠다는 전략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약은 한 번 맞고 끝나는 약이 아니다. 약효를 유지하려면 끊지 않고 계속 맞아야 한다. 비만약의 수익성 역시 반복 처방에 달려 있다. 문제는 환자가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시장을 이끄는 위고비와 젭바운드조차 처방 1년 뒤 치료를 유지하는 환자가 10%에 그친다. 대표적인 이탈 이유로는 높은 본인부담금과 위장관 부작용 등이 꼽힌다.
국내 제약사들은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로 글로벌 비만약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투약 부담과 초기 부작용을 줄여 환자가 치료를 이어가게 하려는 것이다. DDS는 약물이 몸속에서 필요한 곳에 머물며 일정한 농도로 퍼지도록 돕는 기술이다. 핵심이 미립구 플랫폼이다. 미립구는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든 미세한 알갱이다. 약물을 그 안에 가둔 뒤 서서히 내보내 약효를 오래 유지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30년경에는 체중 감량 효과보다 제형 다변화를 통한 접근성 향상과 근육 보존 등 차별화가 상업화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투여 경로와 편의성이 차세대 비만 치료제의 핵심 차별화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한 달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비만약 주사제 IVL3021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이 채택한 기술은 인벤티지랩의 아이브이엘-드럭플루이딕(IVL-DrugFluidic)이다. 약물을 균일한 크기의 미립구로 찍어내는 공법이다. 알갱이 크기가 일정하면 약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지 않는다. 초기 과방출 부작용을 막고 한 달간 농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개발은 인벤티지랩이 비임상과 임상 1상 승인을 맡는다. 임상 1상 진입 시점은 연내를 목표로 한다. 유한양행은 이후 임상과 상업화를 전담한다.
동국제약은 월 1회를 넘어 3개월에 한 번 맞는 제형을 노린다. 앞서 동국제약은 자체 플랫폼 디케이-라즈(DK-LADS)를 활용해 3개월 지속형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데포주를 이미 상용화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립구 제조의 관건인 수율 확보와 방출 제어 기술을 축적했다. 동국제약은 이 양산 경험을 살려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노린다.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 탑재를 검토하는 중이다.
대웅제약은 바이오벤처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월 1회 주사제를 개발한다. 대웅제약의 큐어(CURE) 기술과 티온랩의 '큐젝트스피어'를 결합한다. 큐젝트스피어는 미립구 표면을 코팅해 주사 초기에 약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막는다. 큐어는 미립구를 균일한 크기로 만들어 약물이 고르게 흘러나오게 한다. 두 기술을 더하면 약물이 천천히 일정하게 방출된다. 적은 용량으로도 약효를 한 달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대웅제약의 비만 주사제는 4개사 컨소시엄으로 개발된다. 대웅제약과 티온랩테라퓨틱스가 제형 개발을 주도하고 주사제 생산 역량을 갖춘 대한뉴팜 다림바이오텍이 합류했다. 비임상 실험부터 임상 시험 및 개발 허가까지 4개사가 업무를 나눠 맡는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이다. 목표는 연내 첫 환자 투약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특허 절벽과 약가 압박에 놓인 글로벌 빅파마가 비만약 분야에서도 성공 확률이 높고 원가 절감이 가능한 제형변경, 약물전달 플랫폼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플랫폼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한국 제약사와의 기술이전(L/O)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