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 절차 공정성 논란, 클린스만 이어 홍명보도 실패 반복
2023년 승부조작 축구인 등 기습 사면 시도, 원칙과 기준 실종된 지 오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뒤 홍명보 전 감독 등과 함께 귀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32강 토너먼트 진출 실패는 비단 홍명보 감독뿐만의 잘못은 아니라는 평가다.
플랜A로 낙점한 스리백을 변화 없이 고집했던 홍명보 감독의 무색무취 전술 등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결국 그를 선임한 것은 대한축구협회이기 때문이다.
2024년 7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때부터 절차와 과정을 어겼다는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권한이 없던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심야에 홍 감독을 만나 추천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질의를 통해 드러나 선임 절차의 불투명성은 물론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문체부는 감독 선임 논란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반발한 대한축구협회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월드컵 준비에 전념해야 할 시기에 한국 축구는 혼돈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협회가 홍 감독 이전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절차 논란이 있었지만 실패를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협회장이 전력강화위원회를 무력화하고 독단적으로 추천한 사실이 정부 감사로 드러났다.
당시 현장 지도자로 공백이 길었고, 전술적 역량에도 의문 부호가 따라다니던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대가는 가혹했다.
전술 부재, 재택근무 논란, 선수단 관리 능력 부실 등으로 임기 내내 도마에 오른 클린스만 감독은 2024년 2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패한 뒤 결국 계약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빗발치는 여론에 계약을 조기 종료했지만 계약 기간이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였던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협회는 거액의 잔여 연봉까지 떠안으며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했다.
홍명보 전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뒤 선수단 일부와 함께 귀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물론 협회가 신임을 잃기 시작한 건 그 이전의 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3년 3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친선 A매치를 1시간 여 앞두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돼 있어 공분을 샀다.
결국 어느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기습 사면은 사흘 만에 철회라는 희대의 촌극이 됐고, 협회 이사진 전원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총사퇴에서 유일하게 제외됐던 정몽규 회장은 사면 철회 발표 후 기자회견서 준비한 사과문을 달랑 한 장만 읽었을 뿐, 취재진의 질문조차 받지 않으며 소통의 창구를 닫았다.
징계 인사 사면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 규정에도 없는 것으로, 정 회장의 '사면권 부당 행사'로 판단한 문체부는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팬들은 정몽규 회장의 장기 집권 체제에 반감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이후의 결과물은 알다시피 처참한 수준이다.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참혹한 결과에 축구협회를 뿌리째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짓밟힌 공정과 상식이 보내는 뼈아픈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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