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TF 출범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안 '오리무중'
금감원 "참호 구축" 재확인…특별점검도 문제의식만 반복
KB 회장 승계 절차 본격화…개편안 적용 시점 실효성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를 마친 뒤 시계를 보며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 연임 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비판하며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최종안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 시점을 놓고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두 기관 간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아직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숏리스트 작업이 시작되는 7월 3일 이전에는 발표될 것으로 본다"며 "정부 라인에 최종안은 이미 보고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종 발표 권한을 쥔 금융위는 이 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청와대와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발표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이번 주 관련 발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정책 수립 권한을 가진 금융위와 감독·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사이의 미묘한 역할 차이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종안 발표 권한이 금융위에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구체적인 발표 시점까지 언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국이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회장 연임 구조를 두고 "똑같은 집단이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먹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더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들 멋대로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찬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 "저도 이를 '참호'라고 표현했다"며 "회장과 어느 정도 관계 있는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국은 지난 1월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키며 3월까지 이사회 독립성 제고, 최고경영자(CEO) 선임·연임 통제 강화, 성과보수 체계 개편 등을 담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위는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반영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지만, 상반기가 모두 끝난 현재까지 최종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금감원이 공개한 은행지주 특별점검 결과는 1월 TF 출범 당시 제기된 문제의식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금감원은 친 CEO 중심 이사회 운영, 현 CEO에게 유리한 승계절차 변경 등 경영진의 '참호 구축'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개선 방향은 올해 초 제시했던 이사회 책임 강화와 CEO 승계 통제 방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이미 본격화된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늦어질 경우 이번 승계 절차에 제도를 적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이미 상당 부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조속히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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