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청년층 중심 탈모 건보 적용 방안 검토
2030 “탈모 고통 공감”…건보 재정 투입엔 온도차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삶의 질 문제 호소도
서울 종로구 일대 약국. ⓒ연합뉴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고민이 아니다. 취업과 연애, 사회생활 한복판에 있는 2030세대에게 탈모는 자신감과 직결되는 현실적인 고민이 됐다.
그러나 최근 불붙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논의를 바라보는 젊은 탈모인들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탈모의 고통은 인정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돼야 할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통은 공감하지만”…2030의 복잡한 속내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4만121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0~30대 환자는 8만8760명으로 전체의 약 36%를 차지했다. 청년층 탈모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정부도 20~34세를 중심으로 유전성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탈모로 고민하거나 치료를 받는 2030세대의 반응은 예상보다 신중했다. 급여 논의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재정이 어디에 먼저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다.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보험 적용까지 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우리는 아직 젊고 앞으로 어떤 질병을 겪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미래를 위해서도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노량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직장인 A씨의 의견이다. 그는 2030도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인 만큼 탈모 치료 비용은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다면서, 탈모 치료는 개인이 부담하더라도 정말 아플 때 큰 비용이 드는 필수의료 분야에 재정을 먼저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이 같은 인식은 비슷한 또래 여성에게서도 나타났다. 탈모 치료를 고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B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탈모가 자신감이나 대인관계, 취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여화가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제도인 만큼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탈모를 우선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봐요.”
일부 청년들은 논의를 한 걸음 더 확장해 바라봤다. 탈모 지원 여부를 넘어 청년 세대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탈모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정말 2030을 위한 정책을 고민한다면 탈모보다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취업 준비나 주거, 정신건강, 결혼과 육아처럼 청년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이 훨씬 많거든요. 탈모 치료비 지원도 의미가 있겠지만 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더 우선순위가 높다고 봅니다.”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두피 문신까지 알아봤다는 20대 여성 직장인 C씨의 의견이다.
“자신감도 함께 빠졌다”…젊은 탈모인의 호소
반면, 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도 있었다. 탈모가 단순한 외모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의 이른바 ‘탈모 성지’ 병원을 찾아 3년째 치료 받고 있는 30대 남성 직장인 D씨의 얘기를 들어봤다.
“탈모를 겪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잘 몰라요. 거울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자신감도 크게 떨어져요. 6개월에 20만원 정도 비용을 들여 약을 처방받고 있는데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결코 부담이 없는 것도 아니거든요.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층에게는 꾸준히 발생하는 비용 자체가 부담입니다.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보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탈모 역시 단순히 미용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외모가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시대인 만큼 탈모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료계에서는 탈모 환자들이 겪는 고충에는 공감하면서도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탈모 치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중증질환 보장 강화와 필수의료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탈모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요구에는 공감하지만 건강보험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환자의 치료 부담 완화와 필수의료 유지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
청년층 탈모 건보 급여화와 관련해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내놓은 입장이다.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탈모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건강보험 제도의 기본 취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미용·성형 요소를 지닌 질환에 건보 재정을 우선 투입하겠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 하반기 중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는 다음 달 4일 ‘모두의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첫 번째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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