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GSP-마치다…뒤바뀐 위상과 인기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9.07.17 10:51  수정

GSP, 화끈한 전천후 파이터에서 지루한 레슬러로

마치다, 판정머신서 넉아웃머신으로 환골탈태

음산하고 어두침침한 옥타곤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재미없는 GSP와 화끈한 마치다?’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28·캐나다)와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료토 마치다(31·브라질)의 이미지가 최근 들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명은 최고의 전사에서 그저 강하기만한 선수로 인식되는 반면, 나머지 한명은 그동안의 좋지 못했던 인식을 급속도로 바꿔 가고 있다.

특별한 도덕적 결함이 없는 이상 화끈한 파이터들은 모두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재미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는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반적으로 팬들을 경기장에서 눈을 못 떼게 하는 선수, 넉아웃 승부가 많은 선수가 큰 사랑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GSP와 마치다가 펼치고 있는 ‘극과 극의레이스’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높은 승률 못지않게 중요한 경기내용

GSP와 마치다는 단순한 챔피언을 뛰어넘어 동 체급에서 최강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로 분류된다.

생 피에르는 지난 ´UFC 100´에서 최후의 대항마로 꼽혔던 티아고 알베스(26·브라질)마저 제압, 주최 측을 다시 한 번 다음 타이틀전에 대한 고민에 빠뜨렸다. 워낙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고 있어 어지간한 상대로는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치다는 체급 최강자로 꼽히고는 있지만 생 피에르처럼 아직까지 체급을 초토화시킨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챔피언에 오른 마치다는 몇몇의 대항마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 때마다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머지않아 GSP 못지않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들은 UFC에서도 가장 선수층이 두껍다는 웰터급-라이트헤비급에서 1인자의 위치에 있다. 기량만큼은 누구도 이의를 달기 힘들다. 그러나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MMA무대에서 승률만 높다고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일단 높은 승률이 있어야만 가치를 1차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팬들은 경기 내용에 따라 승자보다는 패자를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잦다.

미르코 크로캅(35·크로아티아)-반더레이 실바(33·브라질)가 최근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여전히 많은 팬들을 끌고 다니는데 반해, 누가 봐도 강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히카르도 아로나(31·브라질)는 활동무대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것이 좋은 예다.

흥행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주최 측 입장에서도 기왕이면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선수를 최우선에 놓고 대우해줄 수밖에 없다.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는 예전과 달리 ´이기는 경기´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


GSP, 화끈한 전천후 파이터에서 레슬러로 변신(?)

최근 상당수 국내 팬들은 생 피에르의 경기가 너무 재미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테크닉의 결합을 바탕으로 한 경기력 자체는 예전보다 강할지 모르지만, 지나치게 레슬링 위주로 게임을 풀어가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해지기 일쑤다.

레슬링 공방전도 경기에 따라 재미있는 승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쪽이 일방적으로 레슬링 실력이나 파워에서 앞서버리면, 그 재미가 크게 반감되는 게 사실이다.

실전이 아닌 한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룰에 의해 승부를 겨룰 수밖에 없는 격투무대에서는 일단 상대를 잘 넘어뜨리고 압박하는데 익숙한 선수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철장 옥타곤의 특성상 UFC에서는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진다.

생 피에르의 힘과 레슬링은 동체급 최고의 레슬러들인 맷 휴즈(36·미국)-조쉬 코스첵(32·미국)-존 피치(31·미국) 등을 압박할 만큼 위력적이다. 그러다보니 대다수 선수들은 그의 레슬링 앞에 굴러다니거나 탑 포지션에서의 압박에 수난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 피에르는 익히 알려진 데로 극진가라데-주짓수-복싱 등 레슬링 외에도 다양한 베이스를 갖추고 있는 올라운드 파이터다. 때문에 다양한 공격옵션으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는 많은 팬들을 매료시키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 피에르는 압박형 그래플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점점 레슬러로 변모해 가고 있다. 맷 휴즈를 꺾고 첫 번째 타이틀을 차지할 때까지만 해도 생 피에르는 그래플링 뿐만 아니라, 스탠딩에서의 다양한 킥 공격에 위력적인 펀치러시까지 다양한 패턴을 뽐냈다.

그러나 맷 세라에게 불의의 펀치를 얻어맞고 넉 아웃 당한 이후에는 자신이 먼저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횟수가 많아졌으며, 무리하게 스탠딩에서 타격전을 펼치기 보다는 넘어뜨려 놓고 힘으로 압박하는 패턴을 선호하는 스타일로 변해가고 있다.

어쩌면 안정성 면에서는 현재의 레슬러 모드가 더욱 좋을 수도 있다. 스탠딩 상태에서는 언제든 불의의 한방을 얻어맞을 위험성이 있지만, 일단 상대를 눕혀놓은 다음 좋은 포지션을 잡게 되면 변수를 통제할 수 있다.

생 피에르는 이른바 ´바셀린 파동´이 있기 전에도 국내 일반 팬들에게는 명성에 비해 그다지 높은 인기는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바셀린 파동´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부분도 있다. 여기에 경기자체도 점점 지루해지고 있어 그에 대한 혹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료토 마치다에게 ´지루한 파이터´라는 말은 이제 과거의 표현이 되고 말았다.


‘넉아웃 머신’된 마치다, 동양무술 위력 떨치다!

반면 마치다의 경우 이미지가 급격하게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다.

UFC에 등장할 때지만 해도 지루한 판정머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실력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경기가 거듭될수록 야유가 환호로 바뀌어가고 있다.

비록 판정승부긴 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강호 티토 오티즈(34·미국)를 완벽하게 눌러버리고 팬들을 놀라게 했던 마치다는 이후 ´복병´ 티아고 실바(26·브라질)에게 버저비터 파운딩을 터뜨리며 점차 재미없는 파이터의 굴레를 벗어가기 시작한다.

마치다 자신도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고, 실제로 옥타곤에서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마치다는 지난 UFC 98 ‘EVANS VS MACHIDA’에서 ´슈가´ 라샤드 에반스(30·미국)와 수준 높은 기술 공방전을 펼친 끝에 속사포 같은 펀치연타로 실신 KO승을 거두며 현재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다.

상대 에반스는 테크닉이 좋은 레슬러이면서도 타격까지 출중한 선수로 라이트헤비급의 강력한 차기 제왕후보였지만 안타깝게도 마치다는 더욱 강했다.

마치다의 최근 경기들은 볼거리가 굉장히 많다. 일단 내용 자체가 화끈하기 이를 데 없으며 동양무술을 근간으로 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팬들에게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스텝과 타격스타일, 클린치와 테이크다운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일반적인 옥타곤 파이터들과 사뭇 다르다. 이런 점은 그의 경기에서 한시도 눈을 못 떼게 하는 묘한 매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쇼토칸 가라데 도장을 운영하던 요시조 마치다와 브라질-유태인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마치다는 자신이 수련한 가라데-스모 등의 기술을 MMA에 완벽하게 접목시켰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서양투기 종목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현대 격투무대에서 다양한 동양무술의 위력을 선보이고 있는 마치다의 활약상은 그야말로 눈부시기까지 하다. 격투기에 별반 관심이 없던 국내 일반 팬들조차 마치다에게는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마치다는 점점 강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재미까지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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