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평가 ‘연구자 정보공개’ 논란…정부 “성과 알리기 위한 취지”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6.02.02 17:03  수정 2026.02.02 17:07

올해 출연연 경평서 연구자 정보공개 추가

노조 “인력 매물화·기술 안보 위협”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매개체감염병과 실험실에서 연구사들이 모기 종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뉴시스

정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경영평가 지표에 ‘연구자 정보공개 실적’을 새롭게 반영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해당 지표가 출연연 연구자를 ‘인력 시장의 매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며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출연연의 연구 성과와 우수 연구자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이하 과기연전노조)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인권 침해와 기술 안보 위협을 동시에 초래하는 연구자 정보 공개 평가 지표를 즉각 폐기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책임과 통찰력을 갖춘 리더십을 통해 과학기술 대전환의 토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영평가라는 압박 수단으로 연구자 정보공개를 사실상 강제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일부 기관장들의 행태는 과거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구자 정보공개 실적’ 지표는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됐다. 평가를 담당하는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기존에 기관평가(3년 주기)와 연구사업평가(6년 주기)로 나뉘어 있던 출연연 평가 체계를 올해부터 통합·간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 정보공개 실적이 신규 평가 지표로 포함됐다.


정부는 개편된 평가 지표에 출연연 연구원의 전문 분야, 연구 성과 등 7개 항목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한 기관에 1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과기연전노조는 “학력, 경력, 대외활동 등 사실상 이력서 수준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 침해이자 인권 유린”이라며 “평가 점수를 볼모로 동의를 압박하는 것은 국가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을 인력 시장에 내놓는 모욕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또 국가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을 조장하는 기술 안보 자해적 정책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연구자들의 전문 분야, 경력, 성과를 체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해외 헤드헌터와 경쟁국에 정교한 ‘인력 타깃 지도’를 제공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과연전노조는 “출연연에 파편화된 소액 연구(PBS)를 지양하고 기관 중심의 대형 성과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자 개인의 상세 정보를 공개해 네트워킹을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가 금지하는 개별연구나 각자도생식 과제 수주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번 기관평가 개편은 출연연이 수행해 온 중장기 연구성과를 국민에게 보다 명확하게 설명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민이 출연연 연구원의 성과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연구원들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알리는 방향으로 평가를 바꾼 것”이라며 “기관에서 중장기 연구를 통해 도출한 대표성과(3건 이내)를 제출하면 이를 평가하는 게 기본 방향이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연구자 정보공개 실적 강제성에 대해서도 “국가보안기술연구소나 한국원자력연구원와 같이 안보 쪽 이슈가 있는 기관들도 있어 해당 정보 공개를 강제화하지 않았다. 90% 이상의 연구자가 공개하면 1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도 개편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연구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