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피한 MBK 경영진…고려아연 주총까지 '주도권 공방'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14 10:37  수정 2026.01.14 10:37

영장 기각으로 즉각 충격 피해...경영 공백 우려 해소

고려아연과 분쟁 국면서 3월 주총까지 불확실성 지속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경영진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MBK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동시에 진행 중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영풍과 함께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역시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불확실성을 안은 채 이어질 전망이다.

MBK·영풍, 명분 유지…여론 부담은 여전

14일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 김정환 부사장, 이성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 단계에서 혐의 소명과 구속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밤 11시 40분까지 약 13시간 40분간 진행돼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MBK 경영진의 즉각적인 경영 공백 가능성은 해소됐다.


김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이 구속됐다면 MBK·영풍 연합은 도덕성 논란에 직면하며 주총 국면에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구속을 피하면서 MBK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존 명분을 유지한 채 주주 설득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MBK가 주주들에게 제시해 온 지배구조 개선 논리는 주총 국면에서 다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 역시 ‘영장 기각은 무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MBK의 책임론을 지속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정원 19명 가운데 가처분으로 직무가 정지된 4명을 제외하면 최윤범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광일 부회장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가 총 6명으로, 고려아연 측 5명과 MBK·영풍 측 1명이다. 이에 따라 MBK는 이사회 내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왔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여론 흐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 제련소 투자와 연계한 합작법인(JV)을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며 방어 구도를 강화한 상황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데일리안 박진희 디지이너
쟁점은 주총 표심...기관·소액주주 판단 주목

결국 관건은 이사회 구성보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심이다.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구속 여부 자체보다도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출자자(LP)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미 일부 연기금이 출자를 보류한 상황에서 이번 영장 기각은 단기적인 신뢰 훼손을 막는 데는 기여했지만 수사가 이어지는 만큼 신규 출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가 당분간 유지될 수 있다.


MBK는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라는 두 개의 이슈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한 뒤 보강 수사를 거쳐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인지 시점과 채권 발행 사이의 인과관계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판단도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이 법원의 영장 기각과 별개로 MBK파트너스에 대한 중징계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열린 1차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15일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현재 직무정지 등 중징계가 포함된 제재안이 상정된 상태다.


고려아연과 영풍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회계감리 결과 역시 주총을 앞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감리 결과에 따라 최윤범 회장 측 경영 판단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경우, 주총에서 최 회장 연임 안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MBK 측은 “이번 결정은 사안의 법리와 사실관계에 대해 MBK와 홈플러스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법원에서 인정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회생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책임 있는 결정을 감내해 왔으며 앞으로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법적 절차에서도 사실관계와 법리에 기초해 성실히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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