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기획예산처 수장 후보자 지명
실용·탕평 포장 벗기자 남은 '갑질'과 '변절'
동료 보좌진 향한 폭언 논란…추가 폭로 계속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데일리안DB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의 핵심은 능력보다는 정체성과 태도에 맞춰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과 탕평' 인사의 상징으로 지명됐지만 거창한 포장지를 뜯어내자마자 나온 것은 과거 동료 보좌진을 향한 폭언과 권력을 향해 180도 뒤집힌 소신뿐이다.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정책·이념적 불일치 논란이다. 이 후보자는 우파 정당 소속 시절 확장 재정과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해 온 인물이다. 복지 지출 확대와 적극적 재정 투자를 기조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 철학과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된다.
과거 보좌진에 대한 폭언과 갑질 논란도 재조명됐다. 2017년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원실 인턴 직원을 질책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것. 직원에게 '대한민국 말 못 알아듣느냐', '너 아이큐가 한자리냐', '내가 정말 널 죽였으면 좋겠다' 등 폭언과 고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후보자는 2018년 바른미래당 동료 여성 의원들과 함께 "배우 김부선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라며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의 여성에 대한 인격 살인과 모독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각종 시위현장에 앞장서 정의를 외쳤던 이재명 후보의 실체는 패륜 막말을 일삼고 자신과 연인관계였던 여성을 속이고 급기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협박한 불륜남이었다"고 했다. 여성 인권을 내세워 강하게 비판했던 이혜훈 후보가, 정작 본인 역시 인격 살인적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직 관리 능력과 공직자 리더십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분위기다. 친정인 국민의힘은 그의 행보를 기회주의적 '해당 행위'로 판단해 즉각 제명했다. 진영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려온 중진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적진에 투항한 것을 두고 정치적 신의가 실종된 부역 행위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후보자는 출근길에 "경제 살리기에 정파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민이 목도한 것은 정파가 없는 경제가 아니라 지조가 없는 정치인의 권력욕이다. 갑질과 변절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그가 열고자 하는 국가 곳간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인지 세간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다.
이 후보자는 1964년 부산 출생으로 마산제일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영국 레스터대 조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쳐 경제통으로 분류된다. 4선 의원을 지낸 고(故)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의 며느리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여성전략공천 1호'로 보수 텃밭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18·20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당내 중진으로 발돋움했다.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탈당해 바른정당 당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으로 복당해 21·22대 총선 각각 서울의 동대문을, 중·성동을에 출마했으나 내리 낙선했다. 2025년 대선에는 김문수 후보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며 또다시 전환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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