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기준은 흐릿한데 보험료는 먼저 오른다
기준 논쟁 남은 채 반복되는 실손보험료 인상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평균 7%대 후반 인상될 예정이다.ⓒ연합뉴스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평균 7%대 후반 오른다. 세대별로 보면 1·2세대는 한 자릿수 인상에 그치지만, 3세대는 두 자릿수, 4세대는 20%대 인상이 예고됐다.
보험료 인상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그때마다 가입자에게 남는 질문은 같다. 왜 오르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한가라는 물음이다.
보험업계는 비급여 과잉진료와 누적 적자를 인상 배경으로 든다. 손해율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고, 현 구조로는 보험료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비급여 관리와 실손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며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의 시선은 다르다. 일부 비급여를 문제 삼아 기준을 묶는 방식은 의료 자율성을 해치고, 결국 환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과잉진료라는 낙인이 의료 현장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각자의 논리는 분명하지만, 이 논쟁을 보험료 인상이라는 결과에 대입하면 한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최근 관리급여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진 것 역시 과잉이용을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과잉이용을 어디까지,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느슨하고, 비급여의 가격과 진료 적정성, 과잉청구를 가르는 잣대가 실제로 어디까지 작동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과 직결된 생활 보험이 됐다. 특히 4세대 실손처럼 비급여 이용 실적이 개인별 보험료에 반영되는 구조에서는, 의료 이용을 줄이기 어려운 가입자일수록 부담이 더 크게 체감된다.
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수치로 발표되지만, 실제 고지서에 찍히는 숫자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준이 얼마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과잉이용을 막기 위한 관리 기준은 여전히 사후적 논의에 머물고, 보험료 인상은 매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기준이 먼저 강화되고 관리가 작동한 뒤 그 결과를 놓고 보험료를 논하는 순서라면, 지금과는 다른 설명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실손보험을 둘러싼 갈등은 의료계와 보험사, 당국의 책임 공방으로 번지지만, 보험료를 내는 쪽은 늘 가입자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앞서 무엇을 기준으로 어디까지 관리하고 있는지부터 분명히 설명돼야 한다.
기준 없는 비용 전가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관리 기준이 흐릿한 상태에서 반복되는 보험료 인상은, 결국 부담의 이유를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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