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노선이 바꿀 LCC 판도…누가 웃을까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22 13:58  수정 2025.12.22 13:59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4파전

국토부, 23일 경쟁 프레젠테이션…이달 내 재배분 예정

재무 안정성·대형 항공기·장거리 운항 능력 등 기준될 듯

(왼쪽부터 시계방향)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항공기 ⓒ각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라 회수된 인천~자카르타 노선의 운수권 재배분 시기가 임박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간 물밑 경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등 4개 LCC가 전략 노선 확보를 위해 각자의 강점을 내세우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중 1곳에 자카르타 노선을 배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오는 23일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이들이 보유한 경쟁력을 검증한다.


해당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과정에서 독과점 해소 차원으로 회수된 국제선 중 하나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두 항공사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독과점 우려가 있는 3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10년 이내 다른 항공사로 이전하도록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인천~자카르타를 포함한 6개 국제선이 시장에 나왔다. 이중 인천~호놀룰루와 인천~런던 노선은 각각 에어프레미아와 버진애틀랜틱이 대체 항공사로 지정됐으며, 자카르타 노선은 아직 주인이 정해지지 않았다.


자카르타 노선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안정적인 수요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관광 수요뿐 아니라 비즈니스 여객 비중이 높고, 한국을 경유한 장거리 환승 수요까지 기대할 수 있는 전략 노선으로 꼽힌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11월 동남아 주요 노선 가운데 인도네시아 노선 이용객은 106만8864명으로, 필리핀·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자카르타발 환승객 비중은 전체의 8.5% 수준이다.


자유화 노선인 대부분 동남아 지역과 달리 운수권 없이 정기편을 띄울 수 없는 비자유화 노선이어서 경쟁업체도 적다. 가격 경쟁에 내몰린 LCC에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이 같은 수요 특성 때문에 이번 운수권 배분의 핵심 기준으로는 ▲재무 안정성 ▲중·대형 항공기 운항 능력 ▲장거리·환승 네트워크 보유 여부가 거론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자카르타 노선에 최대 291석 규모의 보잉777-300ER를 투입해 왔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해당 노선 평균 탑승객 수는 230~24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객 수 기준 국적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 안정성과 인도네시아 노선 운항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700%에 육박하지만, 다른 LCC와 비교하면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부터 인천~발리·바탐 노선을 운항 중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스타항공 역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월 인천~마나도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동남아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다. 다만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주력 기종이 200석 미만의 소형기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2027년을 목표로 대형 여객기인 B787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9월 B787 등 대형 항공기 도입을 위한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도입 논의해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기 운영 경험에서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다. 티웨이항공은 국적 LCC 가운데 가장 많은 46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A330-200·300과 B777-300ER 등 총 12대의 중·대형기를 운용 중이다. 청주~발리 노선 등 인도네시아 운항 경험도 강조하고 있다. 최근 191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3분기 기준 4400%를 넘었던 부채비율이 760% 수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B787-9 기종 8대를 기반으로 미주 노선을 중심으로 장거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점을 강점으로 제시한다. 자카르타 노선 취항 시 인천을 경유한 미주 환승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카르타 노선 경쟁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2파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티웨이항공은 유럽 노선,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노선을 앞서 배분받은 만큼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전날 발표한 '운항 신뢰성 및 이용자 보호 충실성 평가' 결과가 운수권 재배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전날 올 상반기 국내외 51개 항공사(국적사 10곳·외항사 41곳)를 대상으로 서비스 평가를 실시했는데, 국제선 부문에서 제주항공은 B++, 티웨이항공은 B+, 이스타항공은 B를 획득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수리용 엔진 수급 지연 등의 이유로 F++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카르타 노선은 단거리 중심의 LCC 수익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상징적인 전략 노선"이라며 "국토부가 재무 안정성과 중·대형기 운항 여력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운수권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배분 결과는 향후 LCC들의 장거리·환승 네트워크 확장 경쟁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