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구조조정 1차 관문 통과…본게임은 이제부터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5.12.22 13:34  수정 2025.12.22 13:34

주요 산단 기업들 정부 시한 내 재편안 제출

감축 윤곽 드러났지만 구체적 규모·시점은 추가 협의

LG화학 여수 NCC공장. ⓒLG화학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1차 관문을 넘었다. 여수·대산·울산 등 주요 석유화학 단지 기업들이 정부 시한에 맞춰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면서, 감축의 윤곽은 드러났지만 실제 설비 축소와 지원 연계라는 본게임은 이제부터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업계는 감축 이행 속도와 범위를 둘러싼 추가 협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여수·대산·울산 등 3대 석유화학 단지의 주요 기업 10여 곳은 정부가 제시한 시한 내에 사업 재편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선(先) 자구책 마련, (後) 지원책’ 원칙을 내세워 자율적인 구조조정안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해 왔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국내 NCC 총 생산능력 약 1470만t 가운데 18370만t) 감축이다.


이번에 주요 산단이 모두 재편안을 제출하면서, 제출안이 계획대로 이행될 경우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를 충족하거나 이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기업들이 제출한 안은 감축 방향과 범위를 제시한 초안 성격이 강해, 실제 감축 규모와 시점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단별로 보면 대산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통폐합과 일부 설비 가동 중단을 골자로 한 재편안을 제출하며 최대 110만t 감산을 결정했다. 여기에 한화토탈과 LG화학도 공동 구조조정 또는 협업 모델을 검토해 재편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와 협력해 재편안을 마련했다. 양사의 NCC를 통합 운영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노후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설비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여수 1공장(연 120만t) 가동 중단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천NCC 역시 가동 중단 상태인 3공장(47만t) 폐쇄에 더해 1·2공장과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중 추가 정리를 검토 중으로, 감축 규모는 최소 137만t에서 최대 170만t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울산 산단은 구조조정의 난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에쓰오일 등 3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재편안을 제출했다. 이들 기업은 다운스트림 최적화 방안을 우선 도출한 뒤 NCC 감축을 논의하는 방식으로 의견을 모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내년 6월 180만t 규모의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가동을 앞두고 있어 생산량 조절과 감축 시점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 시한에 맞춰 재편안을 제출하면서 그간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정부 지원책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제출된 재편안을 토대로 정책금융과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을 연계한 프로젝트별 맞춤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오후 석유화학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함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고도 정부가 요구한 시한 내에 재편안을 제출한 만큼, 향후 감축 실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지원 패키지가 제시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국내 구조조정만으로는 시황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전반의 공급 구조 변화가 병행될 수 있는지도 구조조정의 실효성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 주요국의 동시다발적 설비 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국내 NCC 감축 효과가 시장에서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의 에틸렌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자국 전체 설비 대비 구조조정 비중은 한국 34%, 일본 30%, 중국 12%로, 이는 글로벌 기준 약 5.6%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 NCC 설비 가동률 상향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고, NCC 설비 폐쇄에 따라 벤젠·톨루엔·자일렌(BTX) 생산량 감소 가능성도 커 향후 벤젠과 파라자일렌(PX) 시황이 예상보다 강세를 보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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