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선 대전 중구청장 “원도심 정책의 출발점은 기존 자원”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19 14:20  수정 2025.12.19 14:29

대전 중구는 원도심이라는 이름 아래 낙후와 쇠퇴의 이미지로 자주 언급돼 왔다. 김제선 대전 중구청장은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보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행정의 초점을 두고 있다


ⓒ대전광역 중구청

김 청장이 말하는 인식 전환은 '경쟁'이나 '추격'의 구도와는 거리를 둔다. 앞선 도시를 기준으로 삼아 따라가는 방식 대신, 중구가 이미 갖고 있는 공간과 생활의 흔적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결할 것인 지가 행정의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식은 중구의 정책 기조 전반으로 이어진다.


"흔히 도시의 경쟁력을 말할 때 비교 대상이 있습니다. 대부분 서울과 비교해 지역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서울 성수동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지역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업 스토어가 앞다퉈 입점하고 있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트랜드를 리드하는 지역입니다. 이 곳과 대전 중구를 비교하면 경쟁 자체가 안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스스로 '자기다움' '중구다움'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핍과 부족이 도시의 경쟁력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만 그 결핍과 부족을 장점과 새로운 자원으로 생각하면 도시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내놓은 중구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주민주권 강화, 두 번째는 '중구다움'을 기반으로 한 도시 브랜드 전략이다.


“올해 지방자치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더 나은 지방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하고 결정하는 주민주권 시대로 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동네 문제를 찾고 주민들의 대화가 대안이 되는 특별히 다르게 일하는 중구 행정이 그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주민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공무원과의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만드는 주민주권도시 중구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 중구는 대전의 오래된 도시로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최근에는 성심당을 비롯해 특색 있는 빵집과 카페 등 전국민이 ‘디저트 여행지’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과 한화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 등으로 대흥동부터 야구장까지 이어지는 ‘야구장 가는 길’이 새로운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구는 오래된 도시이지만 MZ세대의 가심비 방문을 유인하는 다양한 콘텐츠와 근현대유산, 문화 자원 등을 활용해 ‘중구다움’이라는 중구의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중구의 현재 모습이 가장 '중구다움'을 만드는 자원이 됩니다. 중구를 찾는 분들이 중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중구다움’은 관광 이미지나 브랜드 슬로건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의 역사와 공간을 실제로 살아온 주민의 삶이 정책의 출발점이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인식이다. 이 지점에서 주민주권이라는 행정 철학은 도시 브랜드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중구의 오랜 역사와 문화는 '중구다움'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획일화된 도시 개발과 확장보다는 오래도록 삶의 공간인 중구의 골목에서 자리 잡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이 존중 받으며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취임 이후 핵심 구정 철학을 주민주권도시 중구로 설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민의 생각이 정책이 되고, 공무원과 주민이 나눈 대화가 대안이 되는 도시, 주민이 주민을 돕고 서로 협력해 공동체가 되는 도시를 통해 주민 모두가 행복한 중구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큰 기준입니다. 어려움이 있는 것 사실이지만 중구가 갖고 있는 강점, 장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문제 해결해 나아가는 새로운 방식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주민과 지역 상인, 새로움을 담아내는 젊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중구의 모습이 ‘중구다움’의 도시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기조는 원도심을 바라보는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중구 행정은 근대문화거리와 지하상가, 골목상권 등 원도심을 구성하는 공간들을 각각의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이들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 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구는 원도심이라는 이름으로 낙후된 도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구 내에는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콘텐츠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문제는 다양한 중구 콘텐츠 자원을 하나로 묶어 중구만의 브랜드로 만들어 낼 기획과 사업이 없었습니다. 대전 중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성심당입니다. 성심당 하나만으로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중구를 방문하지만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성심당 외에 중구가 가진 진정한 가치는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채 떠났습니다. 일회성 방문에 그치고 체류 시간도 짧았습니다. 중구의 원도심 활성화 전략의 핵심은 중구가 가진 다양한 역사, 문화, 생활 콘텐츠를 기반으로 조금 더 머물고, 조금 더 중구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획을 통해 생활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단순히 사람이 머무는데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소비 지출과 자원 순환이 이루어 지는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중구 행정이 설정한 원도심 활성화의 출발점은 지역 안에 흩어져 있던 자원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 데 있다. 로컬브랜딩과 상권 정책 역시 이 같은 접근에서 출발했으며, 중구는 몇 가지 사업을 중심으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대전 중구는 지난 4월 16일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진행하는 2025년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됐습니다. 대전의 잊혀진 마을 '테미고개' 지역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자리를 잡은 로컬 메이커들과 손잡고 '테미고개'의 숨겨진 멋과 지역 공방을 연계한 혁신 사례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얼굴이 보이는 다정한 메이커 타운'(로컬 메이커스페이스)으로 명명된 로컬브랜딩 사업은 중구와 대전이 좋아 터 잡은 공방지기들과 지역 대학, 중구의 자원이 만나 ‘테미고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중구다움'을 경험하게 할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글로컬 상권 창출팀 모집사업' 도 추진 중인데, 빵의 도시 대전을 상징하는 성심당 등 베이커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예비 창업자 육성과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국비 49억 5000만원을 포함 총 55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습니다."



ⓒ대전광역시 중구청

앞서 국토교통부 국비 사업에 선정된 대흥지구 뉴빌리지 사업과 중구 자체사업으로 추진 중인 보문산 부사 날망길 조성사업 역시 테미고개 로컬브랜딩 사업 지역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사동 날망에서 조망하는 중구 전경과 마을 곳곳에 위치한 테마별로 조성된 볼거리, 카페 등을 만나 쉼과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도록 조성될 예정입니다. 자연스레 야구장 가는 길, 테미고개, 대흥동 뉴빌리지와 연계 돼 마을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아 원도심 활성화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원도심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관광의 흐름은 단순한 비용 대비 만족을 넘어, 심리적 만족을 중시하는 이른바 '가심비' 중심의 여행 형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과거와 같은 장기 숙박 중심의 여행보다는 1박 2일 또는 당일 여행 형태의 단기 체류 관광이 점차 주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구는 원도심 일대에 산재한 근대문화유산, 갤러리, 소극장 등 풍부한 역사, 문화 자산과 성심당, 야구장 가는 길, 빈티지 상점, 갤러리, 편집숍, 팬시용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이를 개별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 연계 및 네트워킹을 통해 단순한 일회성 관광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인구'로 전환 시키는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


원도심 활성화와 생활인구 확대가 중구 정책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김 청장은 중구가 직면한 소멸 위기를 출산율이나 인구 감소로만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저출산을 사회 전반의 구조적 흐름으로 본다면, 지방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과제는 고령화가 만들어내는 삶의 조건과 돌봄 구조라는 인식이다.


그는 특히 빈곤과 건강 악화, 돌봄 공백이 겹칠 경우 고령층의 삶은 급격히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령화 문제는 오래 살면서 가난해지고, 가난해지면서 건강을 잃어 이른바 돌봄의 지옥에 빠지는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사회적 돌봄이 작동하지 않으면 인간다운 삶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김 청장이 이 문제를 ‘복지 확대’가 아니라 ‘삶의 조건’의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돌봄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만 남겨둘 경우, 돌봄 부담은 곧 빈곤과 고립, 파산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중구가 추진 중인 ‘중구형 온마을 돌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중구는 복지를 행정 서비스로 한정하지 않고,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지탱하는 구조로 전환하려 한다. 기다리는 복지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는 방식으로, 위기 가능성이 있는 주민을 사전에 포착하고 공공·민간 자원을 연계해 돌봄의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방문형 건강돌봄과 이동 지원, 정서적 고립을 예방하는 관계망 구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계되고 있다.


생활인구 정책의 효과를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최근 1년간의 인구 관련 지표에서는 변화의 흐름이 일부 포착됐다.


"대전 중구의 최근 1년간의 인구 및 관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도심의 활력이 회복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의 인구통계와 한국관광데이터랩의 관광 자료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대전 중구의 인구는 0.88%(196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방문객 수 9.1%(약 377만 명) 늘어났는데 그동안 감소세를 보였던 중구의 인구는 2025년 1월 기준으로 22만 4881명을 기록하며 반등했습니다. 특히 연간 출생률이 8.4%(68명) 증가했으며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은행선화동으로 약 90%의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이는 중구가 대전의 원도심으로서 다시금 인구 유입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관광객 유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분석에 따르면 중구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9.1% 증가했으며 숙박객 역시 5.6% 늘어났습니다. 다만 체류시간은 6.9%(약 60분) 감소했으나 관광소비는 8.1% 증가하여 보다 효율적인 관광 패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음식(58.3%)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문화관광(22.1%), 기타관광(8.5%), 숙박(5.2%), 쇼핑(4.1%) 순이었는데 특히 성심당 본점, 원조태평소국밥 태평본점 등 대표적인 맛집이 높은 검색량을 기록하며 지역의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년간의 인구 및 관광객 증가 추세는 중구의 도시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앞으로도 차별화된 관광 정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나가려고 합니다. 중구는 이 같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역 특화 관광 정책과 데이터 기반 행정을 추진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생활인구 확대와 원도심 활성화가 공간과 사람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라면, 그 흐름이 지역 안에 머물며 순환하도록 만드는 장치는 경제 정책이다. 중구통은 대전 중구가 발행한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모바일 앱을 통한 QR코드·NFC 결제 방식의 디지털 지역화폐다.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자금의 역외 유출을 줄이기 위해 설계됐으며, 캐시백과 가맹점 인센티브를 통해 소비와 매출이 지역 안에서 반복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중구 지역화폐 중구통은 지역 소상공인 및 골목상권 상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소비 촉진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준비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화폐 중구통을 매개로 지역 선순환 경제를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중구통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QR코드 및 NFC카등 방식의 모바일형으로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월 50만원 한도에서 평시에는 13% 정도, 이벤트 기간에는 15% 정도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가맹점에도 별도의 순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데 각 가맹점별로 월 100만원 한도 내에서 5%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 순환 인센티브는 타 지역 지역화폐와는 차별화된 제도입니다."


중구통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지역 안에서의 실제 사용과 체감 효과를 중요하게 설정한 정책이다. 발행 규모나 이용자 수 같은 지표뿐 아니라, 상권과 소상공인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지, 정책 수단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지가 이후 평가의 핵심이 된다. 중구통 도입 이후의 반응과 수치들은 이러한 방향성이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중구통은 지난 6월 10일 발행 이후 올 해 약 288억 원 규모로 발행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200억 원 규모로 발행을 시작했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역화폐 예산이 확대 되면서 당초 발행액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할인 보전금은 약 36억 원입니다. 현재 중구통 가입자는 6만 7347명으로 중구 주민이 5만 여명이고, 1만 7000여명 정도는 관외 가입자입니다. 가맹점 가입 점포는 6682개소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했습니다. 또한 민생회복쿠폰, 여성청소년지원 등 9억 원이 넘는 금액을 정책 수당으로 지급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자금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는 지역경제 순환 효과가 컸습니다. 중구통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골목과 사람, 시장과 행정을 잇는 지역 경제의 연결고리이자 지역 생태계를 되살리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중구통 하나만으로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중구통 발행 이후 지역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상인들은 소비 절벽으로 인한 고통을 다소나마 덜 수 있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중구통이 가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줬다고 하십니다. 이런 기대효과들이 조금 더 확대되도록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골목상점가를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화폐 중구통과 온누리상품권 연계 사용 등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상인들의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더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구통이 지역 경제의 연결 고리로 기능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생활경제와 관광, 원도심 활성화 전략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 단발성 혜택을 넘어, 지역을 찾는 사람과 주민 모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다.


"내년에는 이 순환 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지역의 성장 동력이 되도록 강화하려고 합니다. 중구는 광역시 자치구를 대표해 지역화폐 정부 지원금을 광역시 자치구에 직접 지원 되도록 제도 개선을 이루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런 성과로 내년 중구 지역화폐 중구통 발행을 위한 국‧시비 예산 확보가 가능해 졌습니다. 올해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개선 사항을 반영해 운영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사용 편의성도 높이려고 합니다. 아울러 인센티브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 이용 패턴과 상권별 소비 흐름, 업종별 효과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 실제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는 인센티브 전략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중구통은 전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구는 방문하는 방문객들이 지역 상권을 이용할 때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는데요. 이용 편의성을 더 높이기 위해 중구통 이벤트 쿠폰 발행이 가능한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 답례품이나 지역의 축제, 사업 등과 연계한 쿠폰 발행 등을 연계해 자연스럽게 중구통 사용을 통해 지역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더 키우려고 합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성심당과 연계해 성심당 포인트를 중구통 쿠폰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협의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 추진 했던 정책 발행도 더 확대해 출산장려금과 각종 복지수당 등도 중구통으로 지급하도록 해 지역화폐가 주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구조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전을 둘러싼 ‘노잼도시’라는 평가는 이미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졌다. 성심당 외에는 특별한 즐길 거리가 없다는 오래된 인식에서 출발한 이 표현은, 동시에 대전을 하나의 이미지로 단순화해온 프레임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먹거리와 전시, 과학공원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재조명되며 ‘유잼도시’라는 평가도 함께 등장하고 있지만, 김 청장은 이 같은 이미지 논쟁 자체에 행정이 직접 답하는 방식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사실 '노잼도시 아니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라면 노잼도시 대전을 더 강조했을 것입니다. 성심당 건너편에 대흥동 천주교회가 있습니다. 거기에 가보면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있는 성모상이 있는데 대전 사람들에게는 여러 역사와 추억이 있습니다. 보문산은 도심과 가까운 공원인데 보문산 난개발이 진행되면서 산 중턱까지 집들이 빼곡하게 지어져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골목과 집들을 따라 날망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날망길을 따라가다 보면 느티나무 쉼터도 있고, 카페도 있고, 작은 공방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잘 묶어 나가야 합니다. 대전에는 민간에서 노력해 만든 대전둘레산길이 있습니다. 국가둘레산길 중 유일하게 도심과 둘레산이 이어져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 그 코스를 산악마라톤, 트레일러닝이라고 하는데, D-Trail RACE를 중구 보문산을 중심으로 코스를 만들어 처음 개최했습니다. 잘 알려진 트레일러닝 대회에는 트레일러닝 마니아들은 전세계에서 찾아 옵니다. 내년에는 대전 둘레산길을 이어 100마일 코스로 진행하려고 하는데, 풍광 좋고 세계적인 트레일러닝 코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잼도시 대전이라고 하면 결핍을 생각하게 되고,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 할 것이 아니라. 결핍과 문제가 있긴 하지만 우리가 가진 자산과 자원을 관점의 전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구다움, 우리다움을 찾는 것이 핵심입니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에 위치한 야구장으로,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구는 이 대형 시설이 지역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조율과 생활 환경 관리라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를 계기로 볼파크와 원도심을 연계하는 후속 전략을 세웠다.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를 준비하면서 ‘야구장 가는 길’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현재는 대전시가 추진 중인데,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특히 원정 팬들의 경우 KTX를 이용해 대전역에서 중앙시장 또는 중앙로 지하상가를 통해 대흥동, 야구장으로 도보 이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대략 1km 거리를 이동하는데 이동 동선을 따라 경관 조명과 야구 관련 조형물이나 홍보물을 조성해 야구장 가는 길이 대전의 야구 문화를 경험하는 과정이 되도록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목척교에서 문창동, 야구장으로 이어지는 대전천 하상길을 연결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대전한화생명볼파크를 오가는 과정에서 중구의 다양한 문화, 예술, 상권이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 1회성 방문이 아닌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경기가 2~3연전으로 치러지는 만큼 숙박과 함께 ‘중구다움’을 경험하도록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흥동 지역은 다양한 상권활성화 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으로 지역의 축제와 문화‧예술 기획을 연계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려고 합니다. 성심당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야구장만 들렀다 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은 무얼하지?’라는 고민을 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성심당 들렀다가 태평소 국밥집을 가고, 소품샵을 가고, 소극장 공연을 보고, 두부 두루치기에 소주도 한잔하며 중구를 즐길 '다음'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원도심 재편과 생활인구 확대, 돌봄과 지역경제를 아우르는 정책이 중구 행정의 현재라면, 김 청장이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향한다. 공간과 사업을 넘어, 도시가 어떤 사람들의 삶을 품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삶을 결정하는 과정에 시민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 가에 대한 문제다.


"사람이 도시를 만든다고 볼 수 있는데 도시가 또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전이라는 도시가 민주적인가라는 고민은 우리가 계속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대전을 개척자의 도사라고 하는 분도 계신데 개척자라는 것은 좋은 뜻으로 생각하면 좋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소수를 반영하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도시라고 하는 거는 개척하고 만들고 이런 사람 뿐만 아니라 사는 사람들의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의 도시가 돼야지. 누군가를 소외 배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도시 내의 민주주의, 도시 내의 불균형과 차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구 역시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주민 주도의 참여와 혁신으로 주민주권도시 중구의 기반을 다진 한 해였습니다. 지난해 시작한 동장주민추천제 확대 및 주민자치회 시범실시는 실질적인 주민주권도시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입니다. 주민주도로 동네 문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찾는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행정은 주민과 공무원의 협업에 더해 지역 대학,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중구다움을 더 채워갈 것입니다. 중구는 원도심 중구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기술혁신, 저출생·고령화, 세대·계층·지역 간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사회적 난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 내는 중구를 함께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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