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브랜드] "저당은 메가트렌드"…매출 400억원 식품 브랜드 '마이노멀' 이형진 대표 인터뷰

박영민 기자 (parkym@dailian.co.kr)

입력 2025.12.17 10:55  수정 2025.12.17 11:21

팔리는 상품을 넘어, 신뢰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 브랜드 커머스의 중심에는 이제 자사몰이 있다. 자사몰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일군 창업자들의 여정을 들여다보았다. 성과보다 먼저 찾아온 망설임, 시행착오 속에서 내린 선택, 그리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쌓아올린 과정까지.

다이어트는 칼로리의 전쟁이라고 믿던 시절, 마이노멀 이형진 대표는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핵심은 칼로리가 아니라 혈당이에요.” 그 깨달음 하나가 저당 시장을 여는 출발점이 됐다.


6천만 원으로 출발한 마이노멀은 8년 만에 연매출 400억 원을 바라보는 규모로 성장했다. 방탄커피에서 시작해 알룰로스, 마요네즈, 잼, 간식까지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며 저당 시장의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재구매율 30%, 쿠팡 1위. 그러나 마이노멀을 특별하게 만든 건 숫자보다 원칙 있는 성장 방식이었다.


6천만 원으로 시작한 저당 베팅


마이노멀 이형진 대표 ⓒ마이노멀

이형진 대표의 창업 DNA는 어린 시절부터 싹텄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피자집은 그의 첫 번째 비즈니스 교과서였다. 메뉴에 없던 ‘포테이토 피자’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던 기억도 있다. 7년 넘게 연중무휴로 버틴 가게가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문을 닫은 뒤에도, “언젠가 나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창업으로 향하지 않았다. "사회를 먼저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회사에서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문제가 생기면 어떤 프로세스로 해결되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버틸 수 있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선택한 첫 무대가 SK에너지였다. 주유소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세무·재무·법무·KPI까지, 실제 사업이 굴러가는 과정을 매일 눈앞에서 확인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창업을 위한 훈련 기간이었어요” 그렇게 모은 시드머니가 6천만 원이었다.


퇴사 시점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그는 창업 기준을 두 가지로 정해 두고 있었다. “내가 기본 실력을 갖췄는가, 그리고 이 일에 10년을 태울 수 있는가가 중요했어요.” 그 기준이 맞춰지기 시작한 건 우연히 시작한 생리학 공부에서였다. “제 몸이 궁금해서 시작한 공부였는데요. 하다 보니 다이어트의 핵심이 칼로리가 아니라 혈당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 시장은 온통 ‘저칼로리’ 제품뿐이었고, 정작 혈당을 낮추는 ‘저당’ 제품은 거의 없었다. 고령화와 당뇨 관리 흐름을 보며 그는 확신했다. 저당은 반짝 아이템이 아니라 앞으로 10년을 걸어볼 만한 방향이라는 것을. 두 가지 창업 기준에 모두 ‘예스’라고 답하게 된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2018년, 마침내 회사를 나왔다. 저당 식품 브랜드 ‘마이노멀’의 첫 페이지가 그렇게 열렸다.


뜻밖에도 마이노멀이 처음 선택한 건 제품보다 콘텐츠였다. 이 대표는 창업과 동시에 유튜브 채널을 열고 다이어트 지식과 건강 정보를 꾸준히 올렸다. 그는 이 전략을 이렇게 설명한다. “저는 ‘강제적 이타성’이라는 개념을 믿어요. 좋은 정보를 먼저 꾸준히 나누면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가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 신뢰는 첫 제품의 토대가 됐다. 구독자가 7천 명을 넘어섰을 때, 그 기반 위에서 ‘방탄커피’를 선보였다. 버터와 MCT 오일을 블렌딩한 고지방 커피를 상품화해 와디즈에 공개했고, 결과는 역대 펀딩 7위. 첫 생산비용을 펀딩 수익만으로 거의 다 회수할 정도였다. “첫날 매출이 2천만 원을 넘겼어요. ‘이분들은 우리를 뭘 믿고 사주는 걸까?’ 감사한 생각이 들면서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방탄커피에서 저당 브랜드로


인터뷰 중인 이형진 대표 ⓒ마이노멀

방탄커피의 성공적인 흥행 이후, 이 대표는 더 멀리 보기 시작했다. '흥행 비즈니스'는 결국 사이클이 있고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당은 단순한 제품 전략이 아니라 당뇨, 고령화, 웰니스 흐름과 맞닿아 있는 메가트렌드였다. "지금 잘 팔리는 제품보다 10년 동안 일관되게 가져갈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대표는 마이노멀 성장 단계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엔 제품 하나와 콘텐츠가 전부였어요. 근데 제품이 늘어날수록 ‘이것도 같은 브랜드구나’라는 인식이 중요해지더라고요.” 이 시기에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제품이 6~7개를 넘어서자 영업·마케팅의 중요성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단일 제품만 광고할 때보다 브랜드 단위로 노출할 때 이탈률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걸 데이터로 확인한 것이다.


제품 확장의 기준은 명확했다. 시장 크기와 고객의 페인 포인트다. 알룰로스는 ‘설탕을 안 쓰는 집은 없다’는 사실에서, 마요네즈는 ‘전 국민 70% 냉장고에 있다’는 데이터에서 출발했다. 고객 목소리도 즉각 반영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저당잼 뭐 원해요?" 물었더니 무화과가 1등이었다. 바로 제품화했다. '양 조절이 어렵다'는 리뷰가 반복되자 알룰로스 용기 캡을 아예 교체했다. 한두 명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그건 진짜 문제라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그렇게 출시된 제품이 시장에서 안착했는지는 두 가지 지표로 판단한다. 그 판단 기준이 재구매율과 재구매 고객 비중이다. “식품은 맛없거나 불만족스러우면 절대 다시 안 사요. 그래서 재구매율은 곧 만족이에요.” 마이노멀의 6개월 기준 재구매율은 약 30%. 브랜드가 구조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구매 비중만 높아도 위험하다. 신규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규와 재구매가 3:7~5:5 사이가 가장 건강한 구조”라고 말한다.


이처럼 하나의 제품에 완전히 집중하는 1단계, 여러 제품이 ‘같은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디자인을 통일하는 2단계, 제품이 6~7개 이상이 되었을 때 영업·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와 객단가를 함께 올리는 3단계. 마이노멀이 방탄커피로 시작해 알룰로스, 마요네즈, 잼, 간식으로 확장해온 길은 이 세 단계를 차례대로 밟아가는 과정이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20년 창고 화재로 3억 원어치 재고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다 같이 회식을 했다. "잘 되려고 하나보다"라고 서로 웃으며. 한 달 넘게 판매가 중단됐지만, 오히려 그 시간에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집중했다. 그렇게 단단해진 팀은 2023년 메타 광고를 시작하며 전환점을 맞았다. 최근 2년 사이 매출이 5배 가까이 뛰어 지난해 360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목표는 400억 원이다. 3명으로 시작한 팀은 어느새 36명이 됐다.


찾아갈 고객은 넓게, 찾아온 고객은 깊게


마이노멀 공식 자사몰 ⓒ마이노멀

마이노멀이 커지면서 고객을 만나는 접점도 다양해졌다. “쿠팡과 컬리는 저희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관문 같은 곳이에요. 반대로 자사몰은 이미 우리를 알고 찾아오시는 분들의 공간이죠.” 그는 고객 접점마다 역할이 완전히 다르다고 바라본다. 편의점은 또 다른 성격의 채널이다. 마이노멀을 잘 모르는 40~60대도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마주치는 곳이기 때문에 인지도를 확장하는 중요한 접점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 에이블리, 오늘의집 같은 라이프스타일 채널도 마찬가지다. 대형 플랫폼과 자사몰이 유입과 관계 구축 중심이라면, 이런 버티컬 채널들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자사몰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식품은 보통 마트에서 사거나 쿠팡에서 다른 물건과 함께 담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초반엔 저희도 고민했어요. ‘자사몰이 꼭 있어야 할까?’ 하고요. 하지만 자사몰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있다면 ‘왜 있어야 하는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결론은 명확했다. “자사몰에 오시는 분들은 우연히 들어온 고객이 아니에요. ‘마이노멀’을 알고 온 분들이고, 저는 그분들을 ‘프리미엄 고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사몰에서는 작은 혜택 하나도 ‘환대’라는 관점에서 설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달의 사은품을 더 드리고, 배송비 무료 구성을 만들고, 알룰로스 구매 고객에게 이틀 뒤 레시피를 보낸다. 작은 것들이지만 '마이노멀만의 환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CRM은 그 환대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다. 아임웹 안에서 신규 가입 혜택이나 팝업 문구, 타깃 메시지를 A/B 테스트하면 반응이 바로 보인다. 간식을 자주 구매하는 고객에게만 메시지를 보내봤더니 구매 전환율이 눈에 띄게 높았고, 신제품 사전 프로모션도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만 비밀 링크로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더니 콘텐츠처럼 퍼지며 매출에도 기여했다. 자사몰 플랫폼으로 선택한 아임웹은 이런 실험을 빠르게 돌릴 수 있어 유용하다. 팝업 카피나 신규 가입 혜택을 바꾸고 싶을 때 개발 리소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직접 수정하고 바로 반응을 볼 수 있다. 운영자 한 명이 다른 업무를 병행하면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결국 자사몰은 매출보다 경험이에요. 어떤 경험을 남기느냐가 브랜드의 결을 만들죠.” 이형진 대표가 중요하게 보는 자사몰 운영의 기준은 세 가지다. 고객 만족, 고객 소통, 고객 참여. 단순히 매출 비중을 높이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자사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브랜드의 결'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자사몰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먼저 정의하는 게 맞아요. 그게 명확해지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자사몰로 돌아오거든요.”


저당 시장의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을 향해


신제품 개발 방향을 설명 중인 이형진 대표 ⓒ마이노멀

저당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거세졌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들이 잇따라 저당 카테고리에 진입했다. 마이노멀이 마요네즈 하나를 출시하기 위해 수개월을 투자하는 동안, 대기업은 여러 제품을 동시에 유통망에 깔 수 있다. 이형진 대표는 “속도만으로는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에 카피캣 문제까지 겹쳤다. 같은 공장에서 비슷한 레시피로 더 저렴한 제품을 내거나, 마케팅 방식과 바이럴 전략을 그대로 베끼는 브랜드들도 나왔다. 분노와 허탈함이 컸지만, 식품·뷰티·패션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더 빨리’가 아니라 ‘더 제대로’라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다시 다잡았다.


그는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지켜온 기준을 더 단단히 붙들기로 했다. 그 기준은 원가나 트렌드가 아니라, “내가 먹지 못하는 건 만들지 않는다”는 마이노멀의 원료 철학이었다. 음식은 몸 안쪽 피부에 닿는다는 생각으로, 어떤 원료를 쓸지에서 타협하지 않는다. 동시에 식품에서 ‘맛’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요소다. 그래서 마이노멀은 내부 원칙을 이렇게 정리했다. “맛이 1번, 성분이 2번, 원가는 우리가 감수한다.” 모두가 콩기름을 쓰는 시장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로 마요네즈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철학은 브랜드 이름에도 녹아 있다. ‘마이노멀(My Normal)’은 “내가 먹어도 될 만큼 좋은 기준”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고객들이 남긴 “믿고 먹는 마이노멀”이라는 말은 브랜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피드백이다. 이 한 문장이 마이노멀이 지켜온 선택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형진 대표는 말한다. “이 시장에서 빠르게 제품을 많이 내는 건 대기업이 훨씬 잘해요. 하지만 저희 원칙까지 복제하는 건 아무도 할 수 없죠. 그래서 마이노멀은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당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규모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믿거든요.”


지금 마이노멀은 저당 식품을 넘어 혈당기, 칼로리 계산 앱까지 아우르며 ‘당 관리에 진심인 브랜드’로 확장 중이다. 싱가포르, 미국, 일본에 이어 중국 시장까지 노크하며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하다. “마이노멀? 아, 그 저당 브랜드!”라는 한마디가 전국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온리원’의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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